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2017년 1월 20일 워싱턴DC 의회 의사당 앞에서 멜라니아 여사가 들고 있는 성경에 손을 얹고 45대 미국 대통령 취임 선서를 하고 있다. 멜라니아 여사가 들고 있는 성경 두 권은 트럼프 당선인이 어머니에게 물려받은 것과 에이브러햄 링컨 전 대통령이 1861년 취임식 당시 사용한 것이다.  신화통신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2017년 1월 20일 워싱턴DC 의회 의사당 앞에서 멜라니아 여사가 들고 있는 성경에 손을 얹고 45대 미국 대통령 취임 선서를 하고 있다. 멜라니아 여사가 들고 있는 성경 두 권은 트럼프 당선인이 어머니에게 물려받은 것과 에이브러햄 링컨 전 대통령이 1861년 취임식 당시 사용한 것이다. 신화통신 연합뉴스


■ 10문10답 - 美 47대 대통령 취임식

전직 대통령 등 1600여명 참석
취임사 메시지엔 ‘통합’ 담길듯
피격사건 영향 警 4000명 추가

행사 백미는 성경 손 얹고 선서
애덤스, ‘법전’으로 대신하기도

취임 이틀전부터 축제·일요예배
10만달러는 기부해야 참석 가능
8년전 취임식 총비용은 2억달러





워싱턴=민병기 특파원, 이현욱 기자

오는 20일(현지시간) 미국의 45대 대통령이었던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이 47대 대통령에 취임한다. 한 차례 낙선 후 당선된, 미 역사상 두 번째인 징검다리 대통령의 취임식은 그 자체로 거대한 정치 이벤트다. 특히 다시 돌아온 트럼프 행정부가 취임 첫날부터 거센 행보를 펼칠 것으로 예상되며 지구촌의 관심이 미국 워싱턴DC로 향하고 있다. 4년 전 트럼프 당선인은 조 바이든 대통령의 취임식에 참석하지 않았고, 그 전에는 의회 폭동을 사실상 사주해 평화로운 정권 교체를 방해했던 전례가 있다. 하지만 100년 이상 굳어진 미국 대통령 취임식의 주요한 전통은 이어지고 있다. 미국 대통령 취임식의 진행 방식 등을 문답 형식으로 풀어본다.

1. 취임식 주최는 누구

1901년부터 취임식 행사는 상·하원 합동 취임식 준비위원회(JCCIC)가 주최해왔다. 60번째 대통령 JCCIC는 이미 지난해 9월 18일 발족식을 갖고 본격적인 취임식 준비에 들어갔다. 첫 번째 취임식은 뉴욕에서 열렸지만 1801년 3대 토머스 제퍼슨 전 대통령 때부터 워싱턴DC에 있는 연방의회 의사당에서 취임식이 열린다. 자연스레 취임식 주최도 의회가 맡게 됐다. 대통령이 군 최고사령관이라는 점에서 조지 워싱턴 초대 대통령 취임식 때부터 군 관계자들도 취임식을 함께 준비해왔다. 취임식이 1월 20일에 치러진 것은 1937년 프랭클린 루스벨트 전 대통령의 두 번째 취임식 때부터다. 이전에는 3∼4월에 열렸으며 그중에서도 3월 4일에 가장 많이 열렸다.

2. 취임식 비용은 얼마나

아직 이번 취임식에 드는 총비용은 알려지지 않았다. 단 4년 전 바이든 대통령의 취임식이 코로나19로 인해 참석 인원을 대폭 줄이고 행사도 간소하게 치른 점을 감안하면 8년 전 트럼프 당선인의 45대 취임식 비용이 비교 대상이 될 수 있다. 당시 취임식에 들어간 총비용은 2억 달러(약 2800억 원)에 달한다. 30억 원대에 불과한 우리 대통령 취임식과 비교하면 천문학적 액수다. 가장 비용이 많이 드는 분야는 안전, 교통, 응급서비스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2009년 취임식 때 1억2400만 달러가 소요됐다. 단 우리는 전액 국고에서 지원하지만 미국의 경우에는 의사당에서 열리는 취임 선서식에만 세금이 지원되고 무도회·파티 등 선서식 전후 부대 행사는 기부금을 받아 운영한다. 지난 4일 뉴욕타임스(NYT)의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의 취임식지원위원회에 모인 기부금은 1억5000만 달러에 달한다. 취임식까지 보름가량 남은 것을 감안하면 천문학적 액수의 기부금이 모일 것으로 예상된다.

