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가 ‘오징어 게임’ 시즌2를 본다. 과장이 아니다. 공개 이틀째부터 넷플릭스에서 시청시간 톱 10을 집계하는 93개국 모두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사상 최초 ‘올킬’이다. ‘오징어 게임2’는 언어, 문화, 종교, 취향이 다른 세계인들이 이 순간 가장 많이 보는 콘텐츠이다.

‘오징어 게임2’의 초반 평가는 좋지 않았다. 100점 만점에 30점을 준 뉴욕타임스(NYT)는 ‘오징어 게임에 빨간불이 켜졌다’고 꼬집었다. 주요 외신에서 혹평이 나오며 국내 언론도 부정적인 기사를 쏟아냈다. 공개 첫날 인터넷 반응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메시지가 너무 강조됐다’는 지적부터 ‘그럴 줄 알았다’는 냉소, ‘시즌1도 그렇게 재밌는 건 아니었다’란 ‘역주행’ 자성론까지 다양했다. 약쟁이 래퍼 ‘타노스’를 연기한 최승현(탑)의 과장된 연기는 좋은 먹잇감이었다. 공개 첫날만 놓고 봤을 땐 ‘오징어 게임2’는 형보다 못한 아우처럼 보였다.

그런데 역대급 흥행 질주란 낭보에 여론이 반전됐다. 혹평에 집중했던 언론은 이제 우호적인 반응을 앞다퉈 소개한다. 해외 구독자들 사이에서 공기놀이 열풍이 불고 있다는 이야기가 무용담처럼 전해진다. 대중도 슬슬 재평가에 들어갔다. 개연성이 떨어져 아쉽다는 지적은 힘을 잃고, 재밌으니 많이 보는 것이란 의견이 다수를 점했다. 비판하는 사람은 방구석 평론가로 매도당하기 일쑤다. ‘오징어 게임2’를 지적하는 건 전 세계 사람들이 좋아한다는데 정작 자국민이 몽니를 부리는 심보 고약한 일이 됐다.

우리나라는 유독 해외 반응에 민감하다. 해외에서 인정받은 한국의 아티스트나 콘텐츠에 맹목적인 성원을 보내는 경우가 많다. 역대 넷플릭스 시청 시간 1위인 ‘오징어 게임’ 시즌1에 대한 여론 추이도 지금과 유사했다. 공개 초반엔 호불호가 갈렸지만, 한국 콘텐츠 최초로 글로벌 1위를 기록하자, 찬사를 보내기 시작했다.

‘오징어 게임2’란 콘텐츠는 그대로인데, 해외 반응에 따라 우리의 평가가 달라지는 건 부끄러운 일이다. 좋은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것만이 한국 문화의 저력을 증명하는 길은 아니다. 해외 평가와 상관없이 콘텐츠의 뛰어난 점을 알아보고, 부족한 점에 대해선 비판할 수 있는 식견도 한국 문화의 저력이어야 한다. 누구는 재미있다고, 누구는 재미없다고 느낄 수 있다. 다만 외신 반응에 나쁘다고 몰려갔다가 전 세계가 본다고 하니 좋은 것이란 막연한 합리화는 지양했으면 한다.
이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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