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이엔드 실리콘 생산 KCC, 친환경차 소재 기업으로 우뚝
전기·전자용 EM실리콘, ‘경화속도’조절에 충격 흡수까지
난연·고열 내구성 높인 방열 실리콘, 인쇄회로기판에 필수
디스플레이 패널 사이엔 공기층·습기 없애는 특수 접착제
전기차 시장이 매년 성장을 거듭하면서 KCC 실리콘 제품 수요도 가파르게 늘고 있다. 전기차에는 옵티컬 본딩용 접착제·방열 실리콘·자동차 조명용 LED 실리콘 등 여러 용도의 실리콘이 필수적으로 들어간다. 이로 인해 하이엔드 실리콘 소재를 생산하는 KCC는 전기차 소재 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전기차 시장은 매년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2017∼2023년 전기차 시장의 연평균 성장률은 45.8%에 달할 정도로 성장 속도가 가팔랐다. 최근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과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영향으로 성장세가 둔화했지만 여전히 전망은 나쁘지 않다. 업계 전문가들은 유럽연합(EU) 27개 회원국의 내연기관 차량 판매 금지 방안(2035년부터) 확정과 다수 선진국이 이산화탄소 배출 규제 강화, 글로벌 기업들의 탄소제로 로드맵 발표 등 상황을 고려했을 때 전기차 시대가 도래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점에 동의하고 있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10월 전 세계 전기차 등록 대수는 전년 동기 대비 23.7% 증가한 1355만6000대를 기록했다. 그간의 연평균 성장률(45.8%)에 비하면 성장세가 꺾이긴 했지만, 성장 중인 시장이라는 점에는 변함이 없다. 전기차 인프라는 점차 확대되고 있고, 수요가 늘어나게 되면 전기차 가격도 내려가면서 다시 활기를 띨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EM실리콘 = KCC의 EM(Electronical Materials)실리콘은 전기차의 전기 장치로 많이 사용되고 있다. EM실리콘은 전기전자용 소재로, 사용방식에 따라 RTV-1·2로 나뉜다. RTV-1(1액형 실리콘 고무)은 공기 중의 수분과 반응해 경화하는 자연경화 제품이다. 접착력이 우수해 프라이머 없이 대부분의 재질과 접착한다. 반영구적 사용이 가능할 정도로 내후성도 뛰어나다. 영하 40도부터 영상 200도의 온도에서 사용이 가능한 내한·내열성을 가진다. 전기적 특성도 뛰어나 각종 전기·전자산업에서 다양하게 사용되며 주로 전기·전자·가전제품·운송기기·기계 등의 접착·코팅용으로 폭넓게 적용되고 있다. RTV-2(2액형 실리콘 고무)는 심부 경화가 가능하며 경화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실리콘의 기본 특성인 전기적 특성, 내열·내후·내한성 및 충격 흡수력이 우수해 광범한 분야에 사용할 수 있다. 적용된 제품의 품질과 생산성을 높여주며, 주로 전기·전자계열의 절연, 폿팅재료, LED용 소재, 각종 형뜨기용 모형 등에 다양하게 사용된다.
◇옵티컬 본딩용 접착제 = 디지털 대시보드에서 뒷좌석 엔터테인먼트 유닛에 이르기까지 전기차에서 디스플레이의 역할은 계속 커지고 있다. 자동차가 단순한 운송수단을 넘어 ‘이동하는 공간’의 역할을 하는 자율주행 시대에는 탑승자들이 좌석 배치를 자유롭게 할 수 있게 되면서 새로운 위치에 더 많은 차량 디스플레이가 필요할 것으로 예측된다. 디스플레이에는 패널과 커버 글라스 사이를 특수 접착제로 붙여 공기층을 줄이고 디스플레이의 빛 투과율을 최소화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패널과 커버 글라스 사이에 에어갭(air gap)이 생기게 되면 커버 글라스 안쪽에 습기가 차거나 햇빛 반사가 심해 화면의 가독성이 떨어지는 등 문제현상이 일어나기도 하는데, KCC실리콘은 패널과 커버글라스 사이의 에어갭을 제거해 디스플레이 성능을 향상시키는 옵티컬 본딩 솔루션을 제공한다.
◇방열 실리콘 = KCC실리콘은 신뢰성 높은 고방열(高防熱) 접착제·갭필러 등 방열용 실리콘 제품으로 방열 소재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자동차 전자 기기용 실리콘이 대표적이다. KCC실리콘은 일반적인 범용 접착제에 난연성·고열 내구성을 강화한 접착제를 자동차 부품에 적용하고 있다. 자동차 전자부품의 인쇄회로기판(PCB) 조립에 필요한 부품을 고정하고 열을 관리하는 데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또 배터리 셀과 모듈이 접착되는 면에는 방열 접착제를 적용한다. 배터리셀에서 발생하는 열을 외부로 방출시키는 동시에 배터리셀을 차체에 고정하는 역할이다. KCC실리콘의 방열 접착제는 향상된 접착 성능을 제공한다. 실란트·진동 댐퍼·열 전도체나 절연체 역할을 할 수 있다.
