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토부 “블랙박스 내 CVR 자료 추출 완료…음성 파일 형태로 전환 예정”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직전 무안국제공항 관제탑에서 19활주로 착륙을 허가했다는 정부 관계자의 발언이 나왔다. 그 과정에서 기장과 관제사 간의 상호 합의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여객기가 당초 착륙하기로 했던 01활주로가 아닌 19활주로로 동체착륙 한 배경이 일부 확인된 것이다.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가 블랙박스의 음성녹음장치(CVR)의 1차 자료추출을 완료한 만큼 이른 시일 내에 관제탑과의 교신내용과 당시 기내 상황 등 종합적인 부분은 상당 부분 드러날 것으로보인다.
국토부는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통해 “조종사가 복행(착륙을 포기하고 재상승하는 것)시도를 하면서 우측으로 선회했고, 그 과정에서 관제사가 뭔가 (기내의) 비정상적인 상황을 알고 있었다”며 “그때 가장 가까운 방향으로 관제사가 안내를 했고, 조종사가 ‘알겠다’고 해서 상호합의가 된 상태에서 내려가며 착륙시도를 하는 과정이 있었다”고 말했다.
앞서 제주항공7C2216편 여객기는 지난 12월 29일 오전 8시54분 무안국제공항 01활주로에 1차 진입을 시도했다. 3분 뒤인 오전 8시57분 관제탑이 여객기에 조류활동 경고 보냈으나 조류충돌을 피하지 못했고, 기장이 8시59분 기장이 구조신호(메이데이)와 함께 복행을 시도했다. 여객기는 오전 9시 착륙방향의 반대방향인 19활주로로 동체착륙을 한 뒤 9시3분 로컬라이저가 설치된 둔덕에 부딪혔다.
국토부 관계자는 “정확한 교신내용을 서로 확인했는지 여부는 현재로서는 전부 밝히기 어렵다”면서 “더 상세한 내용은 관제사의 진술과 교신내용, 음성기록장치(CVR), 조종실 내 상황 등을 다 종합해서 규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블랙박스를 구성하는 두 개 유닛 중 하나인 CVR에 저장된 자료는 이미 추출을 완료했고, 오늘은 이 자료를 음성파일 형태로 전환하는 작업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음성녹음장치 분석이 끝나면 사고기와 관제탑의 교신 내용과 함께 사고 상황을 직간접적으로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비행자료기록장치(FDR)는 전원부와 저장 장치 유닛을 연결하는 작은 연결선인 ‘커넥터’를 사고로 분실해 데이터 추출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는 국내에서 커넥터 없이 자료를 추출할 수 있는 가능성을 기술적으로 검토 중이다. 방법을 찾지 못하면 블랙박스를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에 보내야 한다. NTSB에 블랙박스를 보낼 경우, 사고 원인 규명까지 최소 수년이 걸릴 가능성도 있다.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는 이날 사고 현장에 조사관 2명을 추가로 파견했다. 이에 미국 측 조사단 규모는 국가교통안전위원회 3명, 연방항공청(FAA) 1명, 항공기 제작사인 보잉 6명 등 총 10명으로 늘었다. 현재 22명의 한ㆍ미 합동조사팀이 무안국제공항 내 임시본부를 마련하고 현장조사를 진행 중이다. 조사팀은 오늘부터 기체ㆍ엔진 등 잔해 상태 및 조류흔적에 대한 육안 조사 등을 시작할 계획이다.
합동조사단은 이날 현장에서 공항 내 방위각 시설(로컬라이저)을 자세히 들여다봤다. 로컬라이저는 항공기에 전파를 쏴 여객기가 안전히 착륙하도록 돕는 공항 내 필수 시설이지만 이번 참사에서는 참사 규모를 키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전날 국토부 브리핑에 따르면 무안공항에 설치된 로컬라이저는 최초 설계 때도 둔덕 형태 콘크리트 지지대가 들어간 상태였으며 이후 계량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분리된 말뚝 형태에 두께 30㎝ 콘크리트 상반이 설치돼 보강됐다.
국토부는 콘크리트를 사용한 이유로 “방위각 시설 자체는 원래 안테나로만 봐야 하고 지지대는 전통적인 의미에서 로컬라이저가 아니다”라며 “지지대를 설치할 때 비바람에 흔들리면 안 되니 고정하기 위해서였다”고 했다.
김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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