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문화일보 신춘문예 동화 부문 심사를 맡은 김지은(왼쪽) 아동문학평론가, 최나미 동화작가가 응모작을 최종 검토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2025 문화일보 신춘문예 동화 부문 심사를 맡은 김지은(왼쪽) 아동문학평론가, 최나미 동화작가가 응모작을 최종 검토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 2025 신춘문예 - 동화 심사평

올해 신춘문예는 지난해보다 투고 작품이 늘었고 SF 동화의 비율이 줄어든 반면 어린이의 생활을 관찰하고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일을 사실적으로 다룬 작품이 많았다. 그중 다수가 가족이나 또래의 죽음에 대해 다루고 있었는데 이를 제3의 시선이 아닌 1인칭으로 서술했다. 서로 살아 있음을 확인하는 것이 간절해진 현실 속에서 생사조차 묻기 어려운 작은 생명들이 꾸준히 등장한다. 이것이 가리키는 바는 무엇일까. 경쟁은 과시하면서 생명은 업신여기는 사회, 밀려드는 기후 위기에 대한 어두운 전망, 이에 따른 생존 불안, 또는 생태 불안이 동화에서 감지된다.

본심에서는 ‘돌을 훔친 아이’ ‘삼각형의 고백’ ‘로켓과 티포트’ 세 편을 다루었다. ‘돌을 훔친 아이’는 기르던 금붕어의 죽음과 음주 운전 차량에 치여 세상을 떠난 형에 대한 그리움을 연결하면서 스스로 슬픔을 다스리고자 애쓰는 어린이의 시간을 다루었다. 주인공 산이의 고통이 과거의 사건에서 온 것이라면 산이와 대립하는 정태의 고통은 현재 진행형이다. 산이가 애타게 찾는 돌을 두고 “별것도 아니야”라고 내뱉는 정태의 말이 울림을 준다. 그러나 정태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고 도둑질을 뒷받침할 수 있는 서사가 미약해서 독자가 알아서 짐작해야 하는 부분이 너무 크다. 어린이 인물이 비극을 홀로 감당하는 전개와 단순한 결말도 아쉬웠다.

‘삼각형의 고백’은 사랑의 감정을 세련된 은유와 함께 그려낸 잘 읽히는 SF다. 중국 상공에 갑자기 나타난 삼각형 모양의 미확인 비행물체를 세 어린이의 관계에 빗대면서 사랑의 설렘을 발굴해냈다. 이는 현오와 서연이와 준영, 각자의 마음에 충분히 공감할 수 있게 만드는 흥미로운 문학적 장치다. 이 장치에 의해 스쳐 지나가는 성장의 중요한 순간이 흥미롭게 포착된다.

하지만 임시휴교령이 내려질 만큼 불안한 상황임에도 그 두려움에 대한 묘사가 부족하고, 엄중한 상황이 사랑 이야기를 위한 도구로만 사용됐다는 느낌을 준다. 준영이의 마음이 커지는 과정과 그 마음을 현오에게 고백하는 장면이 다소 도식적으로 그려졌다. 인물 이름이 잘못 적힌 실수가 몇 번 나오는데 사소한 것 같지만 작가의 집중력을 보여주는 부분이라 아쉽다.

‘로켓과 티포트’는 로켓을 좋아하는 한 어린이와 경비원 할아버지 사이의 우정과 연대를 다뤘다. ‘티포트’라는 외래어로 불리는 전기 주전자는 독일에서 이주 노동자로 일했던 할아버지의 젊은 날이 투영된 아주 튼튼한 물건이다. 그러나 이제 그에게 남은 것은 손주에게 로켓을 만들어주겠다는 사랑의 일념 정도이다. 주인공 어린이는 호기심에서 출발해 점차 그 사랑을 이해하며 할아버지의 믿음직한 동료가 된다. 회고담에 그칠 수도 있는 소재를 어린이의 시각에서 잘 풀어낸 작품으로 할아버지가 로켓의 머리 부분을 완성하기 위해서 티포트의 뚜껑을 부수는 시점이 인상적이다. 이 로켓이 더 이상 손주의 선물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고 무인 시스템의 도입으로 해고가 예정된 상황에서 할아버지가 “평생 물만 끓였는데 한 번쯤 별을 구경하는 것도 괜찮겠지”라고 티포트를 내리치는 장면은 먹먹한 감동을 자아낸다. 어린이 인물과 어른 인물이 맺는 관계의 바탕에 탄탄한 존중이 깔려 있다. 후반부에 엄마와 아빠의 연대가 암시되는데 이를 명시하지 않은 것이나 스스로 로켓이 되는 꿈을 꾸면서도 할아버지와 나눈 성장에 대한 약속은 결심의 영역으로 남겨둔 점 등 이야기의 여백도 좋았다.

논의 끝에 ‘로켓과 티포트’를 당선작으로 결정했다. 솟아오르는 로켓과 힘을 다해 떨어지는 로켓들을 발밑에 두고 하늘로 나는 어린이의 마음은 현대적인 의미에서 동화의 심장을 겨냥하고 있다. 당선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정진하시기를 응원한다.

이번 2025 문화일보 신춘문예에 투고해주신 모든 분들도 더욱 건필하셔서 좋은 작품을 쓰시길 기원한다.

김지은 아동문학평론가·최나미 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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