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계엄 선포 이후 한국 경제는 총체적 난국을 맞았다. 올 한 해 코스피는 9.6% 하락했고 코스닥은 21.7% 폭락하는 악몽의 한 해를 보냈다. 미국 나스닥이 33%, 대만 가권 29%, 일본 닛케이 평균 지수가 20% 상승할 동안 유일하게 역주행했다. 원·달러 환율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인 1470원대가 뉴노멀이 되고 있다. 11월 말까지 452억 달러의 무역수지 흑자와 4154억 달러에 이르는 외환보유액도 소용이 없었다. 수입물가 상승과 소비 위축 등 ‘나쁜 원저(低)’ 부작용도 심각한 상황이다.

지난 한 달간 원화 가치가 5% 곤두박질하는 등 한국 경제의 나 홀로 추락은 12월 들어 극심해졌다. 계엄-탄핵 등 정치 실패가 주범이다. 하지만 여야는 여전히 네 탓 공방에만 몰두하고 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야당의 한덕수 총리 탄핵소추로 외환시장이 요동쳤다”고 비난하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한 총리 담화 때문에 주가가 떨어지고 환율이 치솟았다”며 맞불을 놓았다.

내년에는 1%대 저성장과 함께 주력 산업인 반도체 전망도 어두워지고 있다. 중국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의 물량 공세로 범용 DDR4 가격은 지난달에만 20.5% 급락했다. CXMT는 막대한 보조금과 거대한 내수시장을 배경 삼아 수년 내 세계 3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일본도 TSMC의 구마모토 공장이 3년 만에 반도체 양산에 들어가는 등 부활하고 있다. 반면, 국내에선 연구 인력에 주 52시간 예외를 허용하는 반도체특별법이나 전력망특별법마저 연내 국회 통과가 무산되는 등 표류하고 있다.

해외 시선도 “한국 국회가 원한어린 싸움의 장이 됐다”며 “정치 혼란이 경제와 외교를 마비시키고 있다”는 등 비판 일색이다. 내년 1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가 84.6으로 얼어붙고 기업의 53%가 내년 노사관계가 더 불안해질 것으로 우려한다. 미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폭탄도 초읽기에 들어갔다. ‘대행의 대행’이나 고위 관료 줄탄핵 같은 불안한 체제를 종식시키고 서둘러 국정 컨트롤타워를 복원해야 한다. 하루빨리 여·야·정 국정협의체를 가동해 정치 리스크부터 수습해야 경제 안정을 도모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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