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9 무안공항 제주항공 참사’ 이틀째인 30일 오전 전남 무안국제공항 청사에서 한 유가족이 오열하며 눈물을 닦고 있다. 곽성호 기자
‘12·29 무안공항 제주항공 참사’ 이틀째인 30일 오전 전남 무안국제공항 청사에서 한 유가족이 오열하며 눈물을 닦고 있다. 곽성호 기자


■ 애통한 사연들

수능뒤 아버지·동생과 떠났다 비극
친구 “2주뒤엔 일본가기로 했는데”

“3년전 남편이어 막네아들네까지”
세살배기 손주 등 잃고 망연자실

모녀여행 간 아내·딸에 “연락줘”
카톡 메시지 ‘1’ 사라지지 않아


무안=노수빈·이재희·조율 기자



“3살 우리 손주, 생애 첫 여행이었는데….”

29일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만난‘12·29 무안공항 제주항공 참사’ 피해 가족 A 씨는 막내아들 부부와 손자를 잃었다는 사실에 오열했다. 이번 참사로 사망한 A 씨의 손자는 2021년생으로 최연소 희생자다. 엄마·아빠와 함께한 첫 여행이 생애 마지막 여행이 된 것이다. A 씨는 “아들이 야구단에서 일하다 보니 주말에 손주와 놀지 못해 늘 아쉬워했다. 그래도 월요일이면 꼭 아이를 데리고 나가 놀아주는 좋은 아빠였다”며 “여행 떠나기 전날 토요일에도 찾아와 손자랑 같이 놀다 갔는데 그게 마지막일 줄은 몰랐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A 씨는 “원래 내일(30일) 오는 줄 알고 ‘아들 내일 오지?’라고 문자를 보냈다”며 “3년 전에 코로나19로 남편을 잃고 아들들만 바라보고 살았는데 이제 막내아들에 며느리, 손주까지 잃었다”며 허망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사망한 탑승객 중에는 사이좋은 삼부자(三父子)도 있었다. 고등학교 3학년인 B 군은 수능이 끝나고 대학에 합격한 뒤 아버지와 같은 학교 1학년 동생과 방콕여행을 떠났다 참변을 당했다. B 군의 친구인 송세현(19) 씨는 “친구 아버지가 ‘집안 남자들끼리 여행 좀 가보자’며 떠난 여행이었다”면서 “친구가 얼마 전 인하대에 합격해 너무 좋아했었다”고 회상했다. 초등학교 때부터 친구 사이라는 두 사람은 2주 뒤 일본여행을 앞두고 있었다. 하지만 송 씨는 친구와 12년의 ‘우정여행’을 떠날 수 없게 됐다.

60여 년 만의 첫 해외여행에서 참변을 맞은 부부도 있었다. 사망자 C(61) 씨 부부는 C 씨의 퇴직과 ‘크리스마스 생일’을 기념해 함께 태국으로 여행을 떠났다 돌아오는 길이었다. C 씨의 형수라는 이모(68) 씨는 “두 딸 중 28살 큰딸이 희귀병을 앓고 있는데, 스스로 생활이 불가능하다”며 “아픈 큰딸을 돌보느라 부부가 평생 여행도 못 갔는데, 이번에 큰마음 먹고 딸을 이모에게 맡겨두고 여행을 간 것”이라고 전했다. 이 씨는 “첫째 딸은 부모가 사망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다”며 “25살 작은 딸만 부모를 하루아침에 잃었다는 사실에 큰 슬픔에 빠져있다”고 말했다.

일부 유가족들은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며 망연자실했다. 사망자 이모(63) 씨의 동생은 형이 전화를 받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연신 전화를 걸었다. 동생 이 씨는 “뉴스를 보자마자 전화를 걸었을 때는 다이얼이 울렸는데, 이제는 그렇지 않다”며 오열했다. 이 씨의 통화목록에는 부재중 전화 기록만 계속 찍혀갔다.

‘모녀여행’을 떠난 아내 박모(55) 씨와 딸 김모(26) 씨를 한날한시에 잃게 된 김성철 씨는 “어제 새벽까지만 해도 딸이 엄마와 둘이 찍은 여행지 사진을 보냈다. ‘즐거운 시간 마지막까지’라고 보낸 것이 마지막 메시지였다”며 울부짖었다. 김 씨가 사고 발생 1시간 뒤인 29일 오전 10시 딸에게 보낸 ‘연락줘’라는 메시지(사진)에는 아직까지 수신확인 여부를 표시하는 ‘1’이 사라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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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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