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무안 제주항공 참사 - 긴박했던 사고 순간
관제탑 ‘조류충돌 경고’ 2분뒤
기장이 ‘긴급 구조 요청’ 보내
랜딩기어 안 펴진 채 동체착륙
활주로 끝 외벽 충돌하며 전소
항공사고 희생자수 역대 3번째
179명이라는 국내에서 발생한 항공 사고 역사상 최다 사망자를 낳은 ‘12·29 무안공항 제주항공 참사’는 단 6분 만에 모든 일이 벌어졌다. 전남 무안국제공항 관제탑이 착륙을 시도하려는 항공기에 조류 충돌(버드 스트라이크)을 경고한 지 2분이 채 안 돼 조종사는 ‘메이데이(조난 신호)’를 선언했고, 그로부터 4분 뒤 비상착륙 과정에서 랜딩기어가 내려오지 않아 공항 외벽에 충돌하게 된 것이다.
30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무안공항 관제탑은 사고 당일인 29일 오전 8시 57분쯤 제주항공 7C2216편(B737-800 기종)에 ‘조류 충돌 경고’를 보냈다. 이 경고는 규모가 큰 새떼나 덩치가 큰 새가 항공기 근처에서 포착됐을 때 내려진다. 약 2분 뒤 사고기 기장은 기체에 이상을 포착하고 8시 59분쯤 ‘메이데이’를 선언했다. 버드 스트라이크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의심되는 불꽃이 비행기 오른쪽 엔진에서 피어오른 것이다. 사고 당시 주변에 있던 목격자들은 비행기 오른쪽 날개에서 한 차례 불꽃과 함께 연기가 피어올랐다고 전했다. 사고 당시 촬영된 영상 등에서도 착륙 직전 비행기 엔진에서 연기가 나는 모습이 관찰됐다. 국토부는 관제탑의 경고 후 2분도 안 돼 날아든 조류는 숙련된 기장이라도 피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고기 조종사들은 각각 기장 6823시간, 부기장 1650시간의 비행 경력이 있었다.
메이데이 선언 후 9시 3분쯤 사고기는 당초 착륙하려던 활주로 방향(01활주로)의 반대쪽에서 진입하는 19활주로를 통해 착륙을 시도했다. 그러나 착륙에 필요한 랜딩기어(비행기 바퀴)가 내려오지 않으면서 불가피하게 고난도의 기술이 요구되는 동체 착륙을 시도했다. 이후 활주로 끝 외벽에 충돌하면서 기체가 화염에 휩싸였다. 국토부는 랜딩기어 고장이 버드 스트라이크로 인한 것이냐는 질문에 “통상적으로 엔진 이상이 랜딩기어 고장과 연동되는 경우는 없다”며 “충돌로 인한 기체 오작동 등의 상황을 포함해 여러 가능성을 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참사에서 총 탑승자 181명(승객 175명, 승무원 6명) 중 구조된 승무원 2명을 제외하고는 전원 사망한 것으로 파악됐다.
역대 국내 항공기 사고 가운데 1983년 대한항공 격추 사건(269명 사망), 1997년 대한항공 괌 추락사고(229명 사망)에 이어 희생자가 3번째로 많은 항공 사고다.
여객기 탑승객들이 사고 직전 가족들에게 남긴 마지막 말이 언론에 공개되면서 안타까움이 배가되고 있다. 태국 방콕공항을 출발해 무안공항에 도착하려던 한 탑승객은 공항에 마중 나온 가족에게 오전 9시쯤 “새가 (비행기) 날개에 껴서 착륙 못 하는 중”이라고 했다. 가족이 ‘언제부터 그랬는데’라고 묻자 온 답은 “방금. 유언해야 하나”라는 마지막 메시지였다. 카톡을 받은 가족은 30여 분 후 ‘왜 전화가 안 돼’라고 물었지만 응답을 받을 수 없었다.
전수한 기자 haniha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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