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 사상 세 번째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을 앞둔 지난 22일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청사 앞에서 경찰들이 경비를 서고 있다.  뉴시스
헌정 사상 세 번째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을 앞둔 지난 22일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청사 앞에서 경찰들이 경비를 서고 있다. 뉴시스


■ 10문10답 - 헌법재판소

1948년 헌법위원회가 시초
기본권 보호 차원서 재탄생
현대사 고비마다 ‘헌정 이정표’

누적 사건접수 5만2298건에
헌법소원 심판이 전체 77%

盧 탄핵 ‘기각’ … 朴은 ‘파면’
신행정수도 특별법은 ‘위헌’
美·佛, 의회에 탄핵심판 권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지난 14일 국회를 통과하면서 윤 대통령 파면 여부는 헌법재판소의 손으로 넘어갔다. 이날 본회의에서 탄핵소추안은 재적 의원 300명 전원이 참석해 찬성 204표, 반대 85표로 가결됐다. 같은 날 오후 6시 15분 국회 탄핵소추 의결서가 헌재에 접수되면서 헌정사상 세 번째 대통령 탄핵심판의 막이 올랐다. 윤 대통령 탄핵사건의 사건번호는 ‘2024헌나8’, 사건명은 ‘대통령(윤석열) 탄핵’이다. 헌법재판소법에 따르면 헌재는 180일 이내에 탄핵심판 사건을 선고해야 하고, 헌법은 헌재가 대통령 파면을 결정하면 60일 이내에 대선을 치르도록 규정하고 있다. 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또 한 번 한국 대통령과 정치의 향배를 판가름할 헌재에 대해 알아본다.

1. 헌재는 어떻게 만들어졌나

헌재의 시초는 1948년 제헌헌법 제81조에 따라 설립된 헌법위원회다. 당시 헌법위는 위헌법률심판권만 가지고 있었으며 부통령을 위원장으로 하고 대법관 5명, 국회의원 5명이 위원을 겸직했다. 제4공화국, 제5공화국에서도 헌법위가 구성됐지만 위헌법률심사를 한 사례는 한 차례도 없었다. 현재의 헌재는 1987년 6월 항쟁을 통한 개헌 과정에서 헌법재판을 독립적, 전문적으로 수행할 헌법기관의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탄생했다. 이전 경험에 비춰 헌법위나 대법원에 헌법재판을 맡기는 것이 국민 기본권 보호에 미흡하다는 판단 아래 1988년 9월 1일 헌재법이 발효되고 같은 달 15일 초대재판관 9명이 임명됐다. 1993년 기존 을지로청사에서 현재 자리인 종로구 재동 청사를 완공해 이전했다.

2. 재판관·소장 선출은 어떻게 하나

헌재 헌법재판관 정원은 헌법 제111조 2항에 따라 9명으로 정해져 있으며 대통령에 의해 임명된다. 재판관 9명 중 3명은 대통령이 지명하지만 같은 조 3항에 따라 3명은 국회 선출, 3명은 대법원장이 지명토록 했다. 헌재법 제6조 2항에 따라 임명 전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치지만 임명과정에서 꼭 국회 동의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재판관은 판사·검사·변호사 및 변호사자격을 보유한 국가기관 또는 공공기관 법률사무 종사자, 변호사자격을 보유한 대학 법학교수 등에 15년 이상 재직한 40세 이상 국민 중에 임명할 수 있다. 임기는 6년으로 연임할 수 있지만 70세가 정년이다. 소장은 재판관 중 국회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 별도 임기규정이 없어 재판관으로서의 임기 동안만 헌재소장 역할을 맡는다.

