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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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상담소

▶▶ 독자 고민


‘12·29 무안공항 제주항공 참사’ 이후로 계속 관련 영상이나 기사를 찾아봅니다. 처음에는 사고 원인 등에 대해서 집착하다가 지금은 유가족들을 보면서 무기력해지고 슬퍼지는 것이 반복됩니다. 사실 이태원 참사나 세월호 참사 때도 힘들었지만 지금 정도는 아니었는데 왜 유독 이번 사건의 영향을 많이 받는지 모르겠습니다. 석 달 후 해외여행이 예정돼 있었는데 무서워서 가기 싫어 취소했어요. 주변 사람이 비행기를 탄다는 얘기만 들어도 너무 불안하고 가슴이 두근두근합니다. 제가 아는 사람이 이번 사건으로 돌아가신 것도 아니고 다들 하루 이틀만 영향을 받고 잘 살던데 아직도 악몽을 꾸고 이렇게 영향을 많이 받는 제가 문제일까요?

A : 과도한 감정이입땐 일상 생활 지장… 뉴스 몰입 시간 줄이세요
▶▶ 솔루션


오늘날 우리 국민에게 비행기는 훨씬 더 일상적인 장소입니다. 즉 이태원이나 세월호 참사와 같은 경우에는 비슷한 장소나 상황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이 제3자로서 안타까움과 슬픔을 가지고 사건을 대했다면, 훨씬 자주 접한 비행기 사고의 경우 나에게도 당연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었고 내가 그 희생자였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감정이입이 조금 다른 방식으로 일어날 수 있습니다.

다양한 매체를 통해서 항공기 사고를 재경험하다 보면, 미디어 유발 트라우마가 생길 수 있습니다. 마치 현장에서 사고를 목격한 것처럼 해당 사건을 재경험하게 되는데요. 초기 주된 증상은 깜짝 놀라거나 불면, 악몽을 겪는 것이지만 자꾸 반복되면 무기력이나 주변 자극에 오히려 둔해지는 양상으로 만성화될 수 있습니다. 사건을 접할 때 눈물이 난다거나 슬픈 감정이 드는 것은 차라리 괜찮습니다. 하지만 일상이 위축돼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거나 방해를 받는 것이 오래 지속된다면 그게 오히려 더 큰 문제일 수 있습니다. 만약 이런 증상이 나타난다면 빨리 상담을 받아보는 게 좋습니다.

유가족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일, 환경을 개선하고 재발을 막을 수 있는 일에 대해선 고민을 해야 합니다. 그러나 단지 내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서 “어떻게 하면 그 일을 피할 수 있었을까”라는 가정을 결론 내려고 자꾸 강박적으로 뉴스를 여러 번 확인하는 것은 하지 말아야 합니다. 감정을 바꾸는 것보다는 행동을 바꾸는 것이 쉽기 때문에 불안한 마음이 들고 그 사건에 대한 생각을 하더라도 관련 뉴스에 몰입하는 시간을 하루에 일정 시간으로 제한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사람마다 한 사건에 대해 받는 영향은 다릅니다. 내가 이 사건으로 인해서 큰 영향을 받고 생활에 지장이 생기는 것은 이제까지 겪은 경험과 연결돼 있을 수도 있습니다. 다른 사건이지만 내 삶에서 겪은 갑작스러운 죽음이나 사고에 대한 두려움이 연결돼 증상으로 나타나는 것입니다. 남들보다 깊이 몰입하는 것에 대해서 이럴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하되 그것이 내 기억에서 오는 부분도 크다는 것을 아는 것이 필요합니다.

하주원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홍보이사·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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