◇자동차 조명용 LED 실리콘 = 조명용 LED 실리콘은 기존 플라스틱·아크릴 소재와 비교해 수명이 길고 내열성 및 전력 효율이 뛰어나 자동차 헤드램프·실내등 등에 적용된다. KCC실리콘의 화이트실리콘 제품은 광원의 출력이 같더라도 반사율 극대화를 통해 광효율을 높인다. 특히 얇은 두께에서도 높은 반사율을 구현할 수 있다. KCC실리콘의 자동차 헤드램프용 실리콘 렌즈재(材)는 차량 주행 시 발생하는 진동·고열 및 습도·자외선과 같은 까다로운 외부 스트레스를 견딜 수 있도록 경도와 황변(黃變)에 대한 저항성이 높다. 특히 최근에 많이 사용되는 자동차 헤드램프인 매트릭스 LED 방식에도 실리콘 렌즈재가 적용된다. LED 광원에서 나오는 빛을 렌즈의 다양한 구조성형을 통해 배광 설계할 수 있어 광효율을 극대화하고 작업도 편리해 매트릭스 LED에 최적화돼 있다는 게 KCC실리콘의 설명이다. KCC의 헤드램프용 실리콘 렌즈재는 미국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미국 자동차 안전 부품 인증(AMECA)을 취득했다.
◇파워모듈용 실리콘 겔 =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 자동차의 패러다임이 전환되면서, 자동차 부품에 적용되는 소재에도 고전력·고전압 모듈에 적용할 수 있는 소재의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KCC실리콘의 파워모듈용 실리콘 겔은 우수한 열 안정성과 전기적 특성을 갖고 있다. 또 빨리 굳고 점도가 낮아 공정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실리콘을 전선 피복에 적용하면 내열성·내구성을 부여하면서도 유연성을 유지할 수 있다.
실리콘 원료 국산화 실현… ‘건축용 실란트’ 품질만족지수 1위
R&D 지속투자 기술력 확보
경기 부진에도 실적은 호조
“소재와 실리콘은 미래 시장의 ‘캐시카우’가 될 핵심사업입니다.”
정몽진 KCC 회장이 올해 초 신년사에서 강조한 내용이다. KCC는 소재·실리콘 등 미래기술에 대한 연구·개발(R&D)과 투자로 기술 역량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이 가운데 KCC의 실리콘 사업은 정 회장이 직접 인수·합병(M&A)을 진두지휘하며 심혈을 기울인 분야다. KCC는 건축 경기 부진에도 실리콘 부문 호조로 실적 개선을 이어가고 있다.
KCC실리콘은 지난 2003년 실리콘 상업화에 성공한 데 이어 자동차 부품과 같은 새로운 고부가가치 제품을 개발할 수 있는 기술환경을 확보했다. 실리콘 사업 범위를 기존 범용 제품 중심에서 고부가가치 시장으로 확대하며 자동차 소재 기업으로도 거듭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KCC실리콘은 반도체·자동차·화장품 등 국내 주력산업의 기초원료가 되는 핵심 원천 기술을 확보함으로써 한국 산업 전반의 긍정적인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게 됐다.
31일 KCC에 따르면 KCC실리콘은 국내 최초로 실리콘 모노머 생산 공장을 건설, 전량 수입에 의존하던 실리콘 원료의 국산화를 실현했다. 실리콘의 기초소재인 모노머와 합성 폴리머뿐 아니라 실리콘 고무를 비롯한 실란트·실란·기능성 실리콘 오일 등의 실리콘 2차 제품을 일괄 생산해 안정적인 원료 공급망을 국내에 구축했다. 특히 실란트 부문은 2024 한국품질만족지수 조사에서 1위에 오르며 품질 경쟁력을 인정을 받았다.
M&A를 통해 사업 포트폴리오도 한층 넓혔다. KCC실리콘은 지난달 글로벌 실리콘 제조업체인 미국 모멘티브퍼포먼스머티리얼스(모멘티브)를 역합병해 완전 자회사로 편입했다. 기존 지배구조는 모멘티브가 KCC실리콘의 지분 100%를 확보했으나 이 구조가 뒤바뀌는 것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KCC실리콘 관계자는 “사업의 시너지 강화와 경영 효율성을 증대하기 위해 역합병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기존의 종합건축자재기업 이미지를 탈피하고 종합소재기업으로 새롭게 발돋움한다는 계획이다.
주요뉴스
시리즈
이슈NOW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