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결혼했습니다 - 손대현(32)·김은솔(여·28) 부부
“키가 어떻게 되세요?” “180㎝요.”
헬스장에서 아르바이트하던 저(은솔)는 실없는 농담을 하는 남편을 뚫어지게 봤던 기억이 나요. 그도 그럴 게 남편 키는 170㎝도 안 됐거든요. 그 뒤로도 내내 자꾸 실없는 농담을 하는 걸 보면서 ‘아, 이 사람은 좀 이상한 사람이구나’ 싶었어요. 하지만 그 덕분에 부쩍 친해져 나중엔 집에 같이 돌아가기도 하고, SNS 계정을 주고받으며 연락하는 사이까지 발전했답니다.
저희 둘은 4년 가까이 좋은 오빠 동생으로 지냈습니다. 사실 전 이미 남편에게 푹 빠져 있었지만요. 함께 호프집에 갔을 때인데, 제 물 잔이 빌 때마다 남편이 칼같이 물을 따라놔 주는 거예요. 그 모습을 보며 다정한 사람이라고 생각했고, 그때부터 계속 제 마음을 고백했어요. 문제는 남편이 계속 거절하는 것이었죠. 남편은 친한 동생을 잃을까 봐 받아주지 않았다고 하더라고요.
하루는 제가 또 술을 마시고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어요. 그러고는 사귀지도 않는 상태인데 대뜸 결혼하자고 했죠. 그러자 남편은 뜬금없이 겨울 바다를 보러 가자고 하더라고요. 바다를 다녀오는 차 안에서 남편은 제게 고백했고, 저는 남편과 바라마지 않던 연애를 시작할 수 있었어요.
연애하다 한 번 크게 다퉈서 헤어진 적이 있어요. 헤어졌던 8개월 동안 살이 5㎏이나 빠질 정도로 힘들었는데, 다시 만난 남편은 대뜸 저에게 “난 너와 싸울 준비가 됐다”고 하더라고요. 무슨 소리인가 싶었는데, 이제 서로의 갈등을 회피하지 않고 대화로 풀어가겠다는 뜻이었어요. 결국, 서로 의견을 타협해 가며 만나다 보니 어느새 저희는 부부가 됐답니다.
최근에는 명령조인 제 말투 때문에 다툼이 있었는데요. 유치원 교사인 제 직업 특성이 그렇다는 걸 깨달았어요. 남편은 절 이해해줬고, 저 역시 말투를 조심하면서 좋은 부부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랍니다.
sum-la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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