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 =  권호영 기자
그래픽 = 권호영 기자


■ 세번째 생일 앞둔 ‘제임스웹우주망원경’ 활약상

‘JADES-GS-z14-O’ 은하 두차례 관측
가장 오래된 은하 기록 3000만년 앞당겨
지구 700광년 거리 ‘WASP-39b’도 포착
별빛 스펙트럼으로 이산화탄소 존재 밝혀
외계 생명체 존재 등 실마리 찾을 가능성


‘심우주 관측의 눈’ 제임스웹우주망원경(JWST)이 곧 세 번째 생일을 맞는다. 지난 2021년 12월 25일 크리스마스에 한국시간으로 밤 9시 20분쯤 발사된 제임스웹은 2022년 7월 처음으로 공개한 공식관측 사진 이후 머나먼 우주 곳곳의 다양한 천체들을 관측해 우리에게 놀라움을 주고 있다. 특히 관측 사상 가장 오래된 은하를 관측해 ‘초기 우주’ 연구에 지대한 영향을 주거나, 외계 행성들을 관측해 외계 생명체 가능성을 점쳐보는 연구에서도 성과를 내고 있다. 제임스웹을 사용해 보고자 하는 연구자들의 경쟁도 치열하다. 과연 제임스웹은 지난 3년간 어떤 관측을 해왔고, 어떤 성과를 냈는가? 가장 오래된 은하는 어떻게 발견했는가?

◇‘가장 오래된 은하 발견’ 기록 경신=제임스웹의 임무는 우주의 탄생·기원을 규명하기 위한 과학적 관측 자료를 수집하는 것이다. 나사는 제임스웹의 주요 관측 활동을 △초기 우주 △은하의 변천 △항성의 생명주기 △외계의 발견 등 4가지 주제로 진행하고 있다. 이 가운데 지난해 10월과 지난 1월 두 차례에 걸쳐 제임스웹은 근적외선분광기(NRISpec)를 통해 138억 년 전에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 ‘빅뱅’(우주 대폭발)으로부터 2억9000만 년이 지난 시점에 생성된 것으로 보이는 은하를 발견했다. 이는 지금까지 인류가 발견한 은하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이다.

사실 이 은하가 처음 발견된 것은 지난해 초였으나, 거리에 비해 빛이 너무 밝아 사실은 다른 은하와 빛이 합쳐진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있었다. 나사(미 항공우주국)의 관측·분석 결과 이 은하에서 관측된 밝은 빛은 은하 내의 젊은 별에서 나온 빛으로 확인됐다. 즉 이미 여러 세대를 거쳐 별이 생성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천문학에서 어떤 천체의 나이를 추산할 땐 흔히 적색 편이를 지표로 사용한다. 적색 편이란 멀리 떨어진 별에서 나오는 빛이 파장이 길어지며 실제 빛보다 붉은색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빅뱅 이후 우주가 팽창하고 있기 때문에 은하와 은하 사이의 거리는 멀어지고 있다. 따라서 어떤 은하가 멀리 떨어져 있다는 것은 그 빛이 지구에 도달하기까지 우주가 더 많이 팽창했다는 의미로, 멀리 있는 은하가 더 오래전에 생겼으리라 추측할 수 있다. 이때 적색 편이는 그 빛이 얼마나 오래된 빛인지를 가늠하는 지표가 된다.

두 차례의 관측 결과 제임스웹이 발견한 은하 ‘JADES-GS-z14-O’의 적색편이 값은 14.32였다. 이전의 기록은 빅뱅 후 3억2000만 년 시점의 은하로 추정되는 적색편이 13.2의 은하였는데, 가장 오래된 은하 기록을 3000만 년가량 경신한 셈이다. 관측 결과 이 은하의 크기는 1600광년 정도였고, 은하 질량은 태양의 수억 배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됐다.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이 2022년 촬영한 수리 성운 ‘창조의 기둥’ 모습.   나사 제공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이 2022년 촬영한 수리 성운 ‘창조의 기둥’ 모습. 나사 제공


