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9 무안공항 제주항공 참사’ 발생 나흘째를 맞은 1일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청사 계단에서 한 유가족이 희생자 추모 손편지를 작성하고 있다. 연합뉴스
‘12·29 무안공항 제주항공 참사’ 발생 나흘째를 맞은 1일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청사 계단에서 한 유가족이 희생자 추모 손편지를 작성하고 있다. 연합뉴스


새해 첫날 무안에 1500명 모여
따뜻한 음료 나누고 주변 청소도


무안=이재희·노수빈·조언 기자

2일 오전 7시쯤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는 자원봉사자를 뜻하는 파란색 조끼를 입은 시민들이 거대한 물결을 이루고 있었다. 비상구호물품 창구에 떨어진 물품을 채워두고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따듯한 음료 마시고 가라”며 차나 커피를 권했다. 주먹밥과 수프 등 간단한 먹을거리를 데워 건네기도 했다. 파란 쓰레기봉투와 집게를 들고 돌아다니며 밤새 쌓인 쓰레기를 주워 분리수거하는 모습도 종종 눈에 띄었다.

공항 1층 분향소 옆 전남자원봉사센터에는 자원봉사 현장신청을 하러 온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관계자에 따르면 사고 당일부터 무안공항에는 매일 1500여 명의 자원봉사자가 몰리고 있다. 전화나 온라인 신청은 받지 않고 현장에서만 자원봉사 신청을 받고 있는데, 공식적으로 신청하는 사람만 매일 1000여 명에 달한다.

개인 자격으로 신청한 봉사자는 센터 소속으로 일하게 되고, 그 외 민간봉사단체도 센터에서 모두 관리한다. 센터 팀장은 “자원봉사자가 너무 많아 최대한 많은 분께 기회를 드리고자 5교대로 운영하고 있다”며 “이외에도 전남 22개 시군 자원봉사센터에서 매일 오전, 오후 나눠 릴레이 형식으로 하루에 100명씩 자원봉사자들이 오고 있다”고 밝혔다.

자원봉사자들은 “유족들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길 바라는 마음에 왔다”고 입을 모았다. 바르게살기운동본부 무안군 협의회장 이지기(63) 씨는 “공동체 일원으로서 더불어 사는 사회를 살고 있지 않냐”며 “내 이웃의 아픔이 나의 아픔이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고 했다. 어제 자정부터 밤새워 일했다는 그는 힘들지 않냐는 질문에 “힘든 줄도 모르고 일한다”며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사고 소식을 듣자마자 광주에서 달려와 오늘이 봉사 5일째라는 손남식(65) 씨는 “이런 참사가 나면 늘 봉사를 오는데 사실 오면 마음이 너무 힘들어서 이번엔 안 오려고도 생각했다”며 “하지만 힘을 모으지 않으면 누가 하나 생각하니 안 올 수가 없었다”고 밝혔다. 공항 2층에서 휘청이는 어머니를 부축하며 계단을 내려오던 유족 A 씨는 “봉사활동 오는 분들을 보면 참 감사하다”고 했다. 이번 사고로 조카를 잃은 유족 B 씨 역시 “봉사자분들의 마음 덕분에 버틸 수 있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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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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