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별관 대강당에서 개최된 2025년 정부 시무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별관 대강당에서 개최된 2025년 정부 시무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헌법재판관 임명’ 강행 배경

율사 출신 참모들과 논의 생략
여야간 합의 대신 스스로 ‘매듭’
환율·경제성장률 등 우려한듯
‘릴레이 탄핵’ 상황에 부담감도


“경제는 무너질 대로 무너지고 있는데 정치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니 스스로 매듭을 지은 것이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헌법재판소 재판관 임명을 강행한 배경을 두고 최 권한대행과 친분이 있는 익명의 전직 기재부 장관은 이렇게 전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가장 아꼈던 참모가 스스로 ‘월권’임을 인정하면서 정치적 결단을 내리기까지 수없이 많은 고민을 거쳤다는 것이다.

2일 문화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최 권한대행은 지난달 27일 권한대행을 맡은 직후부터 31일 헌재 재판관 2명을 임명하기 전까지 ‘임명 보류’와 ‘임명 강행’ 시나리오를 써두고 고민을 거듭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정부 관계자는 “이 문제는 법률적인 판단이 아닌 정치적 결단이 남은 사안이기 때문에 외롭게 고민했을 것”이라고 했다.

최 권한대행은 대통령실 민정수석이나 법제처장 등 율사 출신 참모들과의 법률적 논의 과정도 생략했다고 한다. 그동안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이 “법적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반복하면서 국민 눈높이에는 부합하지 못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최 권한대행은 환율 폭등 및 경제성장률 하락 등 민생 경제가 무너지는 상황을 가장 우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한덕수 전 대통령 권한대행 총리처럼 ‘여야 합의’를 이유로 재판관 임명을 보류하는 방안도 고민했지만 사실상 합의 가능성이 없는 여야에 기댈 경우 경제가 더욱 악화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최 권한대행은 이번 결정에서 윤 대통령은 물론 대통령실 참모와 국민의힘 의원들과의 인간적 친분도 모두 배제했다고 한다. 현 정권 들어 대통령실 경제수석, 경제부총리로 승승장구해 온 최 권한대행은 윤 대통령이 가장 아끼는 경제 관료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여권 인사들은 최 권한대행이 독단적인 결정을 했다면서 ‘배신자’로 부르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최 권한대행이 과거 박근혜 정부 청와대에서 비서관으로 근무할 당시 국정농단 수사를 받은 트라우마도 이번 결정에 작용했을 것”이라고 했다. 최 권한대행은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했을 때도 명확히 반대 의사를 밝히며 막아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 권한대행은 비상계엄 사태 이후 주변에 수차례 “물러나고 싶다”는 의사를 내비쳤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이번 헌법재판관 임명을 앞두고는 한 전 권한대행에 이어 본인마저 탄핵되는 상황을 걱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음 권한대행이 될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게 현재 무안 제주항공 참사 수습을 비롯해 경제, 외교 등 국가 핵심 사안들을 모두 떠넘기고 퇴장하는 데 대한 부담감이 컸다는 후문이다.

김규태 기자 kgt90@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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