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무안 제주항공 참사 - 해외 전문가들 의문 제기
“새 부딪혀도 엔진 작동 가능”
“콘크리트 벽 설치한 건 범죄”
‘12·29 무안공항 제주항공 참사’ 원인을 놓고 조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해외 전문가들은 사고 발생에 있어 의문점이 적지 않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현재까지 조류 충돌에 의한 사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지만 일반적으로 조류 충돌 이후 바로 엔진이 꺼지지 않는다는 점, 안전한 바다 착륙이 아닌 서둘러 육지 배면 착륙에 나섰다는 점, 활주로 끝에 콘크리트 벽이 설치돼 충돌이 발생했다는 점 등이 석연치 않다는 것이다.
29일(현지시간) 호주의 항공안전 전문가인 제프레 델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조류 충돌로 랜딩 기어가 작동하지 않는 경우를 본 적이 없다”며 조류 충돌로 인한 작동 정지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항공전문가이자 에어라인 뉴스의 편집자인 제프리 토머스도 “일반적으로 조류 충돌 그 자체로 비행기 손실이 발생하지 않는다”며 조류 충돌이란 추락 원인에 의구심을 제기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와 연방항공청의 전임 사고 조사관인 제프 구제티의 발언을 인용해 “다양한 수역으로 둘러싸인 무안공항에서 안전한 바다 착륙이 아닌 서둘러 배면 착륙을 시도한 것은 의문”이라고 전했다. 호주 항공 컨설턴트인 트레버 젠슨은 프랑스24와의 인터뷰에서 여객기가 활주로에 부딪힌 후 왜 감속하지 않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활주로 끝에 콘크리트 벽이 설치돼있는 점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영국의 저명한 항공 안전 전문가인 데이비드 리어마운트는 스카이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활주로 끝에 있는 유도 시스템을 지탱하던 벽과의 충돌이 참사의 “결정적인 순간”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비행기 착륙 당시 탑승객 생존 가능성이 높았지만 활주로 끝의 벽 때문에 참사가 발생한 것”이라면서 “오버런(항공기가 착륙 후 활주로를 벗어나는 것)을 대비해야 하는 활주로의 끝 200m 지점에 벽이 설치된 것은 본 적이 없다. 이것은 범죄”라고 비판했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무안공항 참사 원인 조사에 미 국가교통안전위원회와 연방항공청이 참여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한편 항공기 조류 충돌은 매년 증가하고 있지만 사망이나 중상으로 이어지는 인명 피해는 드문 것으로 나타났다. 미 연방항공청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미국에서 야생동물이 민간 항공기에 충돌했다는 신고 건수는 1만9367건에 달했다. 하지만 1988∼2023년까지 35년간 전 세계 민간·군용 항공기 야생동물 충돌로 사망한 사람은 491명이었고 항공기 손실은 350대에 불과했다.
황혜진 기자 best@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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