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23곳 ‘K-AI 동맹’… 국내 연대로 글로벌 시장 선도 [혁신생태계 리포트 2025]

■ 혁신생태계 리포트 2025 - (3) SKT 주도 ‘AI 얼라이언스’

XL8, 번역 솔루션 ‘이벤트캣’
SK서밋 행사에서 통역 서비스

마키나락스, 데이터·제조 협력
전기차 충전기 고장 사전 예측

몰로코, 기업 광고 플랫폼 제공
‘어썸 2.0’ 효율적 마케팅 눈길

지난해 11월 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SK 인공지능(AI) 서밋 2024’ 첫날 개막식 현장. ‘협력으로 만들어가는 AI 생태계’를 주제로 기조연설에 나선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발언 내용이 무대에 설치된 대형 디스플레이 우측(발화자 기준) 화면에서 자막으로 실시간 중계됐다. 직후 영어로 진행된 그레그 브로크먼 오픈AI 회장의 대담에서도 곧바로 번역된 한글 텍스트가 화면으로 출력됐다. 특히 딱딱한 문어체 표현이 아닌 구어체로 매끄럽게 풀이돼 청중의 눈길을 끌었다. 이날 행사에 별도 통역사는 없었다. 대신, 지난해 7월 SK텔레콤 주도의 국내 AI 협력체 ‘K-AI 얼라이언스’에 합류한 스타트업 ‘엑스엘에이트(XL8)’의 AI 기술 미디어 번역 솔루션 ‘이벤트캣’ 기술이 적용됐다.

2019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설립된 XL8는 AI를 통해 언어장벽을 해결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세계 최대 미디어 분야 번역·더빙 서비스 업체인 아이유노미디어그룹 등과 협업관계를 맺고 유수의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 자사가 개발한 ‘미디어캣’ 기술로 초벌 번역을 제공 중인 XL8는 통·번역 시장으로 플랫폼 확장을 꾀하고 있다. 정영훈 XL8 대표는 지난달 26일 서울 중구 SK T타워에서 진행한 화상 인터뷰에서 “서밋 행사에서 이벤트캣 기술이 소개된 이후 이를 활용하고 싶다는 추가 계약 문의가 쇄도했다”며 “3만 달러(약 4400만 원) 정도에 그친 창업 첫해 매출과 비교해 얼라이언스 합류 이후인 올해는 20배가량으로 성장을 이뤘다”고 설명했다.



K-AI 얼라이언스는 SK텔레콤 주도로 2023년 2월 출범했다. 글로벌 빅테크 중심의 AI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선 국내 기업 간 연대가 ‘필수불가결’하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지난해 12월 현재 모두 23개 AI 관련 테크 기업이 참여, 국내 대표 연맹체로 자리 잡은 얼라이언스는 회원사를 중심으로 한 AI 생태계 조성 및 확산에 매진하고 있다. 유영상 SK텔레콤 대표는 “혼자서는 AI 혁신의 변화 속도를 따라가는 것은 불가능하며 협력은 필수”라며 “이런 관점에서 얼라이언스가 AI 산업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얼라이언스 소속으로 산업 특화 AI 솔루션을 제공 중인 스타트업 ‘마키나락스’는 SK텔레콤이 추진 중인 AI 데이터센터와 제조 AI 분야 등에서 협력하고 있다. 특히 SK그룹 계열사들과 전기차 충전기의 이상 감지 서비스 개발 프로젝트를 공동 수행했다. 전기차 충전기 고장을 사전에 예측해 인프라 안정성을 높이는 서비스로 마키나락스는 자사 AI 플랫폼 ‘런웨이’를 통해 제한된 데이터로도 충전기 내부 주요 파워 모듈의 이상을 1개월 전에 감지하고 사전적 유지보수 활동을 수립할 수 있는 솔루션을 제공했다. 윤성호 마키나락스 CEO는 얼라이언스에 대해 “단순한 기술 공유를 넘어 각 기업의 AI 전문성을 융합해 산업의 실질적 문제를 해결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맞춤형 광고 플랫폼을 제공하는 애드테크 기업 ‘몰로코’도 얼라이언스 합류를 통해 신시장 개척을 주도하고 있다. 몰로코는 지난해 6월 SK텔레콤과 협력해 AI 기반 기업용 광고 플랫폼 ‘어썸(ASUM) 2.0’을 공개했다. 어썸 2.0은 SK텔레콤의 T전화·T멤버십·패스(PASS) 등의 서비스와 통신 데이터를 활용한 맞춤형 타기팅 광고 플랫폼으로 몰로코의 머신러닝 기술이 접목돼 광고주와 일반 사용자 모두에게 초개인화된 광고를 제공한다. 광고주는 전환 가능성이 큰 사용자에게 더 알맞은 광고를 보여주며 효율적인 마케팅을 진행할 수 있다. 안익진 몰로코 대표는 “국내 AI 기술과 인프라가 지속 가능한 혁신을 이뤄내고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춰 폭넓게 활용될 수 있도록 계속해서 힘을 모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훈 기자 powerkimsh@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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