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eadership
TSMC의 특별한 리더십 계승
베이징 = 박세희 특파원 saysay@munhwa.com
TSMC는 철저히 엔지니어가 중심인 기업이다. 공학 박사 출신인 3명의 전·현직 회장들은 고강도 기술 혁신과 연구·개발(R&D)을 통해 TSMC를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으로 키워냈다.
TSMC 설립자이자 초대 회장인 모리스 창(張忠謀·장중머우·93)은 인문학도에서 엔지니어로 진로를 바꾼 케이스다. 1949년 미국 하버드대에 입학한 그는 호메로스와 셰익스피어의 작품에 빠져 작가를 꿈꿨지만 가족을 부양해야 하는 현실적 이유로 매사추세츠공대(MIT)에 다시 입학해 기계공학 학사와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이어 스탠퍼드대에서 전기공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대만으로 돌아와 TSMC를 세웠던 그는 74세였던 2005년 고령을 이유로 은퇴했으나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회사가 어려워져 CEO로 다시 복귀했고 2018년 87세의 나이로 은퇴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물러났다 다시 회사로 돌아간 경험으로 그는 기업이 오래 가기 위해서는 전문성을 지닌 리더십의 안정적인 승계가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고, 은퇴하기 전 공학 박사 출신 지도자들로 ‘투톱 체제’를 구상했다.
창 전 회장이 2018년 6월 회사 경영에서 공식 퇴진한 후 TSMC는 류더인(劉德音·70) 전 회장, 웨이저자(魏哲家·66) CEO의 투톱 체제로 유지됐다. 류 전 회장은 미국 UC버클리 전기학 박사 출신으로 인텔과 AT&T에서 10년간 경력을 쌓은 뒤 1993년 TSMC에 입사했다. 그는 대만을 넘어 미국, 일본, 독일까지 영역을 확장해 TSMC를 글로벌 기업으로 만든 1등 공신이란 평가를 받는다. 류 전 회장은 지난 6월 “이제 가족과 시간을 보내고 싶다”며 자리에서 물러났다.
현재 TSMC를 이끌고 있는 웨이 회장 역시 공학 박사 출신으로, 대만 명문 국립교통대에서 전자공학 학사·석사를 졸업한 후 미 예일대에서 전기공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텍사스 인스트루먼트(TI),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와 차터드반도체(현 글로벌 파운드리)를 거쳐 1998년 TSMC에 합류했다. 류 전 회장과 함께 TSMC를 이끌었던 그는 류 전 회장이 물러난 6월부터 CEO와 회장직을 겸하기 시작했다. 투톱 체제가 6년 만에 막을 내리고 웨이 회장 단독 경영 시대를 시작한 것이다. 창 전 회장에 이어 류 전 회장, 웨이 회장 모두 미국에서 공학 박사 학위를 받고 미국 반도체 기업을 거쳐 TSMC에서 일하기 시작한 공통점을 갖고 있는데, 이는 반도체 기술을 잘 이해하는 동시에 미국 반도체 기업들과 협업하기에 유리하다는 평을 받는다.
TSMC는 기업문화 역시 엔지니어 중심으로 돌아간다. 한 예로 TSMC의 장비 구매 관련 사안은 과장급 이상 관리자로 구성된 장비구매선정위원회에서 결정하는데, 결정의 근거가 되는 평가보고서와 각종 자료들을 생산 라인의 엔지니어들이 작성한다. 사실상 엔지니어들이 장비 구매를 결정할 권한을 갖는 것이다. TSMC 내 엔지니어들의 역할은 엔지니어링을 넘어 전략적 의사 결정까지 확장돼 있으며, 회사는 엔지니어들의 리더십 역량을 강화할 수 있도록 각종 교육 프로그램과 기회를 제공한다. 엔지니어들은 기술 포럼 및 국제 콘퍼런스 참여가 권고된다.
TSMC 리더십은 특별한 리더십 계승 프로그램을 통해 이어졌다. ‘1대 1 멘토링’ ‘로테이션 프로그램’ 등이 그것이다. 창 전 회장은 잠재력 있는 젊은 임원들을 직접 선발해 1대 1 멘토링을 실시했다. 업무 스킬뿐 아니라 경영 철학과 의사결정 과정, 위기 대처 방식 등을 상세히 공유해 임원들을 훈련시켰다. 로테이션 프로그램도 운영해 임원들을 주기적으로 다른 부서에서 순환 근무하게 했다. 회사 전체 운영 구조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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