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반도체 실적 개선’이 돌파구
4분기 실적, 반도체 불황 직격탄
메모리 ‘중국 저가공세’ 수익성 악화
‘반도체 총괄’ 전영현 부회장
고강도 쇄신작업 효과 주목
HBM ‘엔비디아 공급’ 본격화땐
하반기 턴어라운드 기회 잡을 듯
삼성전자가 지난해 4분기 시장 기대치를 밑도는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든 것은 주력인 반도체 사업 부문에서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용량 제품 판매 확대로 4분기 메모리 부문에서 역대 최대 매출을 달성했지만, 중국의 저가 공세 여파로 범용 D램 가격이 하락한 데다 고대역폭 메모리(HBM) 부문에서도 아직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수익성은 더 악화하는 양상이다. 다만 반도체 사업 수장인 전영현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부회장)을 중심으로 강도 높은 쇄신 작업을 추진하고 있고,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역시 HBM 부문에서 삼성이 성공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힌 만큼 업계에서는 올해 하반기부터는 본격적인 ‘턴어라운드(반등)’ 기점을 만들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연간 매출 300조800억 원, 영업이익 32조7300억 원을 각각 기록했다고 8일 잠정 발표했다. 삼성전자가 300조 원대 매출을 회복한 것은 2022년 이후 2년 만이다. 다만 지난해 4분기 성적은 연결기준으로 매출 75조 원, 영업이익 6조5000억 원을 기록하면서 시장 기대치를 크게 밑돌았다.
4분기 실적에 직격탄을 날린 것은 역시 핵심인 반도체 사업이다. 잠정 실적 발표인 만큼 이날 부문별 실적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반도체 사업을 하는 DS 부문이 3조 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같은 부진은 스마트폰, PC 등 정보기술(IT) 수요 침체가 예상보다 깊어지면서 범용 메모리의 수익성 악화가 길어진 영향이 크다. 삼성전자 역시 이날 공시한 설명자료를 통해 “IT향 제품 중심의 업황 악화로 매출 및 이익이 하락했다”고 밝혔다.
인공지능(AI) 열풍에 HBM 수요는 견조하지만, 삼성전자의 엔비디아 납품 일정이 지연되고 있는 점도 악재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또 시스템LSI(설계)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를 포함하는 비메모리 부문도 가동률 하락과 일회성 비용 반영 등에 적자를 지속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스마트폰과 디스플레이, 가전 등 다른 사업들이 일제히 부진했던 점도 실적 악화에 영향을 미쳤다. 업계에서는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모바일경험(MX)·네트워크 사업부의 경우 2조 원 안팎, 디스플레이 1조 원 안팎, TV·가전 3000억 원 안팎을 거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디스플레이 부문은 경쟁 강도가 높아지면서 수익성이 악화하고, 모바일 부문은 비수기 스마트폰 판매 둔화와 신제품 출시 효과가 감소하면서 역성장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하반기부터는 삼성전자가 본격 반등할 수 있다는 관측도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특히 5세대 HBM3E가 본격적으로 엔비디아의 공급망에 진입하게 될 경우, 실적 개선의 신호탄이 될 가능성이 크다. 삼성전자는 설계 변경한 HBM3E 제품을 올 상반기(1∼6월), 6세대 HBM4 제품을 올 하반기(7∼12월) 양산을 목표로 개발 중이다. 이날 엔비디아의 황 CEO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IT·가전전시회 ‘소비자가전쇼(CES) 2025’ 현장 기자간담회에서 이와 관련, “현재 테스트 중이며 성공할 것이라 확신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채민숙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AI와 HBM 중심의 업사이클에서 소외됐지만, 하반기 이후 엔비디아 진입 시점이 가까워질수록 불확실성이 해소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장병철 기자 jjangbe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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