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2024 KBO ‘부상 리포트’
186건중 36건이 허벅지로 최다
시즌초 부담감에 ‘과열 플레이’
삼성 29건·LG 25건·KIA 24건
“요즘 구단들은 부상에 덜 민감
빠른 회복 시스템이 승패 갈라”
국내 프로야구 페넌트레이스는 144경기를 치르는 대장정이다. 경기 일정이 워낙 빡빡하다 보니 부상, 컨디션 난조 등 변수가 많다. 특히 프로야구에서 부상은 드문 일이 아니다. 야구선수는 크고 작은 부상을 안고 살아간다. 부상은 선수 생활을 위협하고, 팀의 승패를 결정할 수 있을 정도로 중대한 문제로 떠올랐다. 부상이라는 변수를 최대한 예방하고 부상자들을 빠르게 회복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게 요즘 구단들의 최우선 과제다.
한국야구위원회(KBO) 의무위원인 정재윤 평촌서울나우병원 원장의 2023∼2024년 KBO 부상자명단(IL) 분석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IL에 오른 부상 건수는 총 186건이었다. 이는 2023년 151건에서 약 23%(35회)나 오른 수치다. 성적이 좋은 팀에서 부상자도 많았다. 포지션별로는 투수, 부상 부위별로는 허벅지에서 부상이 가장 많이 발생했다.
부상엔 다양한 원인이 있다. 야구는 순간적으로 힘있게 움직이는 스포츠. 갑자기 뛰거나, 멈추고, 코너를 돌아야 할 때가 많다. 코너를 돌 때는 체중의 4∼5배에 달하는 무게가 한쪽 다리에 집중된다. 그래서 허벅지와 발목, 무릎 부상의 위험이 크다. 실제 지난해 프로야구 선수들이 가장 많이 다친 부위는 허벅지 부위였다. 전체 186건 중 36건(19.4%)이 허벅지와 관련된 부상이었다. 특히 허벅지 부상은 전반기에 집중됐다. 전반기 부상으로 IL에 오른 선수는 122명이었는데, 5월까지 시즌 초반 2개월 동안 89건(47.9%)이 허벅지에 집중적으로 발생했다.

박창민 KIA 트레이닝 총괄코치는 이를 두고 “모든 선수가 매 시즌 첫 단추를 잘 끼우려고 한다. 여기에 치열한 주전 경쟁 과정도 거쳐야 한다. 야구는 순간적으로 힘있게 움직이는 스포츠다. 초반 성적과 경쟁을 이겨내기 위해 충분히 준비되지 않은 몸 상태에서 공격적으로 움직임을 가져가다 보니 허벅지 부상이 많다”고 설명했다. 김용일 LG 수석 트레이닝 코치는 “햄스트링이 올라오는 부상은 근육이 피로하거나 준비가 안 됐을 때 많이 나타난다.
차량 엔진이 예열되지 않은 상황에서 100% 힘으로 가속 페달을 무리하게 밟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IL에 오른 선수들을 포지션별로 살펴보면 투수 부상이 87건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내야수(52명), 외야수(40명), 포수(7명) 순이었다. 투수 부상은 팔꿈치 부상이 22차례로 빈도가 가장 높았고, 내야수와 외야수는 허벅지(내야수 17회·외야수 12회)를 가장 많이 다쳤다.
무거운 장비를 하고 앉았다 일어서기를 반복하는 포수는 무릎 부상(3회)이 전체 부상의 절반에 가까웠다.
지난해 30일 이상 IL에 오른 큰 부상은 총 60차례나 나왔다. 전체 부상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수치. 2023년엔 30일 이상 장기 부상비율이 전체 부상의 29.1%(44회)를 차지했다. 지난해 근육 파열 및 골절 등 진단 소견상 치료 기간이 4주 이상으로 추정된 부상은 17건으로 집계됐다. 장기 부상은 투수가 26명으로 가장 많았고, 외야수가 18명, 내야수가 15명, 포수가 1명이었다. 류재준 전 SSG 컨디셔닝 코치는 “외야수의 경우, 타구를 잡는 과정에서 뛰는 게 많고, 움직이는 반경이 크다. 펜스와 부딪혀 어깨와 다리 등에 큰 부상을 당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귀띔했다.
과거엔 부상을 잘 관리하는 팀이 우승권에 근접했다. 그러나 최근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지난해 부상 데이터를 구단별로 살펴보면, 정규리그 1∼3위 팀의 부상이 가장 많았다.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차지한 삼성이 29건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정규리그 3위에 오른 LG가 25건, 통합 챔피언에 등극한 KIA가 24차례로 3위였다. 2023년에도 비슷한 흐름이었다. LG는 2023년 25명이 IL에 올라 부상 빈도 1위였지만, 그해 29년 만에 통합 우승 트로피를 손에 넣었다. 반면 지난해 부상자가 가장 적은 팀은 한화로 11차례였다. 한화는 리그에서 가장 적은 부상자가 나왔지만, 성적은 8위에 그쳤다.
야구 해설가로 활동 중인 류선규 전 SSG 단장은 “프로야구에서 부상은 변수가 아닌 상수로 봐야 한다”면서“최근 부상자가 많은 팀이 우승하는 것은 선수 뎁스가 그만큼 강하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 코치는 “현재 KBO리그는 더는 부상에 민감해 하지 않는 분위기다. 트레이너 입장에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일주일 혹은 한 달 빠르게 복귀시키는 게 최대 과제”라면서 “KIA를 비롯해 최근 우승을 경험한 팀들은 트레이닝 시스템이 잘 갖춰진 구단이고, 트레이너 개개인의 역량도 뛰어난 편”이라고 강조했다.
물론, 프로야구에서 부상은 개인에게는 물론 팀 성적에도 중대 변수다. 현역 시절 5차례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박재홍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팀의 회복력과 부상 예방 능력을 바탕으로 우승팀이 결정된다”며 부상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 부상자 명단 오르면… ‘1군 엔트리’ 말소돼도 등록일수 인정
KBO리그는 지난 2020년부터 부상자명단(IL) 제도를 도입해 운영 중이다. IL에 올라 있는 동안에는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되더라도 현역선수 등록일수로 인정이 된다. 예상보다 부상 회복이 빠르면 열흘을 채우지 않고도 1군에 돌아올 수 있다. 구단이 소속 선수의 IL 등재를 원할 경우, 구단은 선수의 최종 경기 출장 일의 다음 날부터 3일 이내에 신청서를 KBO에 제출해야 한다. 구단 지정 병원에서 발급한 진단서도 반드시 첨부해야 한다. IL 등재는 해당 시즌에 현역선수로 1일 이상 등록한 선수에 한해 적용된다.
IL 등재는 한 시즌에 등록 가능한 일수가 최대 30일이다. 아울러 10일짜리 IL에 등재된 후 4일 만에 복귀하더라도 10일짜리 IL을 사용한 것으로 처리된다.
정세영 기자 niners@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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