◇외계 행성 관측해 ‘생명체 존재’ 찾는다=제임스웹은 지난 2022년 8월엔 대기 중 이산화탄소가 존재하는 외계 행성을 발견하기도 했다. 지구로부터 700광년가량 떨어진 가스행성 ‘WASP-39b’가 그 주인공이다. 제임스웹 발사 이전인 지난 2011년 외계 행성 탐사 프로젝트를 통해 발견된 이 행성은 목성보다 1.3배 크지만 질량은 4분의 1 수준으로, 4일 주기 공전의 중심인 별과의 거리가 가까운 탓에 표면 온도는 900도에 달한다. 이 과정에서 행성 대기는 뜨거운 열로 팽창한다.

제임스웹은 이렇게 팽창한 대기에서 별빛을 받아 나타난 스펙트럼 신호를 놓치지 않고 포착·식별해냈다. 제임스웹이 근적외선분광기를 통해 읽어낸 세 가지 파장을 분석한 결과, 평균 4.3㎛(마이크로미터) 파장에서 이산화탄소의 특성이 발견된 것이다. 나사는 이 범위대의 파장이 물·메탄·이산화탄소의 존재를 측정하는 파장으로, 명확한 이산화탄소 증거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천문학자들이 처음으로 외계 행성의 대기에서 이산화탄소를 감지한 순간이었다. 제임스웹은 이외에도 칼륨과 일산화탄소, 물, 이산화황 등의 존재를 감지해냈다.

물론 이 행성은 공전의 중심이 되는 별(항성)과의 거리가 지나치게 가깝고 온도가 높은 탓에 지구의 생명체와 유사한 생명체가 존재할 것으로 기대하긴 어렵다. 다만 제임스웹의 관측 성능이 과거엔 감지할 수 없었던 정보를 알 수 있을 정도로 뛰어나, 이외에도 다른 수많은 외계 행성을 관측해 이산화탄소를 감지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지난해 12월 유명 과학지 네이처 천문학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행성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존재와 그 고갈을 측정할 수 있다면 그 행성에 액체 상태의 물의 존재도 추정할 수 있다. 거주 가능성을 점쳐보는 수단으로 볼 수 있다는 의미다.

◇‘제임스웹 쓰게 해주세요’ 천문학계 경쟁도=제임스웹은 12개월을 한 주기로 운영된다. 2022년 7월 첫 번째 주기를 시작으로 지난 6월 2번째 주기가 종료됐고 현재는 3번째 운영 주기가 진행 중인 셈이다. 일반적으로 한 주기는 망원경의 주경이나 계측기 등 시스템 점검·정렬 프로그램과 개발 기여 집단에 할당되는 시간의 제안서 관측(GTO), 일반 제안서 관측(GO)으로 이뤄진다. 또 일반적인 제안 절차를 거쳐 관측하기엔 상황이 시급하거나 시간적 제약이 있는 경우 제임스웹 운영 기관인 미국 우주망원경과학연구소(STScI) 소장의 관리자 재량 시간대(DDT)에 관측을 수행하도록 요청할 수도 있다. 이 중 GO는 망원경 할당 위원회를 열어 심사하도록 돼 있다.

제임스웹을 운영하는 STScl에 따르면 지난 10월까지 진행한 4번째 주기의 제안 모집엔 총 2377개 프로젝트가 제안돼 9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는 1931개였던 3번째 주기 제안보다 446개 더 많은 것으로, 제안된 관측시간을 모두 더하면 총 7만8000시간에 달한다. 이 중 우주 초기 은하 관측 연구가 19%로 가장 많았고, 외계 행성 대기 관측과 별 및 항성계 관측이 16%로 뒤를 이었다. 외계 행성계 관측은 12%, 인근 은하 관측은 11%였고 태양계 관측은 6%로 가장 인기가 없는 범주였다.

구혁 기자 gugija@munhwa.com

관련기사

구혁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