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빽’ 총동원 끝까지 버티는 尹 조기 탄핵과 벚꽃 대선 희망 李 국민의힘 지지율 반짝 회복세
與 8년 전보다 더 불리한 구도 보수 결집 넘어 尹 계속 감싸면 정치적 인디언 서머는 모래성
윤석열 대통령의 관저 참호전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은 “미쳤다” “최후 발악”이라며 십자포화를 퍼붓는다. 하지만 법조계 인사들은 “검찰 출신다운 합리적 선택”이라고 본다. ‘피의자가 사는 길’이라는 ‘1도(逃) 2부(否) 3빽’의 정석대로 가고 있다는 것이다. 걸리면 일단 도망치고, 잡히면 죄다 부인하고, ‘빽’은 최대한 동원한다는 뜻이다. 윤 대통령이 출국 정지되자 삼엄한 경호망 속 관저 칩거는 최선의 선택이었다. 둘째, 변호사를 통해 “체포의 ‘체’자도 꺼낸 적 없다”며 내란 혐의를 일절 부인했다. ‘빽’도 총동원했다. “끝까지 함께 싸우겠다”며 지지자들을 독려했고, 관저 앞에 온 국민의힘 45명 의원으로 세력을 과시했다.
약발은 신속하고 대단했다. 전방위로 보수의 결집 현상이 확인되고 있다. 윤 대통령 지지율은 30% 중반대로 치솟고, 국민의힘과 민주당 지지도 격차는 2%포인트까지 좁혀져 비상계엄 이전으로 돌아갔다. 민주당의 오만도 한몫했다. 한덕수 권한대행 탄핵에 이어 최상목 권한대행까지 형사 고발해 역풍을 자초했다. 윤 대통령 탄핵 소추 사유에서 정작 내란죄를 뺀 것도 자기 발등을 찍었다. 이재명 대표의 조기 대선을 위한 무리수들이 민심의 역린을 건드렸다.
윤 대통령의 반짝 지지율이 얼마나 이어질지는 의문이다. ‘인디언 서머’ 같은 불길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북아메리카에는 겨울이 시작되기 직전인 10월 말∼11월에 갑자기 날씨가 일주일 정도 따뜻해진다. 인디언들은 짧지만, 신이 내린 축복 같은 이 여름 날씨에 마지막 추수를 서두른다. 최대한 양식을 비축해야 곧바로 몰아닥치는 길고 혹독한 겨울 추위를 이겨낼 수 있다.
윤 대통령 계산은 분명하다. 헌법재판소의 탄핵 재판을 4월 18일 이후까지 길게 가져가는 것이다. 진보 성향의 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의 임기가 만료돼야 탄핵 기각의 기회를 엿볼 수 있다. 내란죄까지 다투면서 오래 끄는 게 유리하다. 민주당 이 대표의 탄핵시계는 2월 말에 맞춰져 있다. 대선 전에 자신의 선거법 2심·3심 판결이 나오면 어떤 변수가 생길지 모른다. 장미 대선(6월) 아닌 벚꽃 대선(4월)이어야 한다.
민주당이 지난 주말부터 당력을 조기 탄핵에 집중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친명 좌장인 정성호 의원이 “탄핵 정국을 조기에 매듭짓는 게 중요하다”고 신호탄을 쏘았다. 윤 대통령 체포·수사는 속도 조절에 들어가 ‘대법원장 추천 내란 특검법’ 쪽으로 정리됐다. 더 이상 보수를 자극해 헌재 탄핵까지 차질을 빚는 것은 막겠다는 의도다. 30%대에 갇힌 이 대표 지지율도 부담이다. 호감도보다 더 높은 비호감도, 광범한 ‘이재명 포비아’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국민의힘은 간신히 그로기 상태에서 벗어났다. 하지만 여전히 살얼음판이다. 정치 구도는 오히려 8년 전 박근혜 대통령 탄핵 때보다 더 불리하다. 당시에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라는 대체재가 있었지만, 지금은 마땅한 대항마가 없다. 이준석 전 대표를 내쫓으면서 중도·수도권·청년 지지층도 상당수 이탈했다. 그런데도 걸핏하면 배신자를 색출한다며 여전히 뺄셈 정치에 바쁘다. 한 발 삐긋하면 끝이지만, 어떤 전략도 비전도 찾아보기 어렵다.
비상계엄으로 윤 대통령은 정치적 사선(死線)에 섰다. 스스로 계륵 같은 존재가 돼 버렸다. 국민의힘 입장에서 아무리 좋게 해석해도, 민주당 이 대표의 선거법 2심 판결 때까지 함께 버티는 정도의 효용 가치만 있을 뿐이다. 검찰 공소장에 나오는 “총을 쏴서라도 끌어내” “도끼로 부수고서라도 들어가” 같은 지시는 도저히 방어해줄 도리가 없다. 여기에 정책 폭주로 의사·과학자·해병대까지 보수의 적(敵)으로 만들어 버렸다. 윤 대통령과 거리를 둘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이 모처럼 맞은 포근한 여름 날씨에 들뜬 분위기다. 하지만 여전히 중도층의 60% 이상이 탄핵 찬성 쪽이다. 보수 결집을 넘어 대세 역전까지는 불가능한 구도다. 윤 대통령과 연대는 야당의 무리수를 함께 반격하는 선에서 그쳐야지 그 이상 운명을 같이하면 동반 침몰이 기다릴 뿐이다. 특정 목사에게 90도로 절하고 ‘백골단’까지 불러들이는 건 도를 넘는 위험한 행위다. 중도층의 눈에 윤 대통령 결사옹위로 비치는 순간 국민의힘의 인디언 서머는 끝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