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참사 시신 훼손 심해
유가족들에게 인도 늦어져
“팔다리 남았으면 부러울 지경”


무안=노수빈·조언·이재희 기자

“몸이 다 터져버려서…유해도 찾지 못하고 있어요….”

3일 오전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만난 ‘12·29 무안공항 제주항공 참사’ 사망자 유족 A 씨는 가족의 시신 2구를 아직도 인계받지 못했다며 애끊는 심정을 전했다. A 씨는 “팔, 다리라도 남아 있는 사람들이 부러울 지경”이라며 허공을 바라봤다. 참사 발생 엿새째인 이날 오전 기준 총 200여 점(102명)의 유류품과 42구의 시신만이 가족의 품으로 돌아갔다. 당국은 1000여 개의 유류품을 확보하고 유해 수습도 계속 진행하고 있지만, 훼손이 심한 물건·유해일수록 인도가 늦어지고 있다. 이번 참사로 며느리를 잃은 김모(75) 씨는 “(며느리의) 팔, 다리가 온전치 않아 추가 DNA 검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며 “온전한 시신을 인계받는 것이 마지막 소원”이라고 답했다. 막내 여동생의 시신을 확인했다는 강모(65) 씨는 “무릎 밑부터는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는 모습을 보고 얼마나 속상했는지 모른다”며 “나머지 유해를 다 찾을 때까지 포기하지 않고 공항에 남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류품을 인계받은 유족들은 형체도 알아보기 힘든 가족의 ‘마지막 흔적’을 보며 가슴을 쳤다. 친누나와 조카, 조카딸을 모두 잃었다는 이모(54) 씨는 “휴대전화 한 대만 겨우 챙겼는데 그마저도 산산조각이 나 형체를 알아볼 수 없다”며 “포렌식을 해 사진, 영상만이라도 살려보려 한다”고 말했다. 아들의 주민등록증, 지갑, 가방을 전달받은 이모(63) 씨는 “물건도 이렇게 탔는데, 아들이 얼마나 고통스럽게 갔을지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한 유족은 유류품이 담긴 박스를 들고선 “도저히 박스를 열 자신이 없다”며 울먹이기도 했다.
노수빈
조언
이재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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