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 신춘문예 - 시 당선소감

저는 2025년 1월을 보고 있었습니다. 듣고자 하는 강의를 고르고 2개의 공모전을 준비하던 참이었어요. 당선 연락을 받고 “와… 이런 일이 다 있네”라는 말을 오십 번도 넘게 했던 일이 기억납니다. 이름을 불러주신 나희덕, 문태준, 박형준 심사위원분들에게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시는 멀리 있다 생각했습니다. 시를 쓰는 건 공부를 많이 한 사람이나 특별한 사람들의 일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생활과 일상만을 쥐고 지내던 때가 오래였습니다. 이제니 시인님을 만나고 늘 몸과 함께하는 그림자처럼 시가 곁에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모두가 빛을 바라볼 때 그림자를 보는 마음을 배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영주 시인님의 강의를 들은 것이 제게 가장 큰 행운이었습니다. ‘시 쓰기는 재밌다’는 말을 요즘도 자주 떠올립니다. 시를 더 아끼게 되었고 두려움을 이겨내고 시를 쓰게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고 느낄 때 김연덕 시인님을 만났습니다. 다정하고 섬세하게 알려주신 방향으로 가다 보니 한 걸음 나아간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시의 넓고 풍요로운 세계를 가르쳐주셨던 박소란, 이현호, 김소형, 안태운, 정현우 시인님께도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제게 사랑을 알려주신 부모님께 사랑의 큰절을 올립니다. 저를 아껴주시고 응원해주신 분들에게 어떻게 다 감사의 인사를 전할 수 있을지, 행복한 고민이 깊어집니다. 깊은 밤, 떠오르는 얼굴들. 만나서 함께 웃을 날을 기다립니다.

시작이 늦었다는 생각으로 초조함을 안고 지냈습니다. 그 조급함으로 인해 쉽게 실망하고 심하게 몸살을 앓기도 했습니다. 쓰다 보면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았습니다. 쓸 때에는 제가 밉지 않았습니다. 초조함은 슬픔이지만 원동력이 되어주기도 했습니다. 백지를 가득 채운 글들은 자주 백지 상태가 되었지만 설원을 뛰어노는 기분을 느끼게도 해주었습니다. 눈 위에서는 넘어져도 다치지 않았습니다. 백지 위에서 넘어지고 구르는 연습을 많이 했습니다. 저의 크고 작은 실패들이 저를 여기까지 이끈 것 같아 놀랍고 새롭습니다. 새롭고 놀라운 시를 쓸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실패를 거듭하며 써 나아가겠습니다.

하나의 과정을 통과하였다 하여 어제는 시인이 아니었다가 오늘은 시인이 되는 것은 아니라 생각합니다. 시를 붙잡고 있다면 매 순간이 시인이 되는 과정이란 생각으로 노력하겠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 김용희. 1982년 경남 거제 출생. 조선 관련 기업에서 현장직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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