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혁신생태계 리포트 2025 - (4) LG그룹 ‘슈퍼스타트’
LG사이언스파크 지하 1200㎡
작년까지 스타트업 59곳 육성
투자유치 실적도 2100억 돌파
신청기업 매년 60% 이상 급증
스마트 운동기계 제작사 ‘모티’
‘레알마드리드’와 협업 성사도
지난 7일 LG그룹의 연구·개발(R&D) 심장으로 꼽히는 서울 강서구 LG사이언스파크의 지하로 들어서자 스타트업 전용 육성 공간인 ‘슈퍼스타트 랩’이 펼쳐졌다. 약 1200㎡(360평)에 달하는 이곳은 LG그룹이 지원하는 스타트업들이 무상으로 입주할 수 있는 공간이다. 직원들이 삼삼오오 아이디어를 나누고 있는 개방형 로비를 거치니 열두 개 스타트업이 둥지를 튼 사무실들이 나왔다.
내부로 들어서자 가장 먼저 전날 입주해 분주한 분위기의 스마트 운동 기계 제작 기업 ‘모티’ 사무실이 눈에 띄었다. 아직 이사 정리가 덜 된 사무실 안쪽에는 모터 기반 디지털 웨이트 기구 ‘모티브(motyv)’가 천장에 닿을 듯한 높이로 존재감을 뽐내고 있었다. 이는 기존 근력 운동과 달리 바벨과 원판 없이 모터를 통해 웨이트 운동을 할 수 있게 하는 기구다. 클라우드 기반 플랫폼과 연동돼 개인 맞춤형 관리도 가능하다. 올해 상반기 출시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사무실에서는 앳된 얼굴의 엔지니어와 개발자, 디자이너, 마케팅 전문가, 헬스 트레이너가 머리를 맞대고 있었다.

방지원(35) 모티 대표는 LG 지원으로 모은 피드백이 제품 고도화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고 강조했다. 모티는 지난해 5월부터 8월까지 LG사이언스파크의 헬스장, 탁구장, 공용 휴게 공간 등 곳곳에 모티브 여섯 대를 설치해 놓고 LG 임직원들이 자유롭게 쓸 수 있게 하는 사업화(개념) 검증(PoC)을 진행, 160명의 피드백을 받았다. 방 대표는 “처음 실험실에서 만든 물건을 시장에 제대로 내놓으려면 많은 소비자를 만나봐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기반이 부족한 스타트업들은 대부분 어려움을 겪는다”며 “하지만 우리는 LG 엔지니어들의 피드백으로 기존에 없던 ‘관리자 기능’을 추가하는 등 수많은 부분에서 제품을 보완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모티는 최근 스페인 유명 축구 구단인 레알 마드리드의 혁신 프로젝트 개발 브랜드 ‘레알 마드리드 넥스트’와 협업이 성사되기도 했다.
신사업 확장을 위해 지난 2018년부터 스타트업 생태계를 육성하기 시작한 LG는 LG사이언스파크를 중심으로 대기업과 스타트업 간 개방형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2022년에는 그룹 차원의 개방형 혁신 플랫폼 ‘슈퍼스타트’도 출범했다. LG사이언스파크에서 만난 양승진 LG사이언스파크 슈퍼스타트팀 팀장은 “여덟 개 계열사가 물리적으로 한곳에 모여 있다 보니 함께 만나 관련 논의를 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라고 말했다.
슈퍼스타트는 스타트업과의 협업을 통해 LG그룹의 미래를 준비하는 역할을 한다. 양 팀장은 “LG가 나아가야 하는 5년 후 미래의 시드를 준비하고 있다”며 “그룹이 주력하는 ‘ABC(인공지능·바이오·클린테크)’는 물론, 우주 등 미래 산업 관련 스타트업을 발굴한다”고 했다. 그는 “예컨대 한 스타트업의 AI 기술을 적용, 그룹사 제조 공정에서 불량을 검출하는 시스템을 만들기도 했다”며 “스타트업 입장에선 사업을 확장하고, LG로서는 혁신이 확대되는 상부상조의 개념”이라고 덧붙였다.

선발 기준에 대해 양 팀장은 “그룹과 함께 미래를 그려나가기 위해 성숙기에 들어선 기업보다는 창업 초기 스타트업을 뽑아 바로 협력하려 한다”며 “스타트업의 대표가 풀려는 사회·산업적인 문제가 무엇인지, 우리가 도움을 줄 수 있는 기업인지를 중점적으로 판단한다”고 전했다.
LG에 따르면 그룹이 2018년부터 2024년까지 육성한 스타트업은 총 59곳으로, 이들이 LG와 협업을 시작한 후 투자 유치 실적은 지난해 말 기준 2100억 원을 넘어섰다. LG의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에는 2018년 40여 개 기업이 지원한 것을 시작으로 신청 기업이 매해 60% 이상 급증했다. 지난해 슈퍼스타트에 참가를 신청한 스타트업은 1800여 곳이다. 육성 프로그램인 ‘슈퍼스타트 인큐베이터’ 경쟁률은 100대 1에 달할 정도로 스타트업 업계 내 인기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예린 기자 yrl@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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