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19일 양곡관리법 등 6개 법안에 대해 재의를 요구한 것은 합법적이고 합당한 결정이었다. 시장경제에 대한 기본 지식만 있어도 쌀 등의 공급 과잉과 막대한 재정 부담을 유발하고, 농업을 미래산업으로 육성하는 데도 걸림돌이 될 것임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국회 증언·감정법과 국회법 개정안도 심각한 독소 조항을 안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한 대행에 대한 탄핵소추를 미룬 것도 이런 점을 잘 알기 때문일 것이다.

문제는, 내년 1월 1일이 재의 요구 시한인 ‘내란 진상규명 특검법’과 ‘김건희 주가조작 등 진상규명 특검법’이다. 민주당은 이 법안들에 거부권이 행사되면 ‘국무총리’ 탄핵소추안을 가결하겠다는 입장이다. 앞의 6개 법안과 달리, 국민 여론이 우호적인 데다 대선이 내년 상반기에 실시된다면 정치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 그러나 두 특검법은 모두 심각한 위헌 요소를 내포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대로 시행되게 해선 안 된다.

헌법은 공무원에 대해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 역할과 정치적 중립성 의무를 분명히 하고 있다.(제7조) 그리고 대통령에게 이런 요건에 따른 공무원 임면권을 부여하고 있다.(제78조) 지난 17일 정부로 이송된 두 특검법안의 특검 추천 규정은 이런 헌법 취지에 반한다. 민주당은 지난 9일 내란 특검 후보의 추천권을 법원행정처장, 대한변협회장, 한국법학교수회장 등 3인에게 부여하는 법안을 발의했지만, 본회의 의결 때 민주당과 비교섭단체가 2명을 추천하는 방식으로 바꿨다. 벌써 4번째인 김건희 특검법도 마찬가지다. 민주당은 두 특검법 모두 현 정권과 관련된 것인 만큼 여권의 특검 추천은 배제돼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그렇더라도 정치적 중립이 무너져서는 안 된다. 그 자체로 위헌적이며, 특검 수사가 정치에 오염된 것으로 비쳐 법치 신뢰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이대로라면 거부권 행사가 불가피하다. 여야는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소추라는 유례 없는 상황이 벌어지지 않도록 해야 할 책임이 있다. 대통령 대행의 탄핵소추 기준은 대통령에 맞춰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국회는 위헌 요소부터 깨끗이 제거하기 바란다. 그러지 않으면 대한민국을 더 어려운 궁지로 모는 데 대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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