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0문10답 - 초고령사회 진입한 한국
현재 65세이상 1024만명 ‘20%’
고령사회 7년만에 ‘초고령’ 진입
정년연장·계속고용 공감대 확산
경사노위 “내년 1분기까지 합의”
현행 국민연금 2055년에 고갈
연금개혁 통한 ‘재정안정’ 시급
정부 인구부 신설논의 국회계류
기업들은 ‘새 먹거리 창출’ 나서
우리나라가 지난 23일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전체 인구 10명 중 2명 이상이 65세 이상이라는 얘기다. 이는 내년쯤 초고령사회가 될 것이라는 애초 예상에서 앞당겨진 것인 데다 오는 2045년에는 노인 인구 비율이 세계 최고인 나라가 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와 심각성을 더한다. ‘고령사회’도 제대로 준비하지 못해 사회 각 부문에서 문제가 제기돼온 마당에, 초고령사회에까지 진입하게 된 것이다. 이런 가운데 현재를 기준으로 한 앞날은 우울하기만 하다. 우선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정부 정책에서는 이에 대비할 전담 부처 신설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또 정년연장, 연금 가입 및 수급 시기, 노인 일자리와 세대 갈등 등에서 무엇하나 제대로 대비한 것이 없어 불안감만 커지고 있다. 만시지탄이지만, 이제부터라도 사회적인 대비책을 논의·준비해야 한다. 이를 위해 10문 10답을 통해 초고령사회와 관련된 것들을 짚어본다.
1. 초고령사회로 판단하는 기준은
우리나라가 주민등록 인구 중 65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율이 20%를 찍으며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유엔은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7% 이상이면 고령화사회, 14% 이상은 고령사회, 20% 이상은 초고령사회로 구분하고 있다. 31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 23일 기준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주민등록 인구는 1024만4550명으로, 전체 주민등록 인구(5122만1286명)의 20.0%를 차지했다. 우리나라는 지난 2000년 고령화사회에 접어든 뒤, 2008년에 65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율이 10%를 넘겼다. 이후 꾸준히 상승곡선을 그리다가 2017년 14.02%까지 늘어나 고령사회로 진입했다. 2019년 들어 처음 15%대에 진입했고 이후 매년 약 1%포인트씩 증가하다가 올해 1월 19.05%까지 증가했다. 이후 1년도 채 안 된 12월 23일 20%대에 진입하게 된 것이다. 주형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 11일 위원회가 주최한 ‘인구 전략 공동 포럼’에서 “지금 같은 추세라면 2045년에는 노인 인구 비율이 37.3%로 세계 최고인 나라가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2. 노인 인구 비중이 특히 높은 지역은 어느 곳인가
17개 시도 중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은 27.18%인 전남이다. 전남에 이어 비중이 높은 곳은 경북(26.00%), 강원(25.33%), 전북(25.23%), 부산(23.87%), 충남(22.23%) 등으로 비수도권 대부분이 20%를 넘겼다. 권역별로 보면 수도권은 전체 주민등록 인구(2604만여 명) 중 17.7%, 비수도권은 전체 주민등록 인구(2517만여 명) 중 22.4%를 기록했다. 비수도권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수도권보다 4.7%포인트 높은 것으로 지방 소멸 현상이 여실히 드러났다는 평가다. 반면 수도권인 서울(19.41%), 경기(16.55%), 인천(17.63%)은 20%를 밑돌았다.
3. 내년에 진입할 것이란 기존 예상보다 더 빨라진 이유는
우리나라의 초고령사회 진입은 2017년 고령사회 진입 이후 불과 7년 만이다. 통계청은 지난해 9월 우리나라가 내년쯤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이라고 했는데 정부 예상보다 빨리 도달한 것이다. 2000년에 고령화사회에 진입한 우리나라는 고령사회가 되기까지 17년이 걸린 바 있다. 내년에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이란 기존 예상보다 더 빨라진 이유는 1차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가 차례로 고령 인구로 접어들면서 고령화 속도가 빨라진 것으로 분석된다. 비수도권의 고령화는 1960년대부터 서울을 중심으로 한 도시화 및 공업화와 맞물려 있다는 관측도 있다. 세계 최저 수준인 출산율도 원인이란 주장도 있다. 한국의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자녀 수)은 2000년 1.48명에서 지난해 0.72명으로 급감했다. 한편 고령화 속도는 더 빨라질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2차 베이비붐 세대(1964~1974년생) 954만 명이 곧 노인이 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들이 전부 65세 이상이 된 이후인 2039년에는 우리나라의 노인 인구가 2000만 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한다.