3. 취임식 진행은 어떻게

20일 정오 무렵 열리는 취임식은 트럼프 당선인의 취임 선서를 시작으로 취임 연설, 축하 공연의 순서로 이어진다. 이후 의사당에서 상·하원 의원들과 오찬을 마친 뒤 대통령과 부통령을 태운 차가 의회부터 백악관까지 펜실베이니아 애비뉴 약 2.7㎞ 거리 행진이 이어진다. 1953년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전 대통령 취임식 때부터 취임 선서 직후 상·하원 합동 오찬을 하기 시작했다. 기념행진은 1805년 제퍼슨 전 대통령 취임식 때 시작됐다.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은 1977년 도보로 행진하는 새로운 전통을 만들었으나, 이후 취임한 대통령들은 경호 등의 이유로 일부 구간만 상징적으로 도보로 행진했다.

취임식의 백미는 대통령이 성경책에 손을 얹고 연방대법원장이 취임 선서를 읽으면 대통령이 따라 읽는 장면이다. “나는 미국의 대통령으로서 직무를 성실히 수행하고 최선을 다해 헌법을 준수하며 보호하고 보전해 나갈 것을 엄숙히 선서합니다”라는 선서다. 연방헌법 2조 1항에 새 대통령이 직무 수행 전 이 같은 선서를 하도록 명문화돼 있다. 왼손을 성경에 얹는 것은 초대 워싱턴 전 대통령 때부터 이어진 전통이다. 단 존 퀸시 애덤스 전 대통령은 성경이 아닌 법전에 손을 얹고 선서하기도 했다. 보통 대통령은 개인적으로 사용했던 성경을 사용했지만, 카터·조지 부시 전 대통령 등은 초대 대통령인 워싱턴 전 대통령의 성경에 손을 얹고 선서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할 때 에이브러햄 링컨 전 대통령과 마틴 루서 킹 목사의 성경에 선서했다. 첫 흑인 대통령으로서 노예 해방과 흑인 인권 운동을 이끌었던 이들의 정신을 잇겠다는 취지다.

4. 취임 연설은

취임 연설은 취임식의 핵심이다. 앞으로 4년간 미국을 어떻게 이끌어갈지가 드러나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번 취임사에 담길 메시지는 ‘통합’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난달 NBC와 인터뷰에서 “우리는 통합을, 성공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기본적으로 미국을 하나로 모으는 일이 될 것”이라고 했다. 2017년 1기 취임식의 연설 주제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였던 것과 비교해 다소 누그러진 표현이다. 트럼프 당선인이 지난해 대선에서 압도적 지지를 받아 당선됐고, 더 이상 연임도 안 된다는 점에서 정략 대신 국민 통합에 초점을 맞췄다는 분석이 나온다.

가장 대표적인 취임 연설은 링컨 전 대통령의 재선 때 연설이다. 남북전쟁에서 북부의 승리가 확정적인 상황에서 링컨 전 대통령은 분열을 넘어 평화와 화합을 강조했다.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은 취임 연설에서 “여러분의 나라가 여러분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묻지 말고, 여러분이 나라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물어보십시오”라는 유명한 문구를 남겼다.

지난 4일 미국 의회 의사당 건물 주변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47대 미국 대통령 취임식을 위한 준비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지난 4일 미국 의회 의사당 건물 주변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47대 미국 대통령 취임식을 위한 준비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5. 취임식에는 누가 참석하나

이번 대통령 취임식에는 약 1600명이 참석한다. 연방 상·하원 의원들, 대법관들, 전직 대통령과 부통령 및 그 가족들이 주요 참석 대상이다. 바이든 대통령과 질 바이든 여사뿐 아니라 오바마 전 대통령과 미셸 오바마 여사,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부시 전 대통령과 로라 부시 여사 등 전직 대통령 내외들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은 4년 전 바이든 대통령의 취임식 때도 참석했다. 당시 생존해 있던 최고령 카터 전 대통령은 건강 문제로 참석하지 못했다.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도 취임식에 참석했다. 당적을 떠나 전직 대통령들이 모두 새 대통령의 취임을 축하하며 통합과 화합의 장으로 만들려는 취지다. 하지만 4년 전 대선 불복으로 해석되는 연설도 했던 트럼프 당선인은 취임식에 참석하지 않고 당일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로 떠났다. 취임식에 불참한 현직 대통령은 1869년 앤드루 존슨 이후 152년 만이었다.

6. 대통령 임기 시작은 언제

미국 대통령의 임기 개시 시점은 명문화돼 있다. 1933년 개정된 수정헌법 20조는 대통령의 임기가 1월 20일 정오에 끝난다고 돼 있다. 자연스럽게 새 대통령의 임기도 이때 시작된다. 이에 따라 트럼프 당선인의 취임 선서 시점과 상관없이 20일 정오에는 미국 통수권자로서 권한을 행사하게 된다. 애초 3월 4일이었던 임기 개시 시점을 1월 20일로 당긴 것은 정권 이양 기간을 줄여 전임 대통령의 ‘레임덕’ 기간도 줄이려는 취지다. 임기 개시 시점이 정오로 된 것은 취임식과 동시에 새 대통령이 권한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취지다. 이는 ‘전임 대통령 임기 만료일 다음 날의 0시부터 개시된다’고 한 한국 공직선거법과 다른 점이다. 한국의 경우 이미 취임식이 열리는 날짜에 신임 대통령의 임기가 시작되는 반면, 미국은 취임식 시간과 임기 개시 시점을 최대한 맞췄다.