3. 헌재가 맡는 헌법재판 종류는

헌재가 수행하는 헌법재판 종류는 크게 위헌법률심판·탄핵심판·권한쟁의심판·정당해산심판·헌법소원심판 등 5가지로 분류된다. 먼저 위헌법률심판은 국회가 제정한 법률이 헌법에 합치하는가를 심판해 위반된다고 판단되면 효력을 상실하게 하는 제도다. 탄핵심판은 대통령이나 국무총리, 국무위원 등 공직자가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했을 경우 탄핵절차를 통해 심판한다. 권한쟁의심판은 국가기관 간 또는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 간 권한 다툼이 발생했을 때 이를 심사해 해결한다. 정당해산심판은 헌법에 어긋나는 정당의 해산 여부를 심사한다. 헌법재판 중 가장 많은 77% 비중을 차지하는 헌법소원심판은 공권력에 의해 헌법상 보장된 국민 기본권이 침해된 경우 헌재에 제소해 침해된 기본권의 구제를 청구하는 제도다. 자연인은 물론 법인도 헌법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

4. 헌재가 36년간 처리한 사건 통계 및 주요사건은

헌재가 문을 연 이후 누적 사건 접수 건수는 5만2298건, 처리 건수는 5만895건에 달한다. 이 가운데 위헌결정이 내려진 사건은 2168건으로 집계됐다. 최근 5년간 월평균 접수 및 처리 건수는 각각 234건, 229건이다. 헌재가 처리한 주요사건으로는 윤 대통령에 앞서 탄핵소추된 노 전 대통령과 박 전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을 비롯해 신행정수도 건설을 위한 특별조치법 위헌 확인 사건, 통합진보당 해산 사건 등이 꼽힌다. 노 전 대통령과 박 전 대통령 탄핵심판은 각각 기각, 인용(파면) 선고가 내려졌으며 신행정수도 특별법 위헌심판에서는 “서울이 수도라는 것은 관습 헌법”이라며 헌법을 개정하지 않은 행정수도 이전은 위헌으로 결정됐다. 헌정 사상 초유의 정당해산심판이자 접수 문건만 628건, 17만 페이지에 달해 각각 사상 최대를 기록했던 통합진보당 해산 심판은 1년 1개월 만에 해산 결정으로 마무리됐다.

5. 탄핵심판 절차는 어떻게 진행되나

대통령 탄핵심판은 국회가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탄핵소추 의결을 하면서 시작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탄핵소추 의결서 정본을 헌재에 제출하면 대통령 권한이 정지되고 탄핵심판이 개시된다. 헌재는 사건을 전원재판부에 회부하고 주심재판관 1명, 수명재판관 2명, 재판장 1명을 각각 지정해 심리에 착수한다. 변론준비기일에는 증거목록을 제출하고 양측이 변론 방식을 결정하는데 피소추인인 대통령의 출석 의무는 없다. 본격적인 심리를 하는 변론기일에는 원칙적으로 피청구인이 출석해야 하지만, 출석하지 않아도 심리는 진행된다. 재판관들은 변론기일 전후로 평의를 열고 탄핵심판에 대한 의견을 교환한다. 재판관 전원이 참석해 결정문 초안을 작성, 접수 기준 180일 이내에 최종 선고한다. 헌법재판관 6명이 찬성하면 대통령이 파면된다.

6. 노무현·박근혜 탄핵심판 결과는

노 전 대통령은 2004년 3월 12일 선거중립 의무 위반 등을 이유로 탄핵소추안이 가결(재적 271명 중 193명 찬성)됐다. 헌정 사상 첫 대통령 탄핵심판에 나선 헌재는 7차례 변론·11차례 재판관 평의를 거쳐 같은 해 5월 14일 탄핵소추안을 기각했다. 헌재는 “헌법과 법률을 위반했지만 파면할 정도로 중대하지 않다”고 봤다. 노 전 대통령은 즉시 직무에 복귀했고, 2008년 2월까지 임기를 채웠다. 국회는 2016년 12월 9일 박 전 대통령에 대해 직권남용 등을 이유로 탄핵소추안을 가결(재적 300명 중 234명 찬성)했다. 대통령 권한대행은 황교안 국무총리가 맡았다. 헌재는 17차례 변론과 8차례 평의를 거쳐 이듬해 3월 10일 박 전 대통령을 파면하는 결정을 내렸다.



