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 신춘문예 - 소설 당선소감

스스로에게 질문을 많이 한 최근이었다. 사랑일까 같은 것. 투고 후 우리 집 고양이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올 한 해 네가 건강히 지내주었으니 당선 소식을 받지 못해도 슬퍼하지 않겠다고. 학수고대하는 소식이지만 반려동물이 아프지 않은 게 더 좋다 여겼다. 사랑일까. 거리에서 일상에서 SNS에서 2024년 12월을 말하는 사람을 볼 때마다 고민했다. 올바른 세상이 되길 바란다고, 달라져야 한다고, 나아가자고 얘기하는 그 목소리가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를. 순간순간 존경과 경의를 넘은 어떤 감정이 일었다. 사랑일까. 당선 전화를 받자마자 떠오른 사람이 있다. 나의 영원한 첫 선배, 썰선배. 축하해줄 선배의 목소리를 듣고 싶었다. 언제든 어디서든 나를 지켜봐 주고 있을 언니. 썰선배는 내게 슬픈 이름이 아니라 따뜻한 이름이라는 걸 되새겼다. 이 모두 사랑이었고 사랑이고 사랑일 것이라 확신한다.

다정한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더 많이 다짐한다. 가끔 들르는 나를 기억해 동네서점에서 먼저 인사해주는 이를 보고, 연말모임에서 펜을 선물하는 이를 보고, 첫 만남에 집에서 구운 머핀을 가져오는 이를 보고, 피곤하지만 퇴근 후 우리 동네에 찾아와주는 이를 보고, 내 치기 어린 행동에도 먼저 미안하다 사과하는 이를 보고. 그들처럼 내 소설이 먼저 손 내밀어 주는 무언가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소망한다. 소설 속에 다정이 있다고 믿기에. 말 못 할 고민으로 웅크려 있을 때 소설은 가장 처음 말을 걸어주고, 질문을 덤덤히 들어주는 존재니까. 그 다정이 내게 단단한 힘을 준다. 당선은 소설의 조용한 다정을 전달하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는 의미이지 않을까 싶다.

사랑하는 가족, 고마워요. 열소스, 여러분 아니었으면 소설에 다가가지 못했을 거야. 단편 읽기 모임과 키친글방 그리고 이응들, 끝까지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경희, 다윤, 민선, 민호, 소라, 수연, 주현, 지나, 하영 그리고 모든 친구들, 여태 믿어준 덕분에 계속 쓸 수 있었어. 내 강아지, 누나가 더 힘내 볼게. 그곳에서 계속 힘차게 짖어줘. 제 소설을 유심히 봐주신 여러 심사위원님과 선생님, 앞으로 더 열심히 관찰하고 느끼고 쓰겠습니다. 다시 한 번, 모든 분께 감사한다는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 이상하(본명 어유선). 1993년 대전 출생. 명지대 문예창작학과 졸업. 콘텐츠 관련 기업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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