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신년사서 최상목 옹호
“경제 상황 고려한 선택일 것
국정공백 지속 땐 신뢰 타격”


이창용(사진) 한국은행 총재가 2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헌법재판관 임명과 관련해 “정치보다는 경제를 고려해서 어렵지만 불가피한 결정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헌법재판관 임명 결정이 ‘월권’이라는 여당과 일부 국무위원 비판에 맞서 최 대행에게 힘을 실어준 것으로 해석된다.

이 총재는 이날 서울 중구 한은 별관에서 연 시무식에서 발표한 신년사를 통해 “이는 앞으로 우리 경제 시스템이 정치 프로세스와 독립적으로 정상 작동할 것이라는 점을 대내외에 알리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 최 대행에 대한 비판이 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을 경우 어떻게 될지 알아야 한다”며 “그런 비판이 해외 신용평가사에 어떤 함의가 있는지 고려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신용등급은 정치 위기에 영향을 받고, 한번 내려가면 다시 올라가기 매우 어렵고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덧붙였다. 경제 안정 관점에서 최 대행의 결정을 강력하게 지지하는 메시지로 한은 총재가 정치 사안에 대해 언급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이 총재는 “정치적 갈등 속에 국정 공백이 지속될 경우 대외신인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경제 전반에 직간접적으로 충격이 더해질 수 있다”며 “국정 사령탑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올해 통화정책 방향과 관련, “전례 없이 정치·경제적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통화정책은 상황 변화에 맞춰 유연하고 기민하게 운영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유연한 결정’ 방침을 거듭 밝히며 1월 기준금리 추가 인하 가능성에 무게를 실은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올해 성장률을 1.9%로 전망했지만, 하방 위험이 커진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 이상인 26개국의 성장률 전망치 평균인 1.8%와 유사한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손자병법의 ‘근심을 이로움으로 삼는다’는 ‘이환위리(以患爲利)’를 언급하며 “위기는 곧 기회이고,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낸다면 다시 한 번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4대 금융그룹 회장들도 신년사를 통해 불확실한 경제 상황 속에서 위기 대응과 신뢰를 강조했다. 양종희 KB금융그룹 회장은 “올해는 어느 때보다 예측하기 어려운 혼돈과 격변이 예상되는 상황으로 고객과 시장의 불안감을 상쇄시킬 수 있는 ‘견고한 신뢰와 안정감’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도 “현재의 위기상황을 엄중히 인식하고, 그 누구보다 절박한 심정으로 달려 나아가야 한다”고 했다.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과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은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 체계를 확립하겠다고 밝혔다.

김지현 기자 focus@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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