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문화일보 신춘문예 당선자들이 지난해 12월 23일 서울 중구 문화일보 사옥에서 인터뷰를 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왼쪽부터 김용희(시), 이상하(소설), 고민실(동화), 송연정(문학평론) 당선자.  박윤슬 기자
2025 문화일보 신춘문예 당선자들이 지난해 12월 23일 서울 중구 문화일보 사옥에서 인터뷰를 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왼쪽부터 김용희(시), 이상하(소설), 고민실(동화), 송연정(문학평론) 당선자. 박윤슬 기자


■ 2025 신춘문예 - 신춘문예 당선 4인 인터뷰

시 김용희
“삶의 모든 단면 詩로 쓸 수 있어… 위트 담으려 애써”

소설 이상하
“주변의 격려와 질책… 쓰다 지친 나를 일으키는 힘”

동화 고민실
“나 자신 구한 글쓰기… 포기하지 말라는 응답 받아”

평론 송연정
“다른 글 빌려 내 얘기… 누 되지 않게 잘 쓰고 싶어”


적게는 수십 편부터 수백, 수천 편의 응모작 중 분명 내 작품이 가장 우수할 것이라고, 등단을 확신하며 응모하는 사람은 없다.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났다는 칭찬은 들어본 적 없지만 끝내 쓰고야 마는 사람들. 올해가 아니더라도 결코 포기하지 않는 사람들의 ‘쓰는 마음’은 어디에서 시작돼 계속되고 있을까. 지난해 12월 23일 서울 중구 문화일보에서 최근 5년 내 가장 높은 경쟁률을 뚫어낸 2025 문화일보 신춘문예 당선자 4인을 만나 물었다.

◇시 부문 당선자 김용희 “상처로 빼곡한 제 손이 시를 쓸 수 있다고 생각해 본 적 없어요”

경남 거제시의 한 공장에서 현장 노동자로 일하고 있는 김용희(43)는 문예창작을 전공하지 않았다. “글쓰기보다 공놀이가 익숙한 삶을 살아왔어요. 특히나 시는 특별한 사람만이 쓸 수 있는 영역이라고 생각했죠. 우연한 계기로 듣게 된 이제니 시인의 강연이 인생을 바꿨습니다. 제가 직접 살아본 삶의 단면들, 우리가 웃으며 나눴던 농담과 진심을 담아 건넸던 위로가 모두 시로 녹아들 수 있다는 사실은 충격이었죠. 어느새 시를 읽고 쓴 지 4년이 됐네요.”

당선작 ‘<구인> 광명기업’은 길거리에 붙어 있는 기업의 구인 공고물을 모티브 삼아 지은 작품. 심사위원들은 그의 시를 두고 “경험하지 못하면 이런 시가 나올 수 없다”고 평가했다. 또한 “노동 현실도, 노동자도 변화하는데 우리가 본 적 없는 노동시의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그의 시에는 구체적인 경험들이 살아 있고 무거운 사회 현실을 정확히 파악하면서도 결코 심각해지지 않는 매력을 가지고 있다. “제 손에도 베어링을 돌리며 난 상처가 빼곡합니다. 직장의 동료들, 함께 시를 쓰던 사람들도 아직은 제가 등단한 사실을 몰라요. 놀라운 일이 될 것 같아 설레기도 하고 부담도 됩니다.”

◇단편소설 부문 당선자 이상하 “소설 쓰는 내가 자랑스럽다는 주변 사람들이 있기에 내년에도 포기하지 않았을 거예요”

대학에서 문예창작을 전공한 이상하(32·본명 어유선)는 본래 등단의 꿈을 뒤로한 채 취업 시장에 나왔다. 하지만 일하는 중에도 좀처럼 꿈은 접어지지 않았다. 그렇게 약 2년 전부터 다시 한 번 신춘문예의 문을 두드리고 있었다. 올해도 당연히 등단은 물 건너갔다고 생각하며 새로운 글을 준비하던 그는 당선 통보를 위해 건 첫 전화를 받지 못하기도 했다. “솔직히 보이스피싱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웃음).”

그러나 포기할 생각은 전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주변의 친구들, 가족들은 소설을 쓰는 제가 자랑스럽다고 말해줘요. 만약 이번 낙선으로 제가 우울감에 빠지게 된다 해도 저를 다시 한 번 일으켜 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습니다.”

