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걸그룹 뉴진스를 프로듀싱한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를 비롯해 안성재 셰프, 걸그룹 아이브 멤버 장원영, 영화 ‘파묘’, 인플루언서 서이브는 다양한 밈과 유행어를 낳으며 2024년을 풍미했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걸그룹 뉴진스를 프로듀싱한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를 비롯해 안성재 셰프, 걸그룹 아이브 멤버 장원영, 영화 ‘파묘’, 인플루언서 서이브는 다양한 밈과 유행어를 낳으며 2024년을 풍미했다.


■ 2024 대중들이 열광한 밈

뉴진스 엄마 민희진
하이브 상대 “개저씨” 도발

영화 ‘파묘’
과거가 드러날때 “파묘됐다”

‘흑백요리사’ 안성재
“이븐하게 익지 않아” 유행어로

‘아이브’ 장원영
긍정적 사고 “럭키비키잖아~”


바야흐로 ‘말과 표현의 시대’다. 스마트폰을 기반으로 한 SNS 세상이 열리며 발 없는 말이 천(千)리를 넘어 만(萬)리 길을 가는 세상이다. 문화일보 문화부가 2024년을 관통하며 온라인상에서 유행한 밈(meme)과 오프라인에서 두루 쓰인 신조어를 정리해봤다.

올해 최고의 밈이자 키워드는 지난 2월 영화 ‘파묘’와 함께 등장했다. 이 영화가 1191만 관객을 모은 이후 ‘파묘’는 단순한 영화 제목이 아니라 “과거가 드러나다”라는 뜻으로 통용됐다. 최근에는 정치권에서 자주 언급된다. 몇몇 위정자들의 과거 행적과 부적절한 이해 관계들이 수면 위로 올라오면 “파묘됐다”고 표현하곤 한다.

영화계가 ‘파묘’를 낳았다면, 가요계에서는 ‘맞다이’가 2024년을 대표하는 밈으로 등극했다. 지난 4월 걸그룹 뉴진스를 프로듀싱한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와 모회사 하이브 간 분쟁이 불거진 직후 민 전 대표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는 하이브 경영진을 “개저씨들”이라 칭하며 “맞다이로 들어와”라고 도발했다. 이 발언은 다양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패러디되며 특히 뉴진스를 좋아하는 2030세대 사이에서 자주 회자됐다.

하반기에는 방송가가 그 배턴을 이어받았다. 넷플릭스 예능 ‘흑백요리사 : 요리계급전쟁’이 그 주인공이다. ‘먹방의 시대는 끝났다’는 분석을 비웃기라도 하듯, 내로라하는 셰프들을 각각 백수저와 흑수저 계급으로 나눈 후 ‘맞다이’를 붙여 폭발적 인기를 누렸다. 특히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던 미슐랭 3스타 출신 안성재 셰프의 “고기가 이븐(even)하게 익지 않았어요” “채소의 익힘 정도”라는 표현이 인구에 회자됐다.

걸그룹 멤버들의 긍정적 메시지도 MZ세대의 입에서 입으로 전파됐다. 특유의 낙천적 성격이 드러나며 ‘원영적 사고’라는 신조어를 탄생시킨 걸그룹 아이브의 멤버 장원영은 스페인 여행 브이로그를 통해 “럭키비키잖아”라는 말을 유행시켰다. 당시 유명 빵집에서 줄을 서 던 장원영은 앞사람이 빵을 모두 사 가자 “덕분에 럭키하게 내가 갓 나온 빵을 먹게 됐다”고 말했다. 빵이 동나 불평하는 것이 일반적 사고지만 장원영이 이마저도 긍정적 방향으로 해석하자, ‘럭키’(lucky)와 장원영의 영어 이름 ‘비키’(Vicky)를 더한 ‘럭키비키’라는 단어가 빚어졌다. 또 다른 걸그룹 엔믹스 해원은 유튜브 채널 ‘워크돌’ 승무원 편에서 “외모 ?(check)!”이라고 열정 넘치는 모습을 보여줬고, 이후 유명 연예인들이 이를 따라 하며 밈을 형성했다.

다양한 줄임말도 새로 등장했다. 각자의 개성을 중시하는 뜻으로 ‘추구미’(자신이 추구하는 이미지나 특성), ‘느좋’(느낌 좋다)이라는 표현이 유행했다. 또한 개인의 취향과 효율성을 강조하는 ‘나심비’(나의 심리적 만족을 위해 쓰는 소비)와 ‘시성비’(시간 대비 성능)라는 표현이 현대인의 사고방식을 대변했다. 이를 종합하자면, 개인주의와 가치 중심적 세계관이 더욱 확산되는 상황 속에서도 긍정적 마인드를 가지려는 노력이 엿보인다.

아울러 쇼트 플랫폼을 중심으로 한 챌린지 열풍도 여전했다. 2021년 한 방송사 기자가 한파 소식을 전하며 “꽁꽁 얼어붙은 한강 위로 고양이가 걸어다닙니다”라고 말한 멘트는 흥겨운 비트가 더해지며 ‘고양이 챌린지’로 변모했고, 13세 인플루언서 서이브가 만든 ‘마라탕후루 챌린지’는 “그럼 제가 선배 맘에 탕탕 후루후루”라는 중독성 있는 가사와 함께 다양한 챌린지 영상을 양산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안진용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