7. 재판관 6인 체제에서도 탄핵심판 가능하나

헌재의 사건 심리는 원칙적으로 재판관 7인 이상이 참가해야 한다. 하지만 헌재가 최근 관련 조항의 효력을 정지하는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는 방식으로 6인 체제에서도 심리·변론이 가능하게 됐다. 헌재가 6인 체제에서 탄핵심판 결정까지 내릴 수 있는지는 논란이다. 탄핵심판 결정을 하려면 6인 이상 찬성이 필요한데 6인 체제에서는 만장일치로만 가능하다. 이에 따라 헌재가 현재 같은 6인 체제에서 윤 대통령 탄핵심판에 대해 인용 또는 기각 결정을 내리면 정당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이번 탄핵심판의 재판장인 문형배 헌재소장 대행과 수명재판관인 이미선 재판관 임기가 내년 4월 만료되기 때문에 재판관 임명이 계속 지연되면 결정뿐 아니라 심리도 불가능해진다.



8. 국회 몫 재판관 임명 논의 상황은

여야는 국회 추천 몫 재판관 3명의 임명을 놓고 팽팽한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야당 단독으로 재판관 인사청문회를 진행하고 있다. 23일에는 민주당이 추천한 정계선(55·사법연수원 27기)·마은혁(61·29기) 후보자 인사청문회, 24일에는 국민의힘이 추천한 조한창(59·18기) 후보자 청문회를 개최했다. 민주당은 인사청문회가 끝나면 곧장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채택하고 오는 26일 본회의에서 선출안을 처리한다는 계획이다. 민주당은 국회가 선출안을 처리하는 즉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재판관을 임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국민의힘은 한 권한대행에게 재판관 임명 권한이 없다며 인사청문 절차를 거부했다. 국민의힘은 “대법관과 헌법재판관 임명은 국가원수 지위에서 나오는 것이기에 권한대행으로서는 불가능하다”고 강변하고 있다. 민주당이 재판관 선출안을 강행 처리하면 즉시 헌재에 권한쟁의심판을 제기한다는 방침이다.

9. 탄핵심판 인용 또는 기각되면 어떻게 되나

탄핵심판이 인용되면 윤 대통령은 파면된다. 이 경우 헌법 제68조 2항에 따라 60일 이내에 대선이 치러져야 해 곧장 대선 국면으로 돌입한다. 앞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은 2017년 3월 10일 인용됐고, 5월 9일 19대 대선이 실시됐다. 대통령이 가진 불소추 특권은 ‘현직 대통령’에 한해 윤 대통령이 파면되면 내란죄 외 다른 범죄로도 기소될 수 있다. 반면 탄핵심판이 기각되면 윤 대통령은 곧장 대통령 직무에 복귀한다. 하지만 내란죄는 대통령의 불소추 특권 범위 밖인 만큼 기소되거나 관련 재판을 받을 수도 있다. 동일 사안으로는 헌재가 다시 탄핵심판을 할 수 없지만 국회가 다른 이유로 윤 대통령을 탄핵 소추하면 또 다른 탄핵심판이 시작될 수도 있다.

10. 해외에도 헌재와 유사한 기구 있나

전 세계 국가들은 한국처럼 헌법재판 담당 별도기관을 둔 국가와 대법원이 헌법재판 업무를 겸하는 국가로 나뉜다. 독일·오스트리아·프랑스·이탈리아 등 90여 개국은 한국의 헌재처럼 별도의 헌법재판 담당 기관을 두고 있지만 미국·캐나다·호주·일본 등 50여 개국은 대법원이 헌법재판도 맡는다. 별도 헌법재판 기관을 둔 국가는 1990년대 중반까지 50여 개국에 그쳤으나 이후 동유럽과 아프리카, 중미 국가들을 중심으로 늘어났다. 헌재를 별도 설치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재판의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고, 전문성을 증진하는 등 장점이 많다는 평가다. 다만 헌재가 대통령 탄핵을 최종 심판하는 국가는 많지 않다. 독일·이탈리아·오스트리아는 사법기관을 탄핵심판기관으로 두고 있고 미국·프랑스와 중남미국가들은 탄핵을 정치적 책임을 묻는 제도로 보고 의회가 탄핵소추·심판 권한을 모두 갖고 있다.

강한·황혜진·민정혜 기자
강한
황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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