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 전 179명의 고귀한 생명을 앗아간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참사’를 놓고 벌어진 뜬금없는 사고 명칭 논란은 유사한 참사를 막기 위해서라도 생각해볼 지점이 있다. 논란이 벌어진 타이밍은 조류 서식지로 포위돼 있는 공항의 지리적 문제점, 국제공항으로서는 부족한 활주로 길이, 인명 피해를 키운 콘크리트 구조물 등 공항 자체의 심각한 결함이 부각하던 때였다. 돌연 더불어민주당과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사고 이름에서 ‘무안’을 빼자는 여론이 형성된 것이다. 호남에 대한 지역감정을 유발한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다수 언론은 ‘무안공항’을 삭제하고 ‘제주항공 참사’로 표기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무안’이 ‘제주’를 이긴 셈이다. 비난 역시 공항보다는 민간 항공사로 쏠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는 두 가지 점에서 잘못된 흐름이다. 첫째, 일반적으로 교통사고와 대형 참사는 사고 지점 명을 더 많이 사용해왔다. 2003년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 2017년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 2023년 오송 지하차도 참사 등이 대표적이다. 미국에서도 2009년 US에어웨이 항공기가 뉴욕 허드슨강에 불시착한 사건을 ‘허드슨의 기적’(Miracle on the Hudson)이라고 부른다. 최근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에서 벌어진 테슬라 트럭의 테러도 ‘뉴올리언스 공격’(The New Orleans attack)으로 칭하고 있다. 둘째, 자칫 사고 원인과 배경을 호도할 가능성이 크다. 향후 블랙박스 분석을 통해 사고 원인이 얼마나 명확히 드러날지 장담할 순 없지만, 이번 참사는 무안공항 주변의 수많은 조류에 의한 충돌이 시발점이 됐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동체 착륙도 성공적이었다. 베테랑 기장도 참사 직전까지 최선을 다한 흔적이 있다. 만약 활주로가 더 길었다면, 콘크리트 둔덕이 없었다면 사상자는 최소화할 수 있었을 것이다. 즉, 어떻게 조류 서식지 옆에 국제공항을 만들 생각을 했는지, 조류 충돌 방지를 위해 무안공항 측은 어떤 노력을 했는지, 과거 건설과 운영 과정에서 정치적 이해관계와 카르텔·특혜는 없었는지, 전남도와 무안군은 관리 감독 책임을 다했는지 등을 수사를 통해 밝혀야 하는데도 ‘무안’을 삭제함으로써 본질을 피해가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살 만하다.
무안공항은 누가 보더라도 ‘정치공항’이다. 김대중 정부의 실세였던 한화갑 전 국회의원이 주도해 1999년 착공, 2007년 개항했다. 정확한 수요 예측과 예비타당성조사는 무시됐다. 건설 과정에서도 호남 기업에 대한 특혜 시비가 반복됐던 곳이다. 완공 이후엔 항공편이 없어 ‘고추 말리는 공항’이라고 조롱을 받았다. 호남을 비하하려는 의도가 아니다. 현재 전국엔 제2, 제3의 무안공항들이 줄을 서고 있다. 새만금국제공항, 가덕도신공항, 흑산공항, 경기국제공항 등도 안전성이 의심되고 있지만, 지역의 숙원으로 포장돼 졸속 추진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우리는 전 국민을 충격과 슬픔 속으로 몰아넣은 이번 참사에서 쓰라린 교훈을 찾아야 한다. 무안공항의 구조적·태생적 문제점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반성하지 않는다면 또 다른 사고는 시간문제일 뿐이다. 지금이야말로 성역 없는 수사가 뒤따라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