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박근혜 실패 속에 활로 불통·독선 탈피와 대연합 절실 미래 정당 탈바꿈 땐 전화위복
보수 정당인 국민의힘이 3중 쓰나미에 휩쓸려 떠내려가는 중이다. 제1파는 계엄 쓰나미다. 젊은 세대는, 6070 세대가 45년이 지난 지금도 기억하는 ‘10·26-12·12-5·18’처럼, 수십 년 뒤에도 국회에 진입한 계엄군의 모습을 떠올릴 것이다. 생중계로 지켜본 세월호 침몰의 안타까운 참상이 10년이 지난 지금도 국민의 뇌리에 생생히 남아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이런데도 친윤 주류는 대충 뭉개고 지나가면 될 것으로 생각한다. 한동훈 등 계엄 반대 세력을 내침으로써 ‘계엄 정당’을 자임하려 든다.
제2파는 지지기반 위축 쓰나미다. 원래 보수 정당은 전국 정당으로서 건국·호국·산업화에 앞장섰고, 3당 합당으로 민주화 세력과 결합했다. 민주화 이후 보수 정당의 전성기는 2008년이었다. 한나라당이 단독 과반인 153석을 얻었고, 보수 성향의 자유선진당이 18석, 친박연대가 14석을 얻었다. 수도권 의원(82명)이 영남(63명)보다 많았다. 그런데 지난 4월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175석, 조국혁신당이 12석을 확보했다. 16년 만에 정반대 상황이 됐다. 국민의힘 지역별 의원 비중도 수도권 19명, 영남 59명으로 뒤집혔다. 현재 추세라면 부산·경남도 무너지고 곧 TK(대구·경북) 정당이 된다. 그럼에도 영남 의석수엔 별다른 변화가 없으니, 그쪽 의원들은 무사태평이다. 민심보다 공천이 주된 관심사가 됐고, 웰빙·기회주의 정당으로 전락했다.
제3파는 분배 쓰나미다. 과거엔 성장으로 분배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었다. 지금은 저성장과 AI 시대가 겹치며 소득·일자리 양극화를 피할 수 없고, 분배 요구는 강해진다. ‘보수는 성장, 진보는 분배’ 프레임을 바꾸지 못하면, 이승만·박정희 신화를 아무리 외쳐도 선거에서 이기기 어렵다.
윤석열의 실패가 보수 정치의 몰락, 대한민국의 추락으로 전이되지 않도록 하는 일이 급선무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정당, 영국 보수당과 미국 공화당의 역사는 좋은 등대다. 모두 보수 정당으로서 200년 가까이 변화에 적극 대응하면서 ‘질서 있는 변화와 발전’을 선도해왔기 때문이다.
영국 보수당은 왕당파 귀족과 지주 계급에 기반을 두고 있었지만, 곡물법 폐기를 통해 곡물 관세를 철폐하고, 불리한 줄 알면서도 유권자를 확대하는 선거법 개정에 앞장섰다. 보수당의 아버지로 불리는 벤저민 디즈레일리는 “오두막이 행복하지 않으면 궁전도 안전하지 않다”면서 노동조합법, 공중위생법, 아동노동금지법 등으로 사회개혁을 주도했다. 비우호적인 노동자·여성 유권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초롱불 강연, 영화 트럭 등 기발한 방법을 궁리해 실행했다.
미국 공화당도 과감한 변신을 피하지 않았다. 20세기 초강대국 미국의 초석을 닦은 시어도어 루스벨트는 지금도 깨지지 않는 최연소 대통령(42세) 기록을 갖고 있는데, 공화당이 산업자본을 대변하고 있었음에도 반독점법(셔먼법)을 강력히 시행해 ‘트러스트 파괴자’ 별명을 남겼다. 미국 역사상 첫 대통령 주재의 노·사·정 회의를 열었고, 세계에서 처음으로 국립공원 지정 제도를 만드는 등 환경보호에도 앞장섰다.
국민의힘은 당명이나 대표를 바꾸는 신장개업으로 위기를 넘을 수 없다. 건물만 다시 짓는 재건축이 아니라, 주변 환경과 기반 시설까지 싹 바꾸는 재개발 방식이어야 한다. 윤석열·박근혜 두 대통령은 모두 불통과 독단으로 자멸했다. 그 반대 방향에 보수 정당의 활로가 있다. 자유민주주의를 지지하는 애국 세력 대연합을 만들어야 한다. 젊은 보수도, 6070 보수도, 아스팔트 보수도, TK 보수도 모두 소중한 자산이다. 서로 손가락질하기에 앞서 나도 책임이 있다는 인식부터 공유해야 한다. 선명한 발언을 쏟아내면 속은 시원하겠지만, 지지 기반은 줄어든다. 계엄 반대 및 탄핵 찬성 여론이 70%를 넘는다. 분노를 가슴에 담고 ‘50%+1표’를 얻도록 해야 한다. ‘화풀이 보수’보다 ‘이기는 보수’가 진짜 보수다.
지금보다 더 나빠질 일도 없는 만큼 과감한 정치 실험을 시도할 적기다. 궁즉통·사즉생 각오로 지지 기반을 넓히고, 21세기형 따뜻한 보수 노선을 제시하는 등 AI 시대 정당을 추구한다면, 전화위복이 될 수도 있다. 그런 가능성만으로도 보수는 재결집하고, 야당과의 맞대결도 해볼 만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