새해 첫날 만나게 될 소설 ‘친칠라취급주의’를 통해 그는 어떤 말을 전하고 싶을까. “정말 힘들 때 그만둘 수 있고 이야기할 수 있는 용기가 샘솟는 소설이었으면 좋겠습니다. 기쁨보다 슬픔에 익숙한 사회지만, 우리 모두 힘들게 살고 있구나 하며 서로를 돌아볼 수 있길 바라요.”

◇동화 부문 당선자 고민실 “재능 없는 글은 세상에 나오면 안 되나요? 틀 깨는 글 계속 쓸래요”

동화 부문 당선자 고민실(47)은 어느덧 10년 가까이 장르를 넘나들며 글을 쓰고 있다. 오전에는 글을 쓰고 오후에는 아르바이트를 하며 글에 더욱 집중할 수 있는 삶의 루틴을 지키고 있다. 심사위원들로부터 ‘격이 다른 단 한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은 것은 그의 이런 시간들로부터 유래한 것임이 분명해 보였다.

“글을 쓴다는 건 나 자신을 구하는 느낌이에요. 세상을 몰랐던 제게 세상을 알려주고 세상과 제가 연결돼 있다는 감각을 느끼게 해요. 저를 더 사람답게 만들고 성장시켜요. 그리고 제 성장은 늦은 편이죠. 오랫동안 쓰려면 계기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던 중이었어요. 그리고 이번 등단이 제게는 오랫동안 포기하지 않고 써야 한다는 응답처럼 느껴져요.”

그는 처음에는 판타지를 썼고 이후 소설부터 동화까지 가리지 않고 계속 쓰는 것에 집중했다. 그렇기에 동화를 규정하는 일이 어렵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래서 더욱 재미있고 도전의식을 일깨운다고 힘주어 말했다. “루틴을 중시하는 사람이지만 글을 쓰는 과정에선 틀을 깨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동화의 틀은 이미 넓어지고 있기에 더욱 열심히 틀을 깨겠다는 말. 그 말밖에는 할 수 있는 말이 없네요.”

◇문학평론 부문 당선자 송연정 “또 페미니즘이냐고요? 역사 전체로 봤을 때 여성에 대해 말하기 시작한 지 이제야 몇 년 됐을 뿐이죠”

문학평론 부문 당선자 송연정(26·본명 정소연)은 당선 전화를 받고 “며칠 동안 현실감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후 “아주 커다란 기쁨과 그것을 능가하는 부담이 몰려왔다”고 설명했다.

학부에서 국문학을 전공하고 대학원에서 현대문학 석사과정에 재학 중인 그는 언제나 자신의 글을 두고 부족함을 먼저 찾곤 했다. 그렇기에 이번 도전은 그의 첫 투고였다. “앞으로 배워야 할 것, 읽어야 할 글이 너무 많아서 막막한 마음이 커요. 정말 공부해야 합니다.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생각에 하루하루 밤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어요.”

뭇 평론가들의 시작이 그렇듯 그도 처음에는 시인을 꿈꿨다. “원래는 시를 쓰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마음이 충만하다고 글이 써지는 것은 아니더라고요. ‘문학에게 사랑받는다는 건 저런 걸까?’ 하는 생각이 드는 친구들을 많이 만났어요. 덕분에 시인의 꿈은 아쉬움 없이 놓아줄 수 있었죠.” 그런 그의 마음을 다시 한 번 쓰게 만든 것은 문학평론만이 가지는 매력이다. “평론은 내 목소리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다른 작가들을 내세우고 그들의 작품을 빌려와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으니까요.”

그의 당선작은 세 여성 시인의 첫 시집을 각각 새로운 페미니즘적 도전으로 분석했다. “여전히 여성을 그저 사람, 청년으로 뭉뚱그릴 때 사라지는 특수성과 아픔이 있어요. 페미니즘에 대해 너무 많이 말했나요? 끽해야 몇 년 됐을 뿐이죠. 앞으로 더 많이 말해야 하고요. 저도 계속 문학을 따라가며 열심히 쓰겠습니다.”

장상민 기자 joseph0321@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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