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적으로 인플루엔자(독감)가 2016년 이후 최대 유행세를 보이면서 6일 서울 성북구의 한 어린이 전문병원이 진료를 보려는 환자와 보호자들로 붐비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적으로 인플루엔자(독감)가 2016년 이후 최대 유행세를 보이면서 6일 서울 성북구의 한 어린이 전문병원이 진료를 보려는 환자와 보호자들로 붐비고 있다. 연합뉴스


■ 독감 8년만에 최대 유행

긴 대기에 진료받기 전 기절도
입원 403 → 834명 1주새 2배


#1. 7일 오전 8시 20분 서울 성동구 성수동 A 이비인후과. 이 병원은 8시 30분부터 진료를 시작하지만 이미 로비엔 환자 30명이 기다리고 있었다. 대기 시간이 1시간 30분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공지되자 다른 병원으로 발길을 돌리는 환자도 여러 명이었다. 9시가 되자 대기인원은 50명이 넘어섰다.

#2. 50대 B 씨는 지난달 30일 가벼운 목감기 증상을 느껴 회사 근처인 서울 중구 정동 C 내과에 갔다. 평소 30분 정도 대기했던 병원에선 환자가 많은 탓에 1시간 30분가량 기다려야 했다. 아픈 여고생은 진료를 기다리다가 기절하기도 했다. 이튿날 고열에 시달리던 B 씨는 집 근처인 서울 성북구 돈암동 D 의원에서 인플루엔자(독감) 확진을 받았다. 효과가 빠르다는 페라미플루 주사를 3시간 만에 겨우 맞았다.

독감이 8년 만에 최대 규모로 유행하면서 독감 환자가 급증하자 최근 병원은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올해 독감 유행은 예년보다 늦게 시작됐는데 유행 규모가 큰 만큼 5월까지도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날 A 이비인후과에서 만난 오나영(30) 씨는 “병원에 오픈런을 했는데도 1시간 반 이상 기다릴 줄 몰랐다”며 “8시 10분께 도착했는데 환자가 이미 20명 있어서 다른 병원으로 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김모(5) 양 보호자 박모(37) 씨도 “7시 40분께 도착했는데도 대기 7번이었다”고 했다.

독감으로 응급실을 찾거나 입원한 환자도 가파르게 늘고 있다. 지난달 23∼27일 응급실 내원 환자는 평일 하루 평균 1만8437명으로 전주 대비 3377명 늘었다. 증가한 환자의 약 41%가 독감 환자였다. 하루 평균 1357명이 독감 증상으로 응급실을 찾은 것이다. 질병관리청이 전국 220곳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한 입원환자 감시에서도 독감 입원 환자가 일주일새 403명에서 834명으로 2배 이상으로 늘었다.

통상 겨울방학이 시작하기 전후인 12월 말과 1월 초 독감 유행의 정점을 찍는데 올해는 1∼2주가량 늦은 편이다. 최근 독감이 주도하는 호흡기질환 유행은 ‘멀티데믹(여러 감염병 동시 유행)’으로 번질 우려도 상당하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겨울에는 바이러스 활동성은 증가하는 반면 인체 면역력은 떨어진다”며 “추운 날씨 탓에 3밀(밀접·밀폐·밀집) 환경이 조성됐고, 난방 기류를 타고 바이러스가 잘 이동할 수 있는 여건”이라고 설명했다. 천 교수는 “여러 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맞물리면서 독감과 더불어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 메타뉴모바이러스, 아데노바이러스 등 폐렴으로 악화될 수 있는 질환이동시 유행하는 양상”이라고 말했다.

권도경·김린아·유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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