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시와 예술
캐롤라인 캠벨 지음│황성연 옮김│21세기북스


이탈리아 피렌체는 해마다 전 세계 수많은 관광객이 즐겨 찾는 도시다. 방문객들은 우피치 미술관, 산타 마리아 델 피오레 대성당, 베키오 다리, 조토의 종탑 등 도시가 품고 있는 예술적, 상징적 건축물과 그 안에 담긴 르네상스의 역사에 대해 주목한다. 도시는 인간 문명의 집합체이고, 예술은 그 안에서 탄생하고 발전하는 역사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아일랜드 국립미술관이 생긴 이래 158년 만에 첫 여성 관장으로 임명되며 화제를 모았던 캐롤라인 캠벨은 예술과 도시에 대한 방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고대 바빌론의 유적에서 현대 평양의 통제된 거리까지 전 세계 15개 도시로 우리를 안내한다.

저자에 따르면 도시의 건축물, 조각, 회화, 공예품들은 단순한 미적 장식물이 아니다. 그 시대의 문화와 가치관, 인간의 삶을 반영하는 거울이다. 예를 들어, 런던의 넬슨 기념탑은 영국 제국의 팽창과 탐욕을 상징하는 동시에, 그 이면에 숨겨진 노예무역과 식민 지배의 역사를 드러낸다. 17세기 암스테르담의 그림들은 당시 네덜란드의 관용과 개방성을 반영하고, 로마의 콜로세움과 판테온은 제국의 힘과 영광을 보여준다.

책은 단순한 미술사를 넘어, 도시와 예술의 관계를 통해 인류 문명사를 조망하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또한 예술 작품을 통해 도시의 정체성을 드러내고, 그 속에 담긴 인간의 흔적을 찾아낸다. 미켈란젤로가 시스티나성당 천장화를 그릴 당시 겪었던 고뇌, 렘브란트가 빛과 그림자를 이용해 인간의 내면을 표현했던 방식에는 인간적인 면모가 숨겨져 있다. 608쪽, 3만8000원.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
김인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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