7. 트럼프 임기 첫날 행정명령은

트럼프 당선인은 취임 첫날부터 최소 25개의 행정명령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관세, 이민, 에너지, 가상화폐 등 분야에서 대거 행정명령을 내려 전임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흔적 지우기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가장 주목되는 건 보편적 관세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기간 중국산에 60% 관세를 부과하고 모든 수입품에 10∼20%의 보편 관세를 매기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대선 승리 후에는 마약과 이민자 단속에 미온적이라는 이유로 멕시코·캐나다엔 25% 관세를, 나머지 국가들의 수입 상품에 대해선 10∼20%의 보편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 20일 취임 후 더욱 구체적인 관세 내용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불법 이민 단속 강화를 위한 행정명령도 쏟아낼 것으로 보인다. 멕시코와 국경지대에 병력을 추가 배치하고 국가 장벽 건설을 재개하며, 불법 체류 부모의 아이에게 자동으로 시민권을 부여하는 제도를 폐지하는 행정명령 등을 준비 중이다. 에너지 분야와 관련한 행정명령의 경우 미국의 파리기후변화협약 재탈퇴가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 밖에 1·6 의사당 폭동자 사면도 이뤄질지 주목된다. 트럼프 당선인은 2021년 1월 6일 자신의 지지자들이 일으킨 의회 의사당 폭동 사건과 관련된 일부 인사들에 대한 사면을 검토 중이다.

8. 취임 축하연은 언제 어떻게

트럼프 2기 취임위원회는 취임 이틀 전인 1월 18일부터 사흘간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축제’를 기획하고 있다. 축제에는 퍼레이드·일요 예배·각종 리셉션과 촛불 만찬 등 지지자들과 기부자들을 위한 행사가 예정됐다. 19일에는 워싱턴DC 소재 2만 명가량 수용할 수 있는 캐피털 원 아레나(Capital One Arena)에서 ‘승리의 집회(VICTORY RALLY)’로 명명된 대규모 군중집회도 연다. 트럼프 당선인 측은 행사 안내 이메일에서 “이번 행사는 트럼프 제47대 대통령 취임식 전날에 열리는 승리의 집회다. 참가자들이 엄청나게 많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통 취임 축하연은 취임 전 5일, 취임 후 5일 등 모두 열흘간에 걸쳐 진행된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취임일 저녁 14개 파티에 참석하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9. 취임식과 축하연 참석 비용은

시민의 취임식 참석은 기본적으로는 무료다. 하지만 수요에 비해 시민에게 열린 입석 좌석은 많지 않다. 지역의 연방 의원에게 신청하는 방법도 있지만 이 역시 할당된 티켓에 제한이 있다. 단 취임 선서식의 경우 의사당 인근 내셔널몰에서 대형 화면을 통해 지켜볼 수 있다. 시가행진을 거리에서 지켜보는 것도 돈이 들지 않는다. 취임식 티켓을 사고파는 웹사이트도 있다. 모두 입석표인데 수천 달러에 거래되기도 한다.

그 외 행사에 참석하는 데는 적지 않은 비용이 든다. 트럼프 당선인 측은 1기 때와 마찬가지로 기부금 액수에 따라 행사 참석 권한을 달리하고 있다. 또 다른 ‘충성심’ 테스트다. 100만 달러가 최고 동급인데, 100만 달러를 낼 경우 당선인 부부와 만찬 등 취임식 전후 행사에 참석할 수 있다. 트럼프 당선인 부부와 함께 일요예배를 보기 위해서는 적어도 10만 달러를 넘게 내야 한다. 최소 수만 달러는 내야 각종 행사에 입장할 수 있다.

10. 경호는 어떻게

대통령 취임식은 어느 행사보다도 보안과 경호가 삼엄하다. 불특정 대중들과 접촉면이 많기 때문이다. 거기에 더해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기간 피격을 당했던 경험이 있는 만큼 비밀경호국(SS)과 경찰 모두 보안 태세를 최고로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워싱턴DC 경찰은 취임식에 4000명의 경찰 병력을 추가로 투입할 계획이다. 연초 뉴올리언스에서 일어난 트럭 돌진 테러 등이 잇달아 발생한 것도 경호 태세 강화의 요인이다. 취임식 당일에는 워싱턴DC의 주요 도로도 폐쇄된다.
이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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