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혼했습니다 - 박구동(47)·주은영(여·46) 부부

저(은영)와 남편은 비혼주의자였어요. 그러던 중 2022년 6월, 공통 지인 소개로 남편을 만나게 됐어요. 저나 남편 모두 연애나 결혼에 대한 절실함이 없었기 때문에 한 달 정도 연락만 주고받다가 가볍게 만나보기로 했답니다.

저와 남편은 모두 술을 즐긴다는 공통점이 있었어요. 오후 5시에 만나 다음 날 새벽 1시까지 한자리에서 계속 술잔을 부딪쳤죠. 남편은 제 첫인상이 굉장히 차가웠다고 해요. 제가 25년 차 직장인이다 보니 깔끔한 정장 스타일로 나갔던 데다, 말투도 똑 부러져서 그렇게 느껴졌나 봐요. 그런데 남편이 저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계기가 생겼어요. 소개팅 날, 헤어질 때 보니 제가 가져온 우산이 없어진 거예요. 친구에게 받은 거라 매우 아끼던 거라서 울상을 지었거든요. 남편은 그 모습을 보면서 인간적이고 귀여운 매력을 느꼈다나요? 하하. 남편은 제가 슬퍼하는 모습을 보고 저를 집에 데려다준 뒤, 가게에 다시 한 번 찾아가기까지 했더라고요.

다섯 번째 만남에서 남편이 고백해 연인이 된 저희는 빠르게 결혼 준비에 들어갔어요. 이 사람과 살면 평생 후회하지 않겠다는 확신을 만들어 준 것은 바로 엽서 한 통이었어요. 연인이 되고 나서 처음으로 떠난 여행에서 ‘느린 우체통’에 서로 엽서를 보낸 적이 있어요. 보낸 엽서를 6개월 뒤에 받아보는 거였죠. 시간이 흘러 받아본 편지에는 고백하던 순간부터 결혼을 결심했다는 진솔한 마음이 담겨 있더라고요.

시어머님께서도 저희 결혼을 전폭 지지해 주셨어요. 전에 시어머님께서 결혼 안 한다는 남편이 걱정돼 용한 곳에서 점을 보신 적이 있다는데요. 거기서 걱정하지 말라며 2023년 초에 여자를 인사시킨다고 했다는 겁니다. 천생연분이라 결혼은 물론, 백년해로한다고도 이야기한 덕분에 저희 결혼은 일사천리로 진행됐죠. 이제 부부가 된 지 1년 남짓. 아직 부부란 명칭이 어색하지만 서툴더라도 서로에게 익숙해지며 행복하게 살고 있습니다.

sum-la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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