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둘러싼 국가기관 간의 충돌은 헌법 질서를 무너뜨릴 정도로 심각하다. 윤 대통령 측은 내란 혐의 수사 주체와 체포영장 청구·발부 절차를 문제 삼고 있다. 이런 사태의 1차 원인은 공수처 신설과 검·경 수사권 조정 등 엉터리 검수완박 입법 강행에 있지만, 당장 시정되기 어려운 만큼 특검 수사가 하나의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8일 국회 본회의에서 한덕수 전 대통령 권한대행이 거부권을 행사했던 ‘윤석열 정부의 위헌적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행위의 진상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법률안이 재표결에서 최종 부결되자 재발의하기로 했다. 공무원 정치 중립 훼손과 행정부 인사권 침해 등 위헌성이 심각했던 ‘야당의 특검 추천’을 삭제하고 ‘제3자 추천’으로 바꾼다고 한다. 대법원장이 특검 후보 2명을 추천해 대통령이 임명토록 하고, 특검에 대한 야당 거부권 조항도 없앤다는 것이다. 당초 민주당이 지난 12월 9일 발의한 특검법에는 법원행정처장·대한변호사협회장·한국법학교수회장이 1명씩 추천하도록 했었다. 이번 재표결에서 의원 300명 전원이 참석해 198명이 찬성함으로써, 가결 정족수(재석 3분의 2)에 2명 부족했던 만큼 어느 정도 개선하면 거부권도 넘을 수 있다고 판단한 듯하다.

그러나 특검 추천 절차 개선만으로 보편타당한 법률안이 될 수는 없다. 특검 추천, 수사 범위, 특검 규모 및 시한 등에서 위헌적 요소가 수두룩하고, 정치적 편향을 야기할 위험성도 뚜렷하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의 국회 군인 투입 지시 등 14가지를 수사 대상으로 규정하고, 수사 중 인지된 사건에 대한 수사도 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별건 수사도 가능하다. 이미 관련자 기소가 대부분 이뤄졌을 정도로 수사 자체가 그리 복잡하지도 않은데, 기간이 너무 길다. 90일을 기본으로 하고, 30일씩 두 차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언론 브리핑으로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라는 취지의 조항도 있다. 있을지도 모르는 6∼7월 대선 등에 대비한 정치적 포석으로 읽힌다. 이런 요인이 남아 있다면 별다른 의미가 없으며, 제2 거부권 행사 역시 불가피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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