4. 초고령사회에 따른 정년연장 논의는 어떻게 되고 있나
정년연장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는 폭넓게 확산되고 있다. 초고령사회로 진입해 생산인구(15~64세)가 급감했고, 직장에서 은퇴해 국민연금을 받을 때까지 소득 공백기도 늘면서 정년연장 논의를 미룰 수 없는 실정이다. 숙련된 인력이 60세 이후에도 노동시장에 투입된다면 생산성을 확대할 수 있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고 수준인 노인 빈곤율도 완화할 수 있다. 한국노총 등은 법정 정년을 현행 60세에서 65세로 올리는 방향으로 법 개정을 주장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도 법정 정년을 현행 60세에서 65세로 상향하는 방안을 국무총리에게 권고하기로 했다. 다만 해묵은 연공서열형 임금체계를 그대로 둔 채 정년만 연장한다면 조직 내 인사 적체에 따른 세대 갈등, 인건비 부담 증가 등 사회적 비용이 늘어날 수 있다. 대통령 직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는 계속고용 관련 합의를 내년 1분기까지 도출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5. 초고령사회 진입에 따른 연금 고갈 우려와 대책은
현행 제도대로라면 국민연금은 2041년 적자가 발생하고 2055년 모두 바닥난다. 이는 보험요율이 1998년부터 26년간 유지된 데 반해 노령인구는 생산인구보다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후에는 그해 필요한 연금 재원을 그해 가입자들에게 거둬 연금을 지급하는 ‘부과방식’으로 전환되는데 현재 소득대체율 40%를 유지하려면 2078년 보험료율은 35%까지 올라야 한다. 미래 세대는 국민연금 보험료로 소득의 30% 이상 내야 한다는 얘기다. 노인의 소득 보장 문제를 해결하고 연금 곳간이 바닥나는 시기를 늦추기 위해선 연금개혁으로 재정 안정을 이뤄야 한다. 보건복지부는 올해 9월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현재 9%에서 13%로 올리고 소득대체율을 현재 수준인 42%로 유지하는 정부 단일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국회에선 여러 정치변수 탓에 논의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
6. 정부의 노인 일자리 및 복지 정책은 어떻게 강화되나
정부는 2025년 노인 일자리를 올해보다 6만8000개 늘려 109만8000개를 제공할 방침이다. 복지부는 올해 2018년 이후 동결된 노인 일자리 보수를 역대 최고 수준인 7% 인상하고 일자리 수를 103만 개로 확대했다. 복지부는 재택의료서비스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2027년까지 전체 시군구에 재택의료센터 1곳 이상을 설치할 계획이다. 거동이 불편한 노인은 요양시설에 입소하지 않고 집에서 필요한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기초연금도 40만 원까지 단계적으로 인상할 방침이다. 2026년 기준 중위소득 50% 이하 등 저소득 노인부터 기초연금을 40만 원으로 인상하고 2027년부터 지원 대상을 전체로 확대한다.
7. 인구 구조 개선을 위한 정부 정책은
초고령사회에 진입했지만 저출산·고령화 등 인구문제를 전담할 총괄부처인 ‘인구전략기획부’ 출범은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정치적 상황이 격화한 데다 정부 조직 개편을 담당하는 행정안전부는 계엄 사태 여파로 장관이 자진 사퇴해 수장조차 없는 상황이다. 당초 계획했던 내년 상반기 출범도 물 건너간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정부는 지난 5월 윤석열 대통령이 가칭 ‘저출생대응기획부’ 신설을 처음 언급한 이후 7월 인구전략기획부 신설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관련 논의는 시작조차 못한 채 국회에 계류돼 있다. 지난 7월 국민의힘이 발의한 정부조직법 개정안과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 개정안은 모두 국회에서 잠자는 중이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저출생 및 인구 고령화에 대비하는 전담 부처로 인구부를 신설하는 내용을,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 개정안은 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인구위기대응위원회’로 변경하고 인구부 장관 소관으로 개편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정부조직법은 지난 9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은 지난달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 각각 상정됐으나 딱히 진전이 없는 상태다.
