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젤렌스키, X에 2분55초 영상

어디서 누구와 싸우는지도 몰라
“훈련을 실전처럼 한다고만 해”


우크라이나가 생포한 북한군 2명의 육성이 담긴 신문 동영상을 공개하면서 북한의 러시아 파병 실상이 드러나고 있다. 북한군들은 훈련을 위한 이동으로 알고 있었을 뿐 파병이라는 사실 자체는 물론 목적지조차도 모르고 러시아 땅으로 온 것으로 확인됐다. 심지어 파병된 가족들에게도 북한 당국은 파병 사실조차 알리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12일(현지시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X에 전날 생포한 북한군 20세 소총수와 26세 저격수 정찰 장교를 신문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이들은 러시아 남서부 쿠르스크에서 생포된 뒤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로 이송돼 우크라이나 보안국의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문은 한국어를 하는 남성의 통역을 통해 진행됐는데 우크라이나 정보당국은 한국 국가정보원과 협력하는 한국인 통역의 지원으로 신문이 진행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날 공개된 2분 55초 분량의 신문 영상에서 20세 북한군 소총수는 ‘지금 여기가 어딘지 알아?’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싸우는 것을 알고 있었어?’라는 질문에 말없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지휘관들은 누구와 싸운다고 했느냐’는 물음에 “훈련을 실전처럼 해본다고 했어요”라고 답했다. 그는 우크라이나군에 생포되기 전의 상황에 대해선 “1월 3일 (전선에) 나와서 동료들이 죽는 것을 보고 방공호에 숨어 있다가 5일 부상당하고 (잡혔다)”라고 설명했다.

이 병사는 북한으로 돌아가고 싶은지의 질문엔 머뭇거리다 “우크라이나 사람들 다 좋은가요?”라고 물은 뒤 “여기서 살고 싶어요”라고 답했다. 최대한 여기서 살 수 있도록 해보겠다는 대답이 오자 이 북한군은 “집에는 안 보내주겠죠?”라고 물었고, 집에 가고 싶으냐는 질문에는 “가라면 가는데…”라고 말을 흐렸다. 우크라이나에 남으라면 남겠느냐고 묻자 고개를 끄덕였다. 26세의 북한군 저격수 정찰 장교는 턱을 다쳐 말을 하지 못하고 질문에 고개를 젓거나 끄떡이는 것으로 대답했다. 그는 북한에 있는 가족들이 자신의 위치를 알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는 북한으로 돌아가고 싶냐는 물음에는 고개를 끄덕였다.

우크라이나는 북한군 투항 유도를 위한 심리전을 강화하고 있다. 이날 우크라이나군은 북한군 병사들을 겨냥해 투항을 권유하는 전단을 공중에서 살포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는 북한군의 드론에 대한 두려움을 이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해당 전단에는 “무의미하게 죽지 마라! 항복하는 것이 사는 길이다”라고 적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현욱 기자 dlgus3002@munhwa.com

관련기사

이현욱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