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설계 따로, 시공 따로’ 논란
설계 업체, 여수 둔덕도 맡아
청주·포항경주공항 등 2곳선
감리용역사업 최종낙찰받기도
경찰,무안공항 등 3곳 압수수색
무안·여수=노지운·노수빈 기자

이날 오전 찾은 전남 여수공항의 로컬라이저는 무안공항보다 2배 높은 약 4m에 가까운 콘크리트 둔덕 위에 설치돼 있었다. 문화일보가 확보한 2019년 5월자 한국공항공사의 ‘여수공항 등 계기착륙시설 개량 사업 실시설계 용역’ 입찰공고 과업 내용서에 따르면 계기착륙시설(로컬라이저 등) 설계에 대해 “장비 안테나 및 철탑, 기초대는 공항안전운영기준에 적합하도록 설계해야 한다. 안테나 기초대의 재사용 검토 및 필요시 유연성(Flexible) 소재로 재설계를 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2020년 3월자 ‘무안공항 등 계기착륙시설 실시설계 용역’ 입찰공고 과업 내용서에도 “장비 안테나 및 철탑, 기초대 등 계기착륙시설 설계 시 ‘Frangibility’(부서지기 쉬움)를 고려하여 설계해야 한다”고 적시돼 있다. 두 입찰 모두 A사가 최종 낙찰받았다.
또한 A사는 무안·여수공항처럼 콘크리트 지지대 위에 로컬라이저가 설치돼 있는 청주·포항경주공항의 ‘계기착륙시설 신설 감리 업무’ 용역 사업에 최종 낙찰받기도 했다. 이들의 2020년, 2023년 입찰공고 과업 내용서에는 “계기착륙시설을 신설할 때 외부전문 감리를 시행해 시스템 구축 및 운영에 대한 안전성, 신뢰성 및 품질을 확보하고 위험요소를 사전에 최소화해 본 사업 수행의 완성도를 높인다”고 명시돼 있다. 위험요소를 없애는 것이 A사의 역할이지만 청주·포항경주공항의 로컬라이저에도 콘크리트가 사용돼 있다.
설계와 시공 사이에 불일치가 나타난 것은 용역을 발주한 공항공사가 변경된 규정을 인지하지 못한 탓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콘크리트 둔덕들은 현행법상 위법이지만 국토교통부는 무안공항의 로컬라이저가 ‘종단안전구역’ 밖에 위치해 있어 규정을 어기지 않았다고 설명해왔다. 하지만 2022년 시행된 규정에 따르면 “정밀접근 활주로의 종단안전구역은 방위각시설(로컬라이저)까지 연장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종단안전구역 안에 있는 시설물은 ‘항공기에 대한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부러지기 쉬운 재질로 하며 최소 중량 및 높이로 설치해야 한다’는 규정을 적용받는다. 김광일 신라대 항공운영학과 교수는 “공항공사의 용역 발주가 법 개정 전이라 해도 법 개정 이후 그에 맞춰 설계변경을 하거나 용역을 재발주했어야 했다”며 “공항공사, 설계사, 시공사, 감리 업체 모두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제주항공 참사를 수사하는 경찰은 이날 오전부터 전남 무안국제공항 내 담당 부서, 부산지방항공청 무안출장소, 제주항공 서울사무소 등 3곳을 압수수색 하며 본격적인 강제수사 절차에 착수했다. 경찰은 확보한 증거로 대규모 인명 피해를 야기한 사고의 원인을 파악한 뒤 책임을 묻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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