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29일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태국발 제주항공 여객기 충돌 폭발 사고 현장에서 소방대원들이 수색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해 12월 29일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태국발 제주항공 여객기 충돌 폭발 사고 현장에서 소방대원들이 수색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뉴시스


‘01’활주로, 사고 발생 ‘19’ 활주로 보다 300m 길고 둔덕 없어


‘12·29 무안공항 제주항공 참사’ 여객기가 착륙할 수 있었던 2곳 활주로의 착륙 환경이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2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무안공항 활주로는 총 2800m이지만, 내년까지 진행할 예정이던 활주로 연장 공사 때문에 지난해 10월부터 2500m로 줄여 운영됐다. 무안공항은 하나의 활주로를 비행 방향에 따라 북쪽으로 운영하는 ‘01’과 남쪽으로 운영하는 ‘19’로 구분해 사용하고 있다.

항공고시보(NOTAM)를 보면, 활주로 확장공사에도 불구하고 ‘01’ 활주로는 기존 이륙 포기 항공기 정지구간(STOP WAY) 300m를 활용하면서 공사 기간에도 착륙 가용거리(LDA)를 기존과 동일하게 2800m로 유지했다. 그러나 같은 활주로지만 이착륙 방향이 반대인 ‘19’ 활주로는 착륙이 시작되는 시점에 확장공사가 진행 중이어서 LDA를 2500m로 줄일 수밖에 없었다.

만약 사고기가 ‘19’ 활주로 대신 ‘01’ 활주로로 착륙했다면, 동체착륙 시 미끄러져 속력을 줄일 수 있는 거리가 약 300m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 여기에 더해 참사 피해 규모를 키운 요인을 지목된 높이 2m, 두께 4m 콘크리트 둔덕이 ‘01’ 활주로 끝단은 확장공사를 진행하기 위해 치워진 상태였다는 점도 아쉬움을 남긴다. 사고기가 착륙한 ‘19’ 활주로의 종단은 확장공사와는 관계가 없어 방위각 시설(로컬라이저)을 고정하기 위한 콘크리트 둔덕이 있었는데, 사고기가 속도를 줄이지 못하고 해당 둔덕을 충격하면서 피해를 커졌다는 추정이 나왔다.

원래 사고기는 ‘01’ 활주로로 착륙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기장은 ‘메이데이’를 선언한 후 1차 착륙을 포기하고 복행 후 2차 동체 착륙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01’ 활주로를 이용하지 않고 ‘19’ 활주로를 이용했다.

이에 대해 항공 전문가는 "기장이 복행 과정에서 기체에 문제가 생겨 크게 선회해 ‘01’ 활주로로 착륙하기보다는 ‘01’ 활주로 반대편인 ‘19’ 활주로를 선택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착륙 방향에 따라 피해 규모가 달라졌을 수도 있는 것이다. 물론 사고기가 활주로 중간 지점에서야 지면에 닿았고, 동체착륙 속도가 빨랐기 때문에 방위각 시설이 없었더라도 피해 규모를 쉽게 예측할 순 없었다.

국토부 관계자는 "조종사가 복행을 시도하면서 우측으로 선회했고 그 과정에서 관제사가 가장 가까운 방향(19 활주로)으로 안내했다"며 "상호합의해 착륙을 시도하는 과정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노기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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