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빵요정의 세상의 모든 디저트 - 갈레트 데 루아
2025년 새해를 밝히는 첫 과자로 ‘갈레트 데 루아’를 떠올리게 됩니다. 해마다 신년 초에는 프랑스의 향토 과자인 갈레트 데 루아에 대한 이야기를 써내려갑니다. 세 명의 동방박사 멜키오르, 카스파르, 발타사르가 아기 예수를 찾아와 경배를 올린 기독교 축절, 1월 6일 주현절에 먹는 이 폭신한 결의 파이 과자는 극강의 버터향의 매력적인 맛은 물론이고, 이 안에 도자기로 만든 작은 ‘페브’를 넣어 즐거운 놀이를 하는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페브는 잠두콩을 의미하는 단어입니다. 지금은 다양한 모양의 도자기로 만든 페브를 사용하지만, 로마 시대에는 큼직한 잠두콩을 넣어 왕의 놀이를 했다고 전해집니다. 굳이 왜 이 잠두콩일까요. 이 콩은 봄에 제일 먼저 새싹을 틔우고 열매를 맺는 터라 그 자체로 탄생, 다산, 인생을 상징하기도 합니다.
갈레트 데 루아로 하는 놀이는 대략 이렇습니다. 가족과 친구들 여럿이 모인 자리에서 가장 어린 사람이 ‘오늘의 왕’이 되어 식탁 밑으로 들어갑니다. 그 사이에 원형으로 구워진 갈레트를 조각내고 오늘의 왕은 각각의 갈레트를 누구에게 배분할지 결정합니다. 페브가 어떤 조각에 들어가는지 보지 못한 채 말이지요. 이렇게 페브가 들어간 조각의 갈레트 데 루아를 만난 이는 새로운 왕 또는 여왕이 되며 사람들은 왕의 소원을 들어줘야 합니다. 갈레트 데 루아를 판매하는 제과점에서는 도자기 페브와 함께 종이 왕관을 따로 준비하는 이유입니다.
한국에서는 식품법상 갈레트 안에 페브를 넣어 굽는 것이 금지돼 있어, 페브를 따로 준비해주고 있습니다. 매년 이 페브를 모아가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가끔 도예가와 함께 협업으로 자신들만의 페브를 구워 선보이는 곳들도 찾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재미있는 놀이를 기대하며 여럿이 나눠 먹는 과자인 갈레트 데 루아는 겹겹이 쌓인 페이스트리와 달콤한 아몬드 크림이 들어 있어 버터향과 어울리는 고소한 맛을 즐길 수 있습니다. 조각조각 잘라 밀봉한 후 먹을 때마다 살짝 데워 먹으면 바삭거리는 페이스트리의 결과 촉촉 달콤한 아몬드 크림이 그 맛과 향을 제대로 뽐내게 됩니다.
갈레트 데 루아의 기본형은 페이스트리 반죽과 아몬드 크림으로 알려져 있지만 점점 기술자들의 개성과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더해져 다양한 모양과 조합으로 만들어지곤 합니다. 아몬드 크림 대신에 피스타치오 크림이나 라즈베리 잼 등을 더해 만들기도 합니다. 매년 다양한 갈레트 데 루아를 만나게 되는데 매년 기호에 따라 선호하는 기술자들의 갈레트 데 루아를 미리 예약해서 먹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김혜준 푸드 콘텐츠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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