8. 지방자치단체의 대응 정책은
지자체들은 어르신들의 안정적인 노후생활과 돌봄을 강화하는 내용 위주로 대책을 추진 중이다. 지난 2014년 8월 전국 시도 가운데 처음으로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전남도는 도내 경로당 9486곳에 부식비를 지원하고 어르신 소득보장을 위해 노인 일자리 생산품 판매를 지원하는 ‘은빛장터’를 운영하고 있다. 홀로 사는 어르신 맞춤형 돌봄 강화를 위해 전국 최초로 마을 이장과 부녀회장 등을 활용한 어르신지킴이단도 가동하고 있다. 2026년 전면 시행을 목표로 우리동네 복지기동대, 치매돌봄제 등 전남 대표 복지브랜드도 운영할 계획이다. 경북도는 공익활동, 공동체사업단 등을 통해 일자리를 제공하고 살던 곳에서 건강한 노후를 보내도록 노인요양시설 확충과 경로당 기능을 보강 중이다. 내년 3월부터 의료·돌봄·요양 등 관련 서비스를 통합해 지원을 확대할 계획이다. 건강관리·여가 지원을 위해 경로당 행복 선생님 538명도 22개 시군에 배치했다. 특·광역시 중 처음으로 2021년 9월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부산시는 총 100개 과제로 구성된 ‘고령친화 행복 도시’ 조성에 나섰다.
9. 해외 주요 선진국의 사례와 대처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국가들은 고령층을 위한 일자리 확보와 사회복지 시스템 구축에 정책 중점을 두고 있다. 2007년 이미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은 고령층이 스스로 자립해 생활할 수 있는 환경인 ‘이바쇼’(居場所) 마련에 주력 중이다. 이를 위해 지역사회 인프라 구축과 함께 지역 포괄케어시스템을 만들었다. 핀란드는 ‘시니어 근로자를 위한 국가 프로그램’(FINPAW)을 통해 고령층의 노동력 유지를 위한 인적자본 투자를 해왔다. 또 고령층이 공동체를 이뤄 살아가는 ‘로푸키리’ 제도도 만들었다. 독일은 고령층이 지역사회에서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고, 스웨덴은 고령층의 경제활동 장려를 위해 65세 이상은 근로소득세 일부를 면제하는 정책을 시행했다. 영국은 ‘뉴딜 플러스 50’ 정책으로 고령층 구직자 지원을 확대했다.
10. 유통, 실버주택 등 초고령사회 진입에 따른 기업의 대응은
기업들은 초고령사회의 도래를 새로운 먹거리를 창출할 기회로 보고 있다. 특히 유통업계의 움직임이 발 빠르다. 건강보조식품과 유기농 및 저염 식품 등 건강을 고려한 제품을 잇달아 출시 중이다. 풀무원은 시니어 전문 브랜드 ‘풀스케어’를 운영 중이다. 고령층의 저작(음식을 씹음) 능력에 따라 맞춤 식품을 판매한다. 이외에도 현대그린푸드의 ‘그리팅 웰스’, CJ프레시웨이의 ‘헬씨누리’, 신세계푸드의 ‘이지밸런스’ 등 고령층을 겨냥한 다양한 브랜드들이 유통 시장에서 약진 중이다. 중산층 고령자를 대상으로 프리미엄 의료 서비스와 커뮤니티를 제공하는 시니어 주택 시장도 날로 성장세다. 한미글로벌이 시공 중인 서울 송파구 장지동의 ‘위례 심포니아’와 롯데건설이 짓고 있는 강서구 마곡동의 시니어 레지던스 ‘VL 르웨스트’ 등 시니어 주택은 내년 입주를 앞두고 있다. 현대건설은 은평구 진관동에 ‘은평 시니어 레지던스’를 착공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광운대역세권개발 사업지에 ‘웰니스 레지던스’를 건설할 계획이다. 김군찬·박천학·유민우
권도경·이종혜·김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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