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1) 선택은 책임의 동의어
■ 사기
법 어긴 가족 감싸는 건
천륜 따랐지만 ‘소의’
인정하고 대가 치르면
사회 우선하는 ‘대의’
한해 확실히 정리하고
새해 정갈히 맞았으면

올곧음에 대한 견해차가 극명하게 드러나 있는 일화이다. 여기서 공자의 견해를 긍정하는 쪽은 아버지와 아들은 천륜으로 맺어진 관계인 만큼, 천륜을 중시하여 아버지의 죄를 아들이 숨겨줌이 마땅하다는 논리를 내세운다. 따지고 보면 인간사회의 모든 윤리와 법은 천륜을 바탕으로 하고 있으므로 천륜을 어기면서 법을 지키는 것은 아니라고도 한다. 섭공을 지지하는 쪽은 천륜을 중시한다고 하여 타인에게 피해를 줘도 되는 것은 아니며, 나아가 사람이 사회를 이루고 함께 사는 한 무엇보다도 법을 우선하여 지킬 필요가 있다고 한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면서 동시에 누군가의 부모이자 자식이다. 하여 법과 천륜 모두를 따르고 중시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도 공자는 천륜에 치우쳐서 말을 했다. 어느 한쪽으로도 치우치지 않는 중용을 강조했던 그답지 못한 모습이다. 물론 공자를 옹호할 여지가 없지는 않다. 섭공이 말한 올곧은 자가 관리, 그러니까 공직자가 아니었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그가 관리였다면, 그래서 공직자임에도 아버지의 범죄를 숨겨주었다면 공자도 판단을 달리했을 수 있다. 평민이라고 전제했기에 공자가 그렇게 한쪽으로 치우쳐서 말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만약 관리였다면 공자는 어떻게 말했을까? 그 답은 공자의 적통을 이었다고 자부한 맹자의 언급에서 찾아볼 수 있다. 하루는 제자 도응이 순임금의 아버지가 살인을 했다면 순임금은 어떻게 했을 것인지를 맹자에게 여쭈었다. 그러자 맹자는 사법관 몰래 아버지를 업고 도망쳐 바닷가로 가서 평생 살았을 것이라고 대답했다. 당시 바닷가는 문명의 혜택과는 거리가 한참 먼 오지였다. 그런 곳이라도 마다하지 않고 순임금은 임금 자리에서 물러나 아버지와 숨어 사는 길을 선택할 것이라는 얘기다. 여기에는 이러한 관점이 투영되어 있다. 곧 임금도 엄연히 공직자인 만큼 법을 어기고 살인자 아버지를 살리고자 한다면, 제아무리 임금이라 할지라도 공직에서 사퇴하고 평생 험한 곳에서 불편하게 살아가는 등의 대가를 치러야 마땅하다는 관념이 그것이다.
이는 맹자만의 견해는 아니었다. 한자권 불세출의 역사서인 ‘사기’를 완성한 사마천도 생각이 다르지 않았다. 공직자로서 범죄를 저지른 가족을 숨겨주는 행위를 택한다면 그 대가를 확실하게 치러야 한다는 관점이 도도한 전통으로 형성되었음이다. 사마천은 “법과 이치를 잘 따른 관리”의 사적을 다룬 ‘순리열전’에서 석사라는 관리를 역사에 새겨 넣었다. 춘추시대 초나라의 재상이었던 석사는 살인한 아버지를 도망치게 한 후 군주에게 자신의 죄를 고백하였다. 이에 군주는 그간의 공로를 감안하여 그의 죄를 사하여 주었다. 그럼에도 석사는 자결함으로써 법을 어기고 살인자 아버지를 살려준 대가를 치렀다.
맹자나 사마천은 천륜을 따르느라 범하게 된 죄일지라도 그 대가는 반드시 치러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여기서 천륜을 따른다는 것은 가족을 사회보다 우선시한다는 것으로 ‘작은 의로움(小義)’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에 법을 지킨다는 것은 가족보다 사회를 우선시한다는 것으로 ‘큰 의로움(大義)’이라 할 수 있다. 결국 맹자나 사마천은 공직자가 작은 의로움을 지키느라 큰 의로움을 범했다면 그 대가가 결코 작지 않음을, 그리고 반드시 치러야 함을 강조한 셈이다.

김월회 서울대 중어중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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