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경찰, 무안공항 이틀째 압수수색
사고 원인따라 책임소재 달라져
기체 결함 탓이라면 제조사
정비 불량땐 제주항공 처벌
‘12·29 무안공항 제주항공 참사’ 당시 콘크리트 둔덕 위에 설치돼 있던 로컬라이저(방위각 시설)의 규정 위반 정황이 속속 드러나며 관련자의 ‘중대시민재해’ 처벌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지난 2일 무안공항 등을 대상으로 압수수색에 돌입한 경찰은 3일 오전까지 자료 확보를 이어갔다.
이날 전남경찰청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수사본부에 따르면 2일부터 무안공항을 대상으로 진행된 압수수색 영장은 일단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발부받았지만, 사고 원인에서 구체적인 ‘인적 요소’가 확인될 경우 업무상 과실치사상 외에도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를 적용할 예정이다.
경찰은 2일 오후 무안국제공항 내 국토교통부 부산지방항공청 무안공항출장소, 제주항공 서울사무소에 대해 압수수색을 마쳤고 공항 담당부서 사무실에 대해선 하루를 넘겨 가며 3일까지 자료 확보를 이어갔다. 경찰은 해당 사무실에서 무안공항 내 활주로 CCTV 영상 등 전자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사고 원인 규명이 진전되는 방향에 따라 책임 소재는 달라질 수 있다. 사고 항공기의 안전관리 부실·정비 불량이 드러나면 제주항공 실무진과 경영 책임자가, 착륙 바퀴(랜딩기어) 미작동 등 기체 자체의 결함이 확인될 경우 항공기 제조사인 보잉 측이 처벌 대상이 될 전망이다.
특히 규정에 맞지 않는 콘크리트 둔덕과 사고의 인과관계가 인정된다면 한국공항공사·전남도 등에 책임이 돌아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활주로 끝단에서 251m 떨어진 곳의 콘크리트 둔덕은 이번 사고의 인명피해를 키우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 콘크리트 둔덕은 활주로 인근 일정 거리 안쪽을 종단안전구역으로 설정하고, 부서지기 쉬운 재질로 시설물을 설치하도록 한 규정에 어긋난다는 것이 국내외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앞서 제주항공 대표와 임원 1명을 출국 금지한 경찰 역시 로컬라이저 설치 문제를 함께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고에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가 적용될 경우 이번 사고는 사상 첫 항공기 중대재해이자 첫 중대시민재해 처벌 사례가 될 전망이다. 지금까지 중대시민재해 혐의 수사는 2023년 경기 성남 정자교 붕괴 사고와 오송 지하차도 참사 등 2건이 있었다. 오송 참사와 관련해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기소된 현장소장·감리단장은 2심에서 각각 징역 6년·4년을 선고받았지만, 중대시민재해 혐의로 고발된 김영환 충북지사와 이범석 청주시장에 대해선 여전히 수사가 진행 중인 상태다.
권영국 중대재해네트워크 공동대표는 “대형 사고의 경우 복합적으로 책임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로컬라이저 공사의 발주자가 최종 승인의 주체이기 때문에 로컬라이저가 피해를 키운 주원인으로 지목될 경우 한국공항공사의 책임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재연 기자 jaeyeon@munhwa.com, 무안=노지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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