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그들은 왜 거리로 나섰나…
관저앞 집회 60대 이상이 25%
“우리가 파병·가난 참으며 일궈”
‘보수 위기 = 정체성 무시’ 동일시
유튜버들은 편향된 사고 부추겨
“우리 세대는 월남전 파병도 가고 죽어라 일해 나라를 선진국으로 만들어놨는데, 젊은 세대들은 이걸 모르고 반국가세력에 선동당해 대통령을 두고 내란 수괴라고 합니다.”
토요일이던 지난 11일 오전 영하 10도를 웃도는 강추위에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을 지키던 탄핵 반대 집회 참가자 김모(80) 씨는 “일주일 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나왔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씨는 “종북세력과 간첩들이 국가 요직을 차지하고 있다”며 “나는 20대 때 나라를 살렸는데 지금 간첩들에게 나라를 빼앗길 위기에 처했다”고 주장했다. 대화 중에도 손 안 휴대전화에서는 유튜브 방송이 흘러나왔다. 그는 “전광훈TV, 고성국TV 등을 즐겨보는데 이런 채널이야말로 한국에 필요한 언론”이라며 “방송하고 신문은 편향돼 있어 안 본 지 오래됐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경찰의 체포영장 집행을 계기로 관저 앞을 사실상 ‘24시’ 지키며 대통령 수호에 나선 이들은 대부분 김 씨처럼 6080세대인 ‘산업화 세대’였다. 실제 13일 서울시 생활인구 데이터에 따르면 1차 체포영장 집행이 있었던 지난 3일 오후 2시 기준 관저 앞 집회 참가자 추정 인원을 연령대별로 분석한 결과 60대 이상이 25.9%로 전 연령대에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들 대부분은 스스로를 ‘산업 역군’ ‘반공 투사’로 정의하며 “한국은 간첩에게 장악당했다. 우리 세대가 피, 땀 흘려 만든 나라를 지키기 위해 거리에 나왔다”고 설명했다. 산업화를 이끈 보수 세력의 위기를 자신의 ‘정체성 위기’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이들에게 대통령 수호는 ‘나라를 살리는 일’이며, 촛불집회 참가자들은 반국가세력에 선동당한 시민들이다.
김장선(68) 씨 역시 “중동을 포함해 세계 곳곳 건설 현장을 누비면서 내 젊음을 국위선양에 바쳤는데, 지금 나라 꼴을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며 “나라를 살리기 위해” 관저 앞에 ‘출근 도장’을 찍는다고 말했다. 박슬희(70) 씨는 “전깃불도 안 들어오고 고구마 하나로 하루를 버텼던 가난한 나라를 (우리 세대가) 선진국으로 만들었는데 촛불세력이 지금의 한국을 만든 박정희 전 대통령과 윤 대통령을 부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들은 자신의 존재가치를 유일하게 인정해주는 집회에 나가 과거의 영광스러운 기억을 불러오고 서로를 독려하며 자신들의 노고를 알아달라 하고 있다”며 “반공 교육을 받은 세대들이 자신 삶의 효용성을 인정받으려는 시도”라고 분석했다.
이들은 집회 현장에 있으면서도 ‘보수 유튜버’의 방송을 놓치지 않았다. 귀에 이어폰을 꽂고 라이브 방송을 듣고 있던 민영기(62) 씨는 “경제적 능력이 없어 (보수 유튜버에게) 후원을 못 하니 몸으로라도 때우자라는 생각에 집회에 참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유튜브의 첫 화면은 정치 관련 쇼츠 콘텐츠로 도배돼 있었다. 스크롤을 내렸지만 ‘박순혁 우공이산TV’ ‘샤이튜브’ 등 극우 정치 유튜버들의 영상만이 추천됐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유튜브는 사고의 양극화뿐 아니라 끼리끼리 모이게 하는 집단응집력을 강화해 행동으로 이어지게 만든다”며 “특정 집회에 나가기 시작하면 시위 행위가 왜곡된 사고를 강화하고, 다시 그에 따라 집회에 참여하는 악순환이 형성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노지운·노수빈·조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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