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의 무안국제공항에서 29일 발생한 항공기 참사는 황망하고 참담하다는 말 이외에는 표현할 길이 없다. 희생자와 유가족에게 무한한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 평온한 일요일 아침, 그러지 않아도 느닷없는 계엄·탄핵 사태에 이어 또 하나의 날벼락 같은 비보를 접한 국민의 억장도 무너져 내렸다. 비행기 꼬리 부분에 있던 승무원 2명을 제외한 탑승자 179명 전원이 사망했다. 정치 실패와 행정부 공백이 심각한 상황이어서, 슬픔도 분노도 더 커진다.

유가족 위로와 사태 수습이 최우선 과제다. 이번 참사에는 일반인이 보더라도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너무 많다. 항공사와 공항 관리 허점 등 인재(人災) 가능성을 철저히 따져 책임을 묻고, 나아가 그동안 숱하게 제기됐던 ‘정치 공항’ 문제점 등을 개혁할 방안도 수립해야 한다. 사고 진상 조사가 이제 시작 단계인 만큼 성급한 결론은 금물이다. 그러나 랜딩기어 미작동 원인으로 조류 충돌이 지목되지만, 수동 작동도 안 된 이유는 설명되지 않는다. 기체 결함 또는 조종사 과실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제주항공의 동일 기종 여객기가 30일 김포공항에서 제주로 출발했다가 이륙 직후 랜딩기어 이상으로 회항한 것도 심상치 않다. 사고 여객기가 지난 27일 탑승하던 중에도 시동 꺼짐 현상이 있었다는 증언도 있다. 비상사태를 관제탑에 알린 조종사가 역방향으로 두 번째 착륙을 시도한 과정도 의문투성이다. 사고기가 이틀간 8개 공항을 13번 운항했다는데, 정비 불량 가능성도 조사해야 한다. 사고기가 30분 지연 도착한 원인도 규명해야 한다.

만성 적자에 시달리는 무안공항 자체의 관리 문제도 나온다. 무안공항이 전국 14개 지방공항 중 조류 충돌 사고율이 가장 높은데, 폭음기·경보기·레이저·LED 조명 장치 설치 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애초에 주변에 조류 서식지가 4곳이나 있는 무안에 공항을 만든 것부터가 잘못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지방공항 대부분이 이용객이 없어 고추 말리는 공항이라는 비아냥도 듣는데, 정치 논리로 만든 공항들에 대한 전면 재점검도 이뤄져야 한다. 인근에 건설되는 새만금공항도 걱정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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