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관광 관련 미디어들이 몇 년 전부터 해마다 ‘인기 없는 여행지’ 순위를 발표하고 있습니다. 이른바 ‘낫 핫 리스트(Not Hot List)’입니다. 진짜 형편없는 여행지를 고르는 건 아니고, 관광자원과 여건은 충분한데 관광객은 없는, 말하자면 ‘과소평가된 곳’의 리스트입니다.

올 한 해 전 세계 여행객이 여행에 쓴 돈은 자그마치 11조1000억 달러(1경6200조 원). 돈은 고르게 잘 분배되지 않습니다. 프랑스와 스페인, 이탈리아를 포함한 몇몇 시장에 집중 투하됩니다. 대부분 과잉관광 폐해로 현지 주민들이 관광객에게 돌을 던지거나 ‘오지 말라’고 손사래를 치고 있는 나라들입니다.

영국의 여행트렌드 예측기관 글로브트렌더가 뽑은 ‘인기 없는 여행지’ 순위가 있습니다. 1위를 차지한 곳은 파키스탄의 길기트-발리스탄입니다. 고산지대의 외딴 마을을 지나는 한적한 트레킹 코스가 그곳에 있다는군요. 가나의 아크라, 그린란드의 케케스타르수아크와 베네수엘라 루푸누니 사바나도 금시초문인 곳입니다.

인기 없는 여행지 순위를 발표하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과소평가된 곳의 리스트는 여행이 가져오는 경제적 문화적 혜택을 좀 더 많은 지역사회가 얻을 수 있도록 하자는 권유입니다. 여행자에게 ‘책임감 있는 여행’의 실천을 촉구하는 일이기도 하겠지요. 단순하게 정리하면 해결책은 ‘분산’이고, 문제는 ‘관광객의 쏠림현상’이겠지요.

아직 절대 외래관광객 수가 적은 우리의 여행지 쏠림 현상은, 세계적인 관광대국에 비할 바는 아닙니다. 이건 좀 다른 경우인데, 극심한 쏠림현상이 있는 곳이 있습니다. 이른바 ‘맛집’입니다. 지역마다 인기 있는 맛집 앞에는 줄이 깁니다. 미식 경험도 좋지만 ‘아침에 줄을 서야 겨우 점심을 먹을 수 있는 곳’을 보면, 도가 좀 지나치다는 느낌입니다.

긴 줄에 선 제 모습을 찍어 SNS에 자랑하는 이들도 있고, 식당 앞의 줄을 ‘웨이팅(줄서기) 공동체’라며 문화적 현상으로 보는 경우도 있지만, 아무래도 ‘사회적 낭비’가 아니냐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비용이나 시간을 고려한다면 ‘훨씬 더 나은 선택’이 될, 옆집 식당이 개점휴업인 경우를 보면 그런 마음은 더 합니다. 갈수록 이른바 ‘핫’한 식당의 줄은 더 길어지는 듯합니다. 누군가 식당판 ‘낫 핫 리스트’를 만들어줄 수는 없을까요. 진짜 형편없는 곳 말고 식재료도, 맛도 좋은데 과소평가된 식당을 소개하는 그런 리스트 말입니다.
박경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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