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숙 논설위원

태평양과 대서양, 미국과 알래스카 등에 접해 있는 캐나다는 인구가 4000만 명 정도지만, 국토 면적으로는 러시아 다음으로 큰 나라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2024년 국내총생산(GDP)은 2조2000억 달러, 1인당 GDP는 5만3000달러 수준이다. 3억4000만 명 인구에 GDP가 29조 달러인 미국 때문에 골리앗 옆의 다윗 같아 보일 뿐, 세계 9위의 경제 대국이다. 캐나다는 유엔 창립 회원국으로서 주요 7개국(G7), 주요 20개국(G20) 멤버이자, 나토(NATO)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이다. 한국과는 국력 수준이 엇비슷해 국제 무대에서 중견국으로 협력해온 우방이기도 하다.

취임을 앞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캐나다가 미국과 합병하면 위대한 국가가 될 것”이라고 거듭 밝혀 논란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캐나다가 불법 이민 및 마약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취임 후 관세 25%를 부과하겠다고 협박하면서 “미국의 51번째 주가 되는 게 어떠냐”고까지 했다. 반발하는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를 ‘주지사(Governor)’로 부르며 모욕하기도 했는데, 이후 트뤼도 총리는 사임 발표를 했다. 트럼프의 외교적 막말이 재무장관 사퇴 등으로 실각 위기에 몰린 트뤼도 총리의 정치 생명을 끊은 셈이다.

최근 영국의 이코노미스트는 “캐나다가 트럼프 시대 미국의 합병 압박에서 벗어나기 위한 해법은 유럽연합(EU) 가입”이라면서 “EU가 캐나다를 28번째 회원국으로 초대해야 한다”고 했다. 캐나다가 EU 품에 안기면 트럼프 측의 합병 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어 좋고, EU는 과밀 인구를 캐나다로 분산할 수 있어 윈윈이 된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의 캐나다 합병 언급에 대해 “불필요한 분란만 키우는 외교적 괴롭힘”이라고 지적했다. 또, “캐나다가 51번째 주가 되면 제2의 캘리포니아가 될 것”이라고도 경고했다. 캐나다는 ‘북미의 유럽’으로 불리는 유럽식 복지 국가인데, 미 연방이 된다면 민주당 지지 주가 될 게 뻔하다는 얘기다. 지난해 캘리포니아주 인구는 3897만 명으로 선거인단은 54명이다. 캐나다가 미 연방이 될 경우, 캘리포니아만큼의 선거인단을 갖게 되어 공화당의 대선 승리는 물 건너갈 수도 있다. 트럼프가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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