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 신춘문예 - 평론 당선소감

수상한 시절을 지나는 와중입니다. 막막한 마음으로 문학의 효용을 생각하다 보면, 도통 모르겠다는 무력감에 도달해버리고는 합니다. 너무도 많은 몰상식과 죽음과 비보가 하루에도 몇 번씩 최악을 갱신하는데, 문학은 아득하고도 대책 없이 최선의 모습으로 마냥 그곳에 있습니다. 얄밉기도 하고, 부끄러운 마음이 듭니다. 한편으로는 부끄럽다고 말할 수 있을 만큼 부단하게 읽고 쓰고 있지도 못하면서 손쉽게 부끄럽다며 고백하는 스스로가 실망스럽기도 합니다. 또 하나의 부끄럽고 실망스러운 심지어 섣부른 고백을 하자면, 문학은 영원히 제게 무지의 영역으로 남을 수밖에 없으리라는 것입니다. 평생을 가닿으려고 노력한대도 결코 단 한 자락도 손에 쥘 수가 없을 것만 같아요. 그럼에도 허우적거리고 싶습니다. 모르면 모르는 대로, 모르기에 더욱 알고자 애쓰며 희미하지만 분명한 아름다움을 동경하고 싶어요. 감히 문학의 손을 빌려 제가 해야 하는 무엇이 있다면, 오로지 듣는 일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많이 보고, 더 많이 들음으로써 각자의 나날과 이어질 수 있다면, 부끄러움도 잊은 채로 써볼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듭니다. 최악이라고 여겨지는 날들에도 최선을 상상하고, 서로에게 감응하며 차선의 자리나마 마련하고 싶습니다.

아빠 정재영 씨와 엄마 송정아 씨께 모든 영광을 돌립니다. 대체 왜 집에 들어오지 않는 건지 밤마다 속 끓였을 아빠에게 사실 이런 거 쓰느라 바빴다고 늦게나마 답할 수 있게 되어 기쁩니다. 언젠가 등단을 하게 된다면 필명은 꼭 엄마의 성을 따르고 싶었어요. 새로이 가지게 된 이 이름이 그동안 엄마가 살아온 날들에 작은 자랑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동생 유호는… 건강해라. 할머니와 할아버지를 비롯한 우리 가족들에게도 사랑의 말을 전합니다. 늘 정밀한 다정함을 내어주시는 김종훈 선생님, 베풀어주시는 가르침에 감사하며 마음 깊은 곳으로부터의 존경을 올립니다. 등단 소식에 제 일처럼 기뻐해 주신 연구방 동학들이 계셨기에 차근차근 써볼 수 있었습니다. 꺾이지 않는 나의 자랑,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일팔시팔이들과 선배, 후배들에게 간만의 안부를 전하며, 특히 내가 만난 최고의 낭만이자 내 최후의 청춘인 규림에게 고맙습니다. 하반기에 생일자가 몰린 탓에 상반기에는 도통 만나기 힘든 고사미즈와 회동할 명분이 생겨 신이 납니다. 작품을 빌려주신 시인들 덕에 조심스레 써볼 수 있었습니다. 늘 죄송한 마음으로, 근사하게나마 볼 수 있도록 성실히 배우겠습니다. 듣는 이로서 첫발을 내디딜 수 있도록 제 글 앞에 멈춰 서주신 김형중 선생님께 감사하며, 막막하더라도 굳건한 마음으로 써나가겠습니다. 마지막으로 하은에게, 작은 내가 가진 가장 큰 것을 건넵니다.

△ 송연정(본명 정소연)
1999년 서울 출생. 고려대 국문학 대학원 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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