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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美 NTSB·日 JTSB처럼 독립 조사 기관 만들어야”

무안=이재희·조율 기자

‘12·29 무안공항 제주항공 참사’의 마지막 순간 콕핏(조종석)에서 끝까지 손을 떼지 못한 기장의 모습이 포착돼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현직 조종사들과 전문가들은 “죽기 직전까지 죽는 줄도 모르고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게 항공기 기장”이라며 “사고의 원인은 ‘버드스트라이크’지만 사망의 원인은 콘크리트 둔덕”이라고 지적했다.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인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가 국토교통부의 산하 기관인 만큼 ‘셀프 조사’ 논란이 불가피한 만큼 다른 선진국처럼 독립된 조사 기구를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3일 사고 항공기와 동일한 B737-800을 몰고 있는 현직 기장 A 씨는 “사고 현장 영상을 보면서 비상상황에서 항공기 접지(동체착륙)를 그렇게 깔끔하게 잘하기 힘들다는 생각을 했다”며 “활주로 끝까지 이탈하지 않고 유지하고 나갔다는 건 기장이 정말 최선을 다했다는 것을 보여준다”다고 주장했다.

현직 조종사들은 전반기에 1회, 후반기에 1회씩 1년에 2회 훈련을 받는다. 최근 사고 사례, 비행기 기종 등에 대한 지상학술교육을 받은 뒤 시뮬레이터 모의조종 훈련을 한다. 이 시뮬레이션 장치는 엔진 화재, 엔진 고장, 이번 무안 사고처럼 새가 들어가 엔진이 폭발하는 경우 등 실비행에서 재현할 수 없는 극한의 비상상황을 수백에서 수천 가지까지 재현할 수 있다.

현직 기장 B 씨는 “시뮬레이터에서 훈련하는 것과 실제 상황으로 마주하는 것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공포와 두려움이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기장이 마지막 순간까지 전방을 주시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배운 대로, 여태껏 해왔던 대로 끝까지 침착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안전하게 비행기를 부드럽게 접지시키고 났는데 앞에 둔덕이 있으니까 그 순간에 그것처럼 황당한 일이 있었겠냐”며 “흙이니까 부드럽게 흡수해줄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도 찰나 들었겠지만 그 안에 콘크리트가 있었을 줄 누가 알았겠냐”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대한항공에서 30년 간 수석기장으로 일했던 권보헌 극동대 항공안전관리학과 교수 역시 “바퀴를 못 내린 채로 동체 착륙했으니 지상핸들, 브레이크 등을 쓸 수 없어 그 순간 기장이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을 것”이라며 “장애물이 쏜살같이 다가오는 걸 앞에서 무력하게 보는 심정이 어땠을지 상상도 안 된다. 짧은 순간이지만 조종사에겐 10년처럼 느껴지며 주마등이 스쳐 지나갔을 것”이라고 했다. 특히 그는 “기장이 좀 못 해서 활주로를 벗어났으면 그렇게까지는 안 됐을 텐데 착륙을 너무 잘했다”며 안타까움에 말끝을 흐렸다.

콘크리트 로컬라이저(방위각, 착륙 유도 안전 시설)와 관련해 국토부가 규정을 어겼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가운데, 현직 기장과 전문가들은 국토부 산하의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의 ‘셀프 수사’가 아닌 독립된 조사 기구의 마련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미국·일본 등 주요 선진국에서는 대통령 산하의 독립 사고조사위원회를 두고 있다. 이경수 국립재난안전연구원 시설연구사 등 연구팀이 지난 2023년 한국안전학회지에 기고한 ‘국내 재난원인조사 체계’에 따르면 미국의 NTSB는 1967년 교통부 내 최초로 설립됐으나 사고조사의 객관성과 신뢰성을 보장하기 위해 1974년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독립, 미국 내 발생하는 항공·도로·철도 등 분야의 사고조사 및 개선안권고 등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일본의 JTSB 또한 국토교통성과 별개로 독립적으로 운영 중이다. 스웨덴 또한 법무부 산하의 독립된 정부기관인 SHK를 1978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국토부의 문제를 국토부에서 조사하면 ‘제 가족 감싸기’ 경향이 높을 수밖에 없다”며 “재발 방지를 위해 항공기, 건축물, 여객선 등 각 분야마다 특화된 전문 인력과 인력양성기관, 조사기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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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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