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크리스마스에 볼만한 그림책 넷

추운 겨울 한복판에 찾아오는 세계인의 기념일 크리스마스. 알록달록 반짝이는 전구로 꾸며진 트리와 새하얀 함박눈부터 순록이 끄는 썰매와 산타가 주는 선물, 그리고 말 구유에 누운 아기 예수님까지. 크리스마스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들은 어른과 아이 할 것 없이 모두에게 설렘을 가져다준다. 꾸며진 트리 아래에서 혹은 포근한 침대맡에서 아름다운 그림과 신비로운 이야기가 담긴 크리스마스 그림책 한 권 펼쳐 보는 건 어떨까? 책장을 펼치면 몰래 숨어서 지켜본 크리스마스를 준비하느라 바쁜 산타의 이야기, 그리고 산타의 썰매를 처음 끌기 시작한 최초의 순록에 관한 비밀이 가득하다. 눈이 오면 꼭 만들어야 할 것 같은 눈사람을 오래 지켜주고 싶은 아이의 마음과 홀로 화려하지 않은 나무인 것 같아 슬픈 소나무의 마음도 오롯하다. 크리스마스와 겨울을 그린 수십 권의 책 중 아이와 어른 모두에게 진한 감동으로 휴일을 채워 줄 그림책 네 권을 엄선해 소개한다.

눈사람 친구와 영원히 함께할 순 없는걸까

■ 눈사람 보관법
허지원 글│허윤지 그림│고래뱃속


눈이 오면 반드시 만들고 싶은 차가운 겨울 친구 눈사람. 아이들은 눈사람에게 눈과 코, 입을 만들어주고 목도리를 둘러 준다. ‘어차피 녹아서 사라지면 끝인데’라고 생각하기엔 그들의 우정이 진하다. 책 속 주인공은 더 오랫동안 눈사람과 함께하고 싶다고, 영원히 친구를 기억하고 싶다고 말한다.

그리고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높은 산꼭대기는 항상 눈으로 덮여 있으니 그곳에 사는 설인에게 다음 겨울까지 눈사람을 부탁해볼까 생각한다. 깊은 바닷속으로 들어가 아주 차가운 곳에서라면 눈사람이 언제나 살 수 있지 않을까 궁금해진다. 아니면 지구의 시계를 돌려 긴 빙하기가 된다면 그렇게 해서라도 우정을 지켜나갈 수는 없을지 간절하게 떠올려 보기도 한다. 물론 모든 일에는 끝이 있고 끝난 뒤에야 배울 수 있는 것들이 있다지만, 기억 속에라도 남겨놓고 싶은 소중한 것들을 책은 떠올리게 만든다. 36쪽, 1만6000원.

밋밋한 소나무에 피어난 ‘아이들의 설렘’

■성탄 나무
장세련 글│용달 그림│책고래


봄이면 많은 나무가 저마다 귀여운 꽃눈을 틔운다. 여름이 가까워올수록 화려하고 아름다운 꽃이 피어나고 가을이면 알록달록 낙엽으로 물든다. 그 모든 계절 동안 못내 서운하고 슬픈 나무가 있으니 뭉툭하고 유달리 화려하지도 못한 꽃을 피우는 소나무다. 스스로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사랑해주지 못하는 소나무의 마음은 책을 읽는 어른이라면 수없이 경험해본 마음이다.

그러나 식물원을 찾은 지역 아동센터 아이들은 단숨에 평범한 소나무를 마음에 품는다. 반짝이는 별과 방울, 전구로 꾸며진 나무는 아이들의 마음을 환하게 비춘다. 책은 모두에게 자신만의 길이 있으며 그 길 위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아마도 모두를 가치 있게 만들어 주는 것은 서로를 향한 애정과 관심, 그뿐이면 족하다는 것을 소나무는 이미 알고 있을 것만 같다. 44쪽, 1만5000원.

‘붉은 코 순록’은 어쩌다 썰매를 끌게 됐을까

■ 산타의 첫 번째 순록 대셔
매트 타바레스 글·그림│제이픽


크리스마스에 산타만큼 신비로운 대상이 있다면 ‘붉은 코 사슴’으로 널리 알려진 썰매 끄는 순록일 것이다. 책은 순록들이 어떻게 산타의 썰매를 끌게 되었는지 시초의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들려준다. 낮엔 서커스단에서 구경거리가 되고 밤에는 짐마차를 끌어야 했던 순록 대셔는 힘들 때마다 엄마가 들려주던 고향 이야기를 떠올린다. 엄마 순록은 고향의 상쾌하고 차가운 공기, 하얀 눈이 덮인 고향에서는 북극성이 아름답게 빛났다고 했다.

대셔는 더 큰 자유와 꿈을 찾아 북극성의 빛을 쫓아가기 시작한다. 어둡고 두려움 가득한 숲속에서 울리는 방울 소리에 걸음을 옮기곤 곤경에 처한 한 사람을 만난다. 바로 산타였다. 어린아이들에게 장난감을 전해주고 크리스마스를 희망으로 빛나게 하려는 산타의 일을 돕기로 한 대셔. 그가 바로 최초의 썰매 순록인 것이다. 책장을 덮으면 누군가에게 희망을 전해주는 일의 숭고함이 고스란히 전해져 온다. 40쪽, 1만8000원.

성탄 전야, 굴뚝 위 산타의 선물배달 비법은

■ 크리스마스 전날 밤
클레멘트 클라크 무어 글│로저 뒤바젱 그림│창비


1820년대 클레멘트 클라크 무어는 아픈 딸을 위로하기 위해 쓴 동명의 시를 통해 산타클로스를 빨간 옷을 입은 흰 수염의 뚱뚱한 할아버지로 묘사했다. 그렇기에 오늘날 산타클로스의 이미지를 최초로 만들어 낸 인물로 추측되곤 한다. 로저 뒤바젱은 1954년 풍부한 색채감으로 그림책을 펴냈고 책은 반세기 넘는 시간 동안 아이들과 크리스마스를 함께 보내고 있다.

세로로 길쭉한 책은 굴뚝의 모습을 표현하는 일에 제격이다. 산타는 대체 어느 틈에 굴뚝을 내려와 선물을 두고 가는 걸까? 그 비밀이 책에 담겼다. 달그락 소리에 부리나케 창문으로 달려가서 본 아빠는 밝은 불빛을 비추며 공중을 날아오는 산타의 모습을 발견했다고 한다. 비밀스럽게 선물을 남기고 이미 모두 알고 있다는 듯 입술 앞에 비밀을 지켜달라는 손가락을 펼쳐 보이는 산타는 아이들의 동심을 지켜내고 싶은 어른의 오래된 마음을 보여준다. 40쪽, 1만6800원.

장상민 기자 joseph0321@munhwa.com
장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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