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9 무안공항 제주항공 참사’가 당일 오전 8시 57분 조종사의 ‘조류충돌 메이데이(조난신호)’ 선언 직후 발생한 것으로 밝혀진 가운데 실제 비행기의 조류충돌 사고는 오전 8∼9시에 가장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무안공항의 조류퇴치 직원의 오전 교대 시간 또한 9시로 확인돼 ‘철새 도래지’ 4곳으로 둘러싸인 무안공항이 주변 환경 특성을 반영하지 않은 ‘편의주의적 행정’을 해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청주·여수 공항도 같은 시간에 교대가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허위행 서울대 산림환경학 객원연구원 등 연구팀이 지난 2015년 한국조류학회지를 통해 발표한 ‘한국 공항의 항공기 조류충돌 현황’ 논문에 따르면 비행기 조류충돌 사고는 오전 8∼9시 사이에 가장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팀이 2009년 9월부터 2010년 12월까지 발생한 항공기 조류충돌 사고 63건 중 발생 시각이 확인된 38건을 분석한 결과 오전 9시가 7건으로 가장 많았고, 오전 8시가 6건으로 그 뒤를 이었다. 오전 8∼9시가 전체의 34.2%에 달한다. 오전 10시, 정오, 오후 5시도 각각 4건으로 뒤를 이었다.
항공기 조류충돌 사고가 오전에 자주 발생하는 이유는 조류의 활동성이 오전에 높기 때문이다. 최창용 서울대 산림과학부 교수는 “철새의 경우 먹이활동을 위해 일출과 일몰 전후로 주로 활동하기 때문에 오전과 저녁에 움직임이 많으며 이동할 경우 떼로 움직일 때가 많다”고 설명했다.
오전 9시 전후가 조류충돌 위험성이 높은 시각임에도 무안공항 조류퇴치 직원들의 오전 교대 시간은 9시였다. 4명이 한팀인 무안공항 조류퇴치반은 주간(오전 9시∼오후 6시) 2명, 야간(오후 6시∼오전 9시) 1명 등 3조 2교대 근무를 하고 있다. 이에 더해 사고 발생 당시 주말이라는 이유로 현장에 1명만 근무한 것으로 확인되기도 했다. 한 공항에서 관련 업무를 전담했다는 A 씨는 “공항이 교대 시간을 조류충돌이 빈번한 시간을 고려하기보다는 인력과 편의에 맞추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이번 사고와 시간의 연관성을 아직 단정하기는 어렵다”면서도 “해외의 일부 공항에서는 조류의 활동성을 고려해 항공기 운항 시간대를 조정하고 있으므로 근무 교대 시간대의 연관성도 충분히 분석해 규정 등을 개선하는 방안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동선 항공기 조류충돌방지연구소장은 “독일 등 선진국의 경우 2명의 인원이 조류충돌을 감독해도 조류 탐지 레이더를 설치해 조종사가 공항 반경 12㎞부터 조류의 움직임을 세세하게 볼 수 있는 기술이 마련돼 있다”며 “조류충돌 위험을 인력과 운에만 기댈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현 소장은 “조류 탐지 레이더의 경우 수십억 원의 비용이 들지만, 한 해 공항을 오고 가는 시민들과 그로부터 막을 수 있는 인명피해를 생각하면 전혀 아깝지 않은 비용이므로 이에 대한 전폭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내 15개 공항 중 조류 탐지 레이더가 설치된 공항은 단 1곳도 없으며, 조류 탐지 열화상 카메라가 설치된 공항도 김포·김해·제주공항 등 3곳뿐이다.
참사 발생 10일 전 무안공항 내부회의에서는 “조류 위험은 늘었는데 예방인력이 부족하다” “복행하며 조류와 마주치는 일이 잦다”는 우려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