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순혈주의’로 뭉친 정보사

노, 비공식 ‘수사2단’ 진두지휘
전·현직 육사출신 장교들 주축
“전체 한 몸으로 계엄 모의한 듯”


국군정보사령부가 ‘12·3 비상계엄’ 사태에 깊숙이 관여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민간인 신분으로 12·3 비상계엄을 총기획·총괄한 ‘계엄 비선 실세’ 노상원(예비역 소장·육사 41기) 전 정보사령관이 현역 육사 후배인 문상호(소장·육사 50기) 전 정보사령관, 정모 대령, 김모 대령 등과 합세해 치밀히 계엄을 준비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23일 정치권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비호 아래 계엄사령부 비공식 조직인 ‘정보사 수사2단’을 운영하며 계엄을 뒤에서 진두지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보사 전·현직이 포함된 ‘수사2단’은 육사 출신 전·현직 영관급 이상 장교들의 집합체였다. ‘롯데리아 내란 4인방’인 노 전 사령관-문 전 사령관-김용군(학군 24기) 전 군사경찰 대령-정모 대령 등이 컨트롤타워로 구성됐다. 노 전 사령관은 2018년 육군정보학교장 시절 교육생 신분 부하 직원을 술자리 등에서 수차례 강제 추행한 혐의로 구속 기소돼 복역한 전력이 있다. 김 전 대령의 경우 과거 사이버사령부 댓글공작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이를 축소·은폐한 혐의로 처벌받아 군복을 벗었다.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이던 윤석열 대통령이 김 전 대령 사건 수사와 기소를 주도했다.

군 소식통은 “예비역 전과자들이 김 전 장관 비호 아래 근무 인연 등을 내세워 현역 후배들에게 진급 등을 미끼로 ‘친위쿠데타’를 회유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군 안팎에선 정보사가 비상계엄의 핵심 주축으로 움직인 배경으로 소규모 조직의 ‘끼리끼리’ 문화와 순혈주의를 꼽고 있다. 정보사는 군사 정보 수집과 첩보 활동에 특화된 조직으로 군 내 가장 비밀스러운 조직으로 꼽힌다. 상대적으로 작은 조직이지만, 한번 정보사에 진입하면 서로 ‘끌어주는’ 문화가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보사는 특수임무를 한 경험 때문에 전역 후에도 관리 대상이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사령관이 전역 후에도 현역 정보사 후배들에게 영향력을 끼칠 수 있었던 것도 정보사의 이러한 특수성 때문으로 보인다.

군 관계자는 “계엄 관련 전·현직 사조직인 수사2단 멤버 면면을 보면 해·공군 장교는 한 명도 포함되지 않고, 대부분 육군, 그중에서도 육사 출신이 대부분”이라며 “정보사 내부의 육사 순혈주의, 정보 병과 일색으로 예비역과 더불어 조직 전체가 한 몸으로 엮여 계엄을 모의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정보사는 1990년 각 군 첩보부대를 통합해 국방부 직할부대로 창설된 이후, 정보 병과가 아닌 사령관은 단 1명도 없이 순혈주의를 유지해 오고 있다.

정충신 선임